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부서도 ‘내로남불’ 비판…‘민심이반’ 걱정
민생당, 계파 간 의견 갈려…벌써부터 내홍 표출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해찬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이 진보 진영의 ‘비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불협화음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생당 각기 의원들 간의 견해차로 정리가 안 된 모습을 보이면서 당 내부에서는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 ‘내로남불’ 비판에도 연합정당 ‘밀어붙이기’

비례연합정당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무게를 실은 민주당 지도부는 당 안팎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동안 당원 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연일 불협화음이 표출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1일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오는 12일 전당원 투표에 결정을 맡길 예정이라고 공식화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손해를 무릅쓰고 만든 개혁법안인데, 미래통합당은 페이퍼 위성정당을 만들어 소수당 의석을 도둑질하는 반칙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당은 오만하게도 반칙으로 제1당이 되면 보복 탄핵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우리의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 목적은 (선거법) 취지를 살리고 반칙과 편법을 저지르는 통합당을 응징하는 것”이라고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 대표 면전에서 즉각 “명분 없다”며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다시 한 번 민주당의 선거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제의 도입을 주도한 정당이고 그동안 미래한국당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최고위원이 민주당 지도부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중잣대’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어 “선거연합 정당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여론 수렴 형성 기능이 없어 보인다”며 “정당 민주주의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연동형 비례제를 함께 주도한 정의당이 선거연합 정당 참여에 반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기에 민주당의 선거연합정당 참여는 명분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비례 연합정당 참여시 나타날 효과와 관련해서도 “선거연합정당 참여로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효과적으로 선거연합정당으로 이전한다는 보장이 없어 보이고 선거연합정당의 후보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저희 민주당이 후순위로 양보를 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민주당의 선거연합정당으로의 참여는 명분은 없고, 실익은 의심스러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김 최고위원은 “때문에 민주당이 원칙에 따라서 국민들 믿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것이 방법”이라며 “상황이 어려울 때 원칙을 지켜나가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지는 않지만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지키지 않다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회복이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적지 않게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설훈 최고위원도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했다.

설 최고위원은 지난 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중도층이 표심이 달아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중요한 판단의 포인트”라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비례 연합정당 참여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자유한국당 얘기가 맞구나' 이런 판단을 할 것이 아닌가 싶어서 두렵다”며 “우리가 미래통합당의 행태에 대해서 '위성정당이다, 가짜 정당이다'라고 아주 비난을 퍼주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도 모양새가 비슷한 쪽으로 가기 때문에 비난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설 최고위원 외에도 박주민 최고위원과 김부겸·박용진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중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 연합정당을 “소탐대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지사도 페이스북에 “꼼수를 비난하다가 그 꼼수에 대응하는 같은 꼼수를 쓴다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면서 당 지도부의 이중잣대 태도를 꼬집었다.

안 그래도 비례 연합정당 참여 제안을 거부한 정의당을 설득하는 것도 골치가 아프고 협상에 들어간다 해도 가시밭길이 될 것이 뻔한데 내부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자칫 비례 연합정당 창당 시기를 놓칠 수 있기에 당 지도부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당원 투표로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하기로 공식화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비례 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전당원 투표를 실시한다. 일각에서는 권리당원 상당수가 친문 지지자들이기에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에 결국 당 지도부가 당원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 비례 연합정당 참여를 정당화하려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당 의원총회와 전 당원 투표 결과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명분쌓기'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람 앞 등불 ‘민생당’

바른미래당계 김정화, 대안신당계 유성엽, 평화당계 박주현 공동대표. 사진 / 오훈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호남 기반의 정당이 뭉친 민생당은 총선이 채 35일 남은 시점에서 민감한 공관위 구성 문제와 비례 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어 향후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서 적전분열(敵前分裂)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1일 민생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출신 김정화 민생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3당 간에 만났기 때문에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계파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 연합정당에 대해 '친문연합정당'이라고 비판하며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비례연합정당은 거대양당제로의 회귀를 더 촉진한다”며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비례대표 후보를 내든 안 내든 동료 시민들의 인식 속에서 비례대표 선거는 '친문이냐, 반문이냐'로 각인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만에 하나 우리 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한다면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시켜야 할 우리 당의 목에 스스로 칼을 꽂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도개혁 세력의 대표정당으로 정정당당하게 동료 시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출신 박주현 공동대표는 비례 연합정당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제3지대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박 공동대표는 “민생당에서는 민주당에 대해서 비례4석을 포기하고 비례민주당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또 동시에 미래한국당을 밀어낼 제3지대의 선거연합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친문진영에 민주당과 정의당, 반문진영에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 구도를 다자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며 “제3지대 선거연합을 통해서 통합당을 찍을 수 없으나 민주당에게도 실망한 유권자층에 대안이 돼 통합당 세력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방어하는 최전선에서 민생, 실용, 개혁, 미래세대의 가치를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비례민주연합이 만들어지는 경우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 민생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당내의 의견 수렴은 물론 제3지대에 있는 다른 당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안신당 출신 유성엽 공동대표는 “다른 관점에서 말씀드리고 싶다”며 “비례정당 자체가 우리가 지난해 4+1 협의체로 어렵사리 만들어낸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한국당은 이미 선거법 자체를 무력화하며 비례 전용 정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현행법으로는 그 행보를 막을 길이 없어 이대로라면 우리는 반성조차 없는 적폐 세력에게 또다시 1당을 내주고, 나아가 정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 적폐·반 한국당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신당계는 비례 연합정당 참여에 기운 것으로 보이고 ‘제3지대 선거연합’을 제안한 민주평화당계도 비례 연합정당이 만들어질 경우 참여시 선거 판세·표 계산을 통해 참여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바른미래당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례 연합정당 참여 여부가 결정나기 전까지 계파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도 잔존해 있다. 민생당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발족과 공천관리위원회 설치를 할 예정이었지만 평화당계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9명의 공관위원 중 바른미래당계에서 5명을 포함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바른미래당계와 대안신당·평화당이 부딪친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이 바른미래당계 측에서 비례대표 재선을 금지하는 내부 규정 제정에 대해 평화당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총선이 30여일 남은 가운데 민생당 지도부의 계파 간 갈등으로 선거 체제가 늦어지면서 민생당 총선 출마자들도 불만을 보이고 있다.

민생당 총선 출마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교섭단체 또한 만들어야 하는데 민생은 없고 자리다툼만 하는 민생당에 어떤 누가 함께하고자 들어오겠느냐”며 “지도부가 사심을 버려야 국민과 당원, 그리고 지역구 출마자들의 애타는 마음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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