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고용노동청서 회견
“노동청이 노조 설립 필증 미뤄”
11일부터 무기한 1인 시위 전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미루는 노동청을 규탄했다. ⓒ오훈 기자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미루는 노동청을 규탄했다.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노동을 보호해야 할 행정당국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업무태만을 벌이면서 우리를 노동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 힘없는 노동자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곳 서울노동청마저 우리를 막고 있는 이 현실 앞에서 우리의 이 분노와 좌절감은 대체 어디에 호소해야 하는 것인가”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호소했다. 이들은  노동조합 설립 필증 교부를 차일피일 미루는 서울고용노동청과 코웨이의 미온적인 안전대책을 비판하기 위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노동청 앞에 모였다.

■ 노조 설립 차일피일 미루는 노동청

지난해 11월 2일 설립총회를 통해 700여 명으로 출범한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4개월 만에 3500여 명 조합원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지난 1월 31일 노동청에 코웨이 정식 노조로 인정해달라는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업무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음은 물론 유니폼을 입고 코웨이 제품을 점검·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3일 이내 필증을 교부해야 하는 노동조합법과 달리 노동청은 40일이 지나도록 묵묵부답 상태다. 설립 필증 교부 업무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청이 업무태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코디·코닥은 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그러나 노동청은 ‘4대 보험 가입 증명원’, ‘근로계약서’ 등 이들의 근로조건과 맞지 않는 보완서류를 요구하고, 출석 조사 시에는 필증 교부와 연관성이 없는 질문을 했다는 것이 코디·코닥지부 측 주장이다.

이도천 가전통신서비스노조 공동위원장은 “특수형태 근로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재벌일지 몰라도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해 노동자의 삶이 향상되도록 하는 것은 노동청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특수고용노동자를 만들어놓고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노동자와 고객 안전보다 ‘영업’ 우선?

코디·코닥 노조는 필증 교부가 지연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렌털업계 특성상 고객 가정방문이 주를 이루는 코디·코닥에게 오히려 판매·점검 업무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코로나19 사태에도 현장 근로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공문을 보내왔다는 주장이다.

이동춘 대구지역 조합원은(고수진 조합원이 대신 낭독) “회사에서 3월 9일 이후로 모든 일정을 연기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가 다시 16일로 변경, 또 고객과 조율 후 처리하라는 등 번복 공지가 내려왔다”며 “회사 측에서 중심을 못 잡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불안과 혼선을 야기시켰다”고 말했다.

고객 방문이 미뤄질 시 발생할 업무 혼선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고객 방문이 보류 처리되면 코디·코닥은 해당 건수 수수료의 70%만 지급받는다. 미뤄진 방문을 처리해야만 나머지 30%를 받을 수 있다. 이달 지속적으로 미뤄지는 고객 방문으로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은 물론,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었을 때 기존 고객에 더해 미뤄진 일정까지 전부 소화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고객 방문을 하지 않고 보류 처리되면 70% 선지급을 해준다고 하나 그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구 경북 지역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90%에 달하는 만큼 회사 지원도 그에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디·코닥 노동자들은 오히려 회사로부터 의류청정기와 공기청정기를 팔아오라는 매출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관리자로부터 ‘위기가 기회’라는 강압에 못 이겨 일부 지국에서는 업무 미팅과 제품 주문이 강행되고 있다는 것.

김순옥 수석 부지부장은 “여전히 일부 지국은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업무 미팅을 강행하고 있으며 고객이 요청하면 확진자인지 자가 격리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방문점검을 진행해야한다”며 “현장의 원성은 높지만 회사는 안전 대책에 미온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미루는 노동청을 규탄했다. ⓒ오훈 기자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0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미루는 노동청을 규탄했다. ⓒ오훈 기자

■ ‘노조 할 권리’ 찾을 것

코디·코닥 노동자들은 회사가 월 말이면 사무실에서 늦은 밤까지 고객 연체금을 잡게 하고, 고객이 렌털료를 내지 못하면 코디 급여에서 차감하는 등 수당 대물림을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넷마블로 회사가 인수되는 과정에는 그 어떤 회사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디·코닥 노동자들은 회견문을 통해 “코웨이 지국장과 팀장으로부터 모든 업무에 대해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으며 세부적인 업무평가에 따른 승진 등 보상 체계까지 갖춰져 있다”며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노동청 관계자와 면담을 통해 노조 설립 필증 교부 지연에 대해 항의했다. 오는 11일부터는 무기한 1인 시위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왕일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우리는 노동조합 설립을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쟁취하기 위한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노동청은 법대로 즉각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교부해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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