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제2금융권 여성 채용·임원 비율 실태조사
유리천장도 여전…여성 임원 비율, 5년째 4%대 ‘고정’

금융사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을 ‘비정규직’과 ‘고졸’로 주로 채용하는 유형의 차별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사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을 ‘비정규직’과 ‘고졸’로 주로 채용하는 유형의 차별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금융사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여성을 ‘비정규직’과 ‘고졸’로 주로 채용하는 유형의 차별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이 소속 지부를 대상으로 여성 채용 및 부서장·임원 비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사무금융노조에는 카드·저축은행·증권·보험·공공금융·상호금융 업종의 90여 개 지부가 소속돼 있으며, 이번 조사에 응한 지부는 총 77개 지부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사업장은 지난해 총 2552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이 중 여성 비율은 55.5%(1413명) 이었다. 그러나 신입사원 중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1066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76.2%(812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비정규직 여성 신입사원 채용 비율 70% 대비 6.2%p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정규직 신입사원 중 여성 채용 비율은 45.8%에서 같은 기간 40.4%로 5.4%p 감소했다. 

사무금융노조는 학력을 기준으로 놓고 봐도 채용에서의 여성차별 경향성은 뚜렷하다고 꼬집었다. 조사 대상 사업장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고졸 학력의 신입사원을 총 422명 채용했다. 이 중 여성은 총 358명으로 비율상 84.8%에 달한다. 전년(2018년) 기준 고졸 학력 신입사원 채용에서의 여성 비율은 84.4%(380명)였다. 

초대졸 이상 학력이라 해도 여성은 정규직으로는 남성보다 ‘더 적게’ 채용됐다. 2019년 초대졸 이상 정규직 부문에 채용된 신입사원 1407명 중 여성 비율은 37.5%에 불과했다. 반면 초대졸 이상 채용 722명 중 비정규직으로 뽑힌 여성은 527명(73.1%)이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는 초대졸 정규직 여성 채용 비율의 2배에 근접하는 수치”라며 “즉, 금융사는 여성을 고졸로, 비정규직으로 더 많이 뽑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과 마찬가지로 승진과 관련한 유리천장 문제 역시 지속되고 있었다. 사무금융노조 소속 90여개 지부의 전체 직원은 7만9226명이며 이 중 42.5%(3만3,659명)가 여성이다. 

그러나 자료 제출에 응한 사업장 77개 올 2월 기준 회사 전체 임원 1349명 중 여성 임원은 65명(4.8%)에 불과했다. 등기임원 546명 중 여성 비율은 3.8%(21명)에 그쳤다. 관리직군 부문에서의 유리천장도 여전했다. 차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10,2%(601명), 부장직급 부서장 중 여성 비율은 7.2%(246명)이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에 걸쳐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0%대를 유지했으나, 여성 임원과 여성 관리자 비율은 여전히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직무별·직급별 채용 과정에서 특정 성별이 일정 수준 이하가 되지 않도록 정해야 한다”며 “승진 시 전체 승진 대상자 중 여성을 해당 직급 여성의 비율만큼 포함하는 등의 각종 할당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학력 상급자는 남성이, 저학력 하급자는 여성이 대부분인 이러한 직장 내 위계 구도는 남성을 주 생계부양자로 간주하고, 돌봄 노동을 여성의 몫으로 전가하는 문화적 차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정광원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장은 “각종 할당제 도입과 함께,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육아휴직을 의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 평등 육아휴직제’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러한 육아휴직 제도가 실효성을 지니려면 사용 과정 및 복직 이후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보공개와 모니터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무금융노조 여성위원회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러한 채용 및 승진 차별 실태를 적극 알리기 위해 올해부터 ‘사무금융노조 38초 유리천장 영상 공모전’을 개최한다. 

주제는 사무금융노조에서 발표한 ‘금융권 여성 임원 비율 실태조사 결과’ 내용을 기반으로 ‘38초 분량의 영상’ 형식으로 응모하면 된다. 공모전에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총상금은 700만 원이며, 공모 기간은 이달 8일부터 5월 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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