최고위, 서울 강남을 등 6곳 재의 요구…김형오, 공관위 회의 불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좌)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좌)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당내에서 끊이지 않는 공천 잡음에 결국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일부 수정하겠다며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黃 “공천 결과, 불공정하다는 지적 있어”…최고위서 6곳 재의 요구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12일 “총선 압승을 위해선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며 공관위에서 확정한 공천 결과 중 일부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공천 파동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불공정 사례는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게 아니고 불공정하다는 그런 지적이 있어 그런 부분에 대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는데, 비공개 최고위 결과 지도부는 공관위에 총 6개 지역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김형오 사천’ 의혹을 받아온 최홍 전 맥쿼리투자자산운용 사장의 서울 강남을은 물론 현역인 민경욱 의원이 컷오프 되고 민현주 전 의원이 공천 받은 인천 연수을, 마찬가지로 현역인 곽대훈 의원이 공천 배제되고 이두아 전 의원이 공천 받은 대구 달서갑과 현역인 김한표 의원이 컷오프 되면서 서일준 전 거제시 부시장이 공천 받은 경남 거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이 전략공천 받은 부산진갑과 미래를향한전진4.0의 김원성 통합당 최고위원이 단수추천 받은 부산 북·강서을이 그 대상으로 꼽혔다.

다만 공관위가 영입한 강남갑의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에 대해서도 경호상 문제 등을 이유로 언급됐었으나 이는 최고위에서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일축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전날 주광덕 의원까지 나서서 재심을 요구했던 강원 강릉의 권성동 의원이나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충돌한 바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재의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심재철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부산 한 곳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나머지 5곳은 경선을 다시 실시하라는 것이 최고위 의결”이라고 밝혔으며 조경태 최고위원은 “권성동 의원이 공천배제된 강원 강릉 등지는 오늘 논의 대상이 아니었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 대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천에 대해 우리가 깊은 심려를 같이 공유했고 그 부분에 관해 재의를 요구했다”며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도 반영됐느냐는 질문엔 “거기까지 나가진 않았다고 보면 좋겠다.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차원에서의 판단을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고위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63명을 확정한 바 있고, 비록 이날 회의에서도 58명을 최종 후보로 추가 의결했지만 그동안 공관위 결정에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재의를 요청한 적은 전무했던 만큼 황 대표가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黃, ‘김종인 영입’ 위한 승부수?…김형오 “우리는 우리 권한 있다”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포토포커스DB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하마평에 오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사포커스DB

우선 공관위가 이미 호남 등 자당의 비주류 지역 외에는 대부분 공천 작업을 마무리 지은 데다 최고위에서도 이미 전체 절반 후보자의 절반 정도를 의결한 만큼 공관위보다는 다음 단계인 선거대책위원회를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6일경 출범할 것으로 관측되는 선거대책위원회의 수장으로 통합당 지도부에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김 전 대표는 현재 당내 공천 관련 잡음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락할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그를 영입하려는 황 대표로선 당장 공관위에 전례 없던 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천 논란을 빚고 있는 공천 인사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 공천이 잘못된 상황에선 어떻게 선거를 지휘해도 이길 수 없다”던 김 전 대표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선 “저는 통합당에서 누가 공천이 되고 누가 떨어졌는지 관심 없고 당 밖에서 남의 당 공천에 관여할 생각도 없다. 김형오 위원장의 사천이 아니라 공관위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전보다 노골적 표현은 다소 자제했지만 이는 사실상 지도부에서 미리 공천 문제를 정리해달란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김 전 대표 스스로도 과거 민주당에서조차 전면에 나서서 강력하게 당권을 행사하던 스타일이었던 만큼 현재 공천권을 쥐고 목소리를 높이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에 대한 교통정리가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설령 선대위원장이 되더라도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을 사전 예고하듯 김 위원장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대표를 겨냥 “선대위에서 공천 문제를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 대표가 이날 직접 나서서 재의 요구를 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공관위에선 순순히 수용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날 공관위 회의엔 김 위원장이 불참하기에 이르렀고 대신 비공개 최고위에 참석하려던 이석연 부위원장도 회의 참석 직전 김 위원장 사천 논란과 관련해 “저나 다른 공관위원들이 사천을 용납하겠나. 특정 보도에 우리가 흔들려선 안 되고 나중에 유권자들이 털어 심판할 것”이라며 선을 그은 데 이어 공천 결과를 문제 삼은 김 전 대표에 대해서도 “공관위와 선대위는 관계없다. 공천권을 선대위원장이 달라고 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라고 에둘러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부위원장은 당 지도부에서 재의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서도 “당헌당규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는데, 이날 오후에야 국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위원장은 아예 “사천은 단 한 명도 없다. 최고위에선 최고위 권한이 있고 우리는 우리 권한이 있는 것”이라며 “각자의 권한대로 하면 된다”고 못을 박아 사실상 공관위 뜻대로 하겠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통합당 당규에 따르면 공관위는 당 최고위가 재의 요구 시 재심사를 해야 하지만 최고위의 재의 요구에도 공관위에서 재적 3분의2 이상이 찬성한다면 최고위는 그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돼 그간 김 위원장과 공천 문제로 이견을 보였던 이 부위원장마저 김 위원장의 사천 의혹에 대해선 일축한 만큼 공관위가 똘똘 뭉쳐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딱히 막을 방도는 없다.

◆ 급기야 김형오 파면 요구에 무소속 출마 선언하는 후보까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을 뒤집어 달라며 당초 최고위에 기대를 걸었던 홍준표 전 대표도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황 대표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김형오의 막천을 이번 주말까지 바로잡으려면 이번 막천을 주도한 김형오를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급기야 김 위원장 파면을 촉구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을 향해서도 “지도부에서 막천에 대해 비토를 했으면 당헌·당규 따지지 말고 오늘 즉각 사퇴해야 한다. 국회의장까지 하고 팔순을 바라보면서 하찮은 공천권에 연연한다면 그대는 두 번 죽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가 추가공모를 통해 출마 의지도 없었던 후보를 끼워 넣어 여론조사 경선을 발표하고 대신 나를 제외했다. 이번 양산을 공천은 기망에 의한 막천이고 상대를 이롭게 하는 이적 공천”이라며 “양산을 무소속 출마를 검토했으나 상대 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어 대구로 옮기기로 했다. 300만 당원들이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할 시기에 탈당할 것”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공천 파동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듯 “대구 어디든 통합당 현역이 없는 곳으로 가겠다. 내가 양산에서 물러섰음에도 통합당 후보가 패한다면 이는 당 지도부와 공관위원장의 책임”이라고 황 대표까지 싸잡아 압박했는데, 만일 홍 전 대표가 이런 식으로 나와 당선될 경우 당 지도부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황 대표는 종로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게 패배할 때 사실상 어려워지지만 홍 전 대표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고 대구에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다”며 “홍 전 대표가 당선됐을 경우 황 대표와 대선후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대선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향후 홍 전 대표 외에도 추가로 무소속 출마를 결행할 의원들도 적지 않은 만큼 통합당의 총선 패배로 이어질 경우 김 위원장은 차치하고 황 대표의 운명 역시 위태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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