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현역 교체율에도 일각선 ‘사천’ 의심도…공천 반발 기류 ‘솔솔’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래통합당이 호남만 제외하고 이미 주요 지역인 수도권과 영남권 대부분의 공천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천 작업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253개 총선 지역구 중 148개 지역구의 공천을 확정하면서 이미 절반 이상(58.5%) 공천 작업을 진행했으며 73곳에서도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지역구 출마자들만 심사할 뿐 비례대표는 미래한국당에서 별개로 뽑기 때문에 거의 종반을 향해 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예하 공관위원들이 진행해온 공천 결과가 과연 혁신적이고 공정하며 문제가 없었는지 이런 저런 평가가 나올 만도 한데, 늘 그렇듯 공관위를 향한 시각은 자신이 공천을 받았는지, 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벌써부터 완전히 양분되어 있다.

◆ 지도부부터 친·비박 다선까지 가리지 않고 ‘물갈이’한 점은 혁신

일단 공관위의 현역 물갈이 폭이 크다는 데엔 현재 어느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데, 4선 이상 중진 17명 중 심재철, 나경원, 조경태, 신상진, 정진석 외엔 70%가 넘는 12개 지역구가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고, 5선의 이주영, 4선의 김재경이 컷오프 됐을 뿐 아니라 대선주자급 원외 인사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도 가차 없이 공천배제 통보를 받았다.

심지어 지도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7명의 통합당 최고위원 중 심재철, 조경태. 정미경 등 3명만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을 뿐 김순례 의원은 공천 신청한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탈락하고, 신보라 의원도 당초 출마하려던 미추홀갑이 아니라 험지인 경기 파주갑으로 배치됐으며 3선의 김재원 의원마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아니라 수도권 험지인 서울 중랑을의 경선대상자로 분류됐다.

특히 공관위는 공천 면접 일자를 연기하는 등 현역 의원들이 스스로 불출마 선언하도록 압박까지 한 끝에 지난 9일까지 자의든 타의든 28명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고, 여기에 컷오프한 20명까지 합하면 현역 의원 교체율은 39%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 8일 현역 30명을 무더기 공천했던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도 불출마 의원 수로나 현역 교체율로 보나 통합당이 대체로 앞서고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더구나 윤건영, 고민정 등 청와대 출신 ‘친문’ 인사들을 배치한 민주당과 달리 통합당에선 황 대표의 측근인 최교일, 이진복, 김도읍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한데다 민경욱 의원은 아예 공천배제되는 등 친황계로 비쳐졌던 인사들도 공천 칼날 앞에서 예외가 된 것은 아니어서 이런 면에서도 ‘혁신 공천’이라 보는 시각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 주도권을 놓고 격돌해온 친박과 비박계는 계파를 가리지 않는 공관위의 압박으로 이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 존재감마저 미약해지고 있는데,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가 주장한 ‘탄핵 7적’(김무성·유승민·정진석·김성태·권성동·이혜훈·하태경)만 해도 이 중 본래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 받은 인물은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정진석 의원뿐이고, 이른바 ‘진박 10인’ 역시 통합당 안에 아직 남아있는 5명 중 김재원 의원만 서울 중랑을로 옮겨 경선을 치르게 됐을 뿐 나머지는 불출마나 컷오프 당한 상황이다.

물론 탄핵 주역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이 통합당으로의 통합 과정에서 자진해 불출마를 선언한 점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최근 통합당을 중심으로 ‘통합’하라는 메시지를 내놓다보니 당 안팎을 막론하고 친박계가 더는 세력을 앞세우며 반발할 명분 역시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에 따라 향후 21대 국회에선 지금보다 계파색이 한층 옅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안철수계·유승민계 등 비주류 약진…‘김형오계’ 판 깔기?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우)이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영입과 관련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우)이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 영입과 관련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반면 통합당 내에서 비주류 꼽힐만한 안철수계나 유승민계의 경우 완전히 낙마하는 인사가 거의 없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일례로 바른미래당에서 ‘셀프 제명’으로 탈당했다가 국민의당이 아니라 통합당에 입당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5명 중 대전 유성을에서 경선을 치르게 된 신용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으며 인천 부평갑에 공천 신청했다가 안철수계 중 처음 컷오프 됐던 문병호 전 최고위원조차 서울 영등포갑으로 결국 단수공천 받았다.

마찬가지로 문 전 최고위원처럼 구 안철수계인 김영환 통합당 최고위원도 경기 고양병으로 단수추천 받았으며 이 지역에 공천 신청했다가 탈락한 안철수계 김삼화 의원도 서울 중랑갑에 단수추천 받았는데, 비단 안철수계 뿐 아니라 유승민계에서도 지상욱, 오신환 의원이 일찌감치 본래 자신의 지역구로 단수공천 받거나 이혜훈 의원이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 됐음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을에서 다시 경선 기회를 얻는 등 자유한국당 출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민주당에서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전진당 대표로 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의 경우 전략공천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에 전략 공천하는 등 비주류의 약진이 눈에 띄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김 위원장이나 그를 영입한 공관위원장 추천위원회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 모두 비주류 출신이어서 기존의 친·비박 계파 청산을 명분 삼아 비주류 세력이 ‘어부지리’로 당내 입지 확대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계파색이 옅거나 불분명한 오세훈, 나경원 등 비주류 세력이 속속 공천 받은 부분도 없지 않거니와 급기야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인데, 부산 중·영도구 추가 공모 마감 10분 전에 공천을 신청한 뒤 경선대상자에 포함된 황보숭희 전 부산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의원 시절 비서 출신인데다 인천 중·동·강화·옹진에 단수공천 받은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도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공보비서관을 지냈던 것으로 밝혀져 이참에 ‘김형오계’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수도권 ‘노른자위’인 서울 강남을엔 지난 2012년 ‘김형오 후계자’로 영입됐던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 전략공천을 받았는데, 지난 20대 총선 당시 부산 영도에 출마했으나 김무성 전 대표와의 경선에서 패한 이후 당내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음에도 험지가 아니라 텃밭에 공천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놓고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밖에 서울 강남갑에는 김 위원장이 영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를 전략공천한데다 또 다른 텃밭인 서초갑에는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강동갑에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등 김 위원장이 영입하거나 인연이 있는 인물들 대부분이 공천 받았다는 점도 이 같은 의심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임명만 하면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공관위가 끝나면 난 자연인”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9일에도 “이번에 공천 받지 못한 사람들 중 김형오와 가까운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천이라고 하면 흐름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속속 가시화되는 ‘무소속 출마’ 기류…공천 반발 본격화 되나

권성동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권성동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그래선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 위원장의 공관위에선 그동안 나경원, 김용태, 장제원, 조해진 등 공천 확정 받는 데 있어 순탄했던 친이명박계에서도 다선 의원을 컷오프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는데,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무죄를 받았음에도 강원 강릉에서 10일 3선의 권성동 의원은 공천 탈락하고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단수추천을 받았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권 의원 컷오프와 관련해 “시대의 강을 건너려고 하면 밟고 지나가야 할 다리가 필요하다. 다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수용해줄 것을 촉구했는데, 이에 권 의원은 즉각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죽이려는 이유는 제가 과거 법사위원장 재직 시 탄핵소추위원을 맡았다는 이유로 일각에서 저의 공천배제를 주장하며 선거연대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공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공관위에 즉시 재심을 청구하고 불응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공관위에 최후통첩했다.

사실 공천 결과에 대한 반발은 권 의원 이전부터 이미 표면화되기 시작했는데,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에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28일 인천 미추홀을에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지난 8일 거창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공관위에서 참 나쁜 결정을 내렸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홍준표 전 대표 역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막천을 해놓고 희생과 헌신 운운하면서 무소속 출마해선 안 된다는 것은 무슨 경우냐. 이번 주 목요일 오전 최고위원회까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한 만큼 황교안 대표가 컷오프를 인정할 경우 무소속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인제 전 의원도 같은 날 충남 논산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전 대표처럼 황 대표에게 공관위 결정을 되돌려달라고 호소하면서 만일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공관위를 향한 저항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는데, 정책위의장으로서 지도부 일원인 김재원 의원마저 10일 “당 정책위의장이 아니었다면 저도 다른 길을 고민했을 수 있다”며 영남에서 컷오프하고 수도권 험지 경선으로 붙인 공관위에 대해 불만을 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공관위에 대한 당내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통합당 최고위에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영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인데, 자신만의 소신과 색채가 강한 김종인 전 대표가 선대위를 맡을 경우 일부 지역의 공천 결과를 수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김형오 위원장이 짜놓은 통합당의 공천 결과가 향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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