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세계관, 인생관, 인간관인데 우리는 과연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가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정치가 판치는 것은 ‘자기 철학이 없는 사람들’ 때문
친박은 ‘박근혜 팔이’ 친문은 ‘문재인 팔이’인데 모두 '악성 정치 바이러스'다
자기 철학을 갖고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해야 대한민국 미래가 있다

신천지, 친문(대깨문), 친박(대깨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자기 생각이 없는 정신적 노예들의 집단, 전근대적인 집단’이라는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보면 ‘그 사람은 철학이 없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여기서 철학이란 ‘자기만의 생각(사고방식)’을 말한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보는 세계관, 삶을 보는 인생관,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관’에 대해 나름 정립을 하게 된다. 자기 나름의 철학을 만들게 되면 삶의 과정에서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다.

영국 철학자인 버틀란드 러셀은 철학의 위치를 ‘신학과 과학의 중간지대’로 설정했다. 신학은 ‘초인간적 존재(절대자)’를 신앙과 이성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신앙(믿음)이 밑바탕이 되다보니 현실과 괴리가 크다. 반면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며 철저한 실증을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과학이 풀지 못하는 난제(특히 인간 정신의 문제)도 많은 데 이걸 이성과 합리로써 차근차근 따져보고 설명하고자 하는 게 바로 철학이다.

국가 경영은 신학이 중심이 되어야 할까, 과학과 철학이 중심이 되어야 할까. 오늘날 세계는 신학이 아니라 과학과 철학을 삶의 중심에 놓았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예컨대 ‘번개는 제우스의 분노’라고 설명한 게 신학이라면, ‘번개는 전기 현상’이라고 설명한 게 과학이다.

대한민국도 과학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국가 경영을 하고 국민 교육에 나서면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쉽게도 대한민국 고유의 ‘국가 철학이나 국민 철학’이 발전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신천지 친문 친박 등이 출현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만희 총회장이 세운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가 폭풍 성장한 배경으로 한 언론은 ‘비유 풀이, 조건부 종말론, 다단계 조직’을 꼽았다. 이만희 총회장은 하나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자(使者)이며, 과천에 총회본부가 있는 것은 ‘과천 청계산에서 요한계시록의 예언이 이뤄졌다’라는 식으로 비유 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또 선택받은 사람 즉 이만희 총회장에게 인정받은 사람만이 심판의 날에 구원을 받아 영생을 누린다고 가르친다. 신천지 교도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굳게 믿는다. ‘과학적 사고를 갖고 정신을 차리라’는 사람에게 ‘믿음이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그동안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사이비 종교의 역사’를 들어도 ‘자신들은 다르다’고 말한다.

박근혜를 따르는 친박들은 진박(진짜 친박), 대깨박(대가리가 깨져도 친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들은 오로지 ‘박근혜가 진리이고, 박근혜만 옳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우파 보수정당이 가져야 할 ‘자유, 정의, 공정의 가치와 중요성’을 아무리 역설해도 듣지 않았다. 친박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2016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고, 그 후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거치며 그들이 그처럼 따르던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고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친박들은 21대 4.15 총선을 앞두고도 오로지 ‘박근혜 팔기’에만 몰두했다. 서청원 조원진 김문수가 합쳐 만든 자유공화당, 홍문종이 만든 친박신당, 정종섭 등이 주도한다는 한국경제당 등이 모두 정치 철학이 없는 대표적인 박근혜 팔이 정당들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4일 친필 메시지를 통해 “기존 거대 야당(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말하자 친박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과정에서 속칭 친박들은 사실 박근혜의 생각도 전혀 읽지 못하는 허당이자 바보임이 드러났다.

친박들은 이제 미래통합당을 향해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며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철학 없는 정치 행보’로 정치 생명이 끊기게 되자 생명을 연장하려고 나선 것이다. 자신들의 진짜 역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주는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듯 하다.

친문은 오로지 ‘문재인만 옳다’는 사고방식에 젖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짓말을 해도, 사실을 은폐해도, 국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오로지 ‘문재인’만 외친다. 신천지가 이만희를 떠받들고, 친박이 박근혜를 모시는 것과 동일한 행태다.

그러다보니 이런 농담까지 나돈다. 한 사람이 “박정희는 산업화에 성공했고 노무현에게는 사람 냄새가 났는데, 문재인은 무엇을 했을까?”라고 질문하자, 골수 친문이 “문재인이 네 친구냐?”라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문재인을 거의 하나님처럼 모신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가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지난 2월 13일 “코로나가 곧 종식된다”고 장담했을 때 친문들은 마스크 끼는 것까지 조롱하며 ‘대한민국 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외쳐댔다. 문재인 정부의 철저한 무능으로 우한 코로나가 확산되고 급기야 사망자가 속출(3월 5일 낮 현재 36명)하고 곧 2015년 메르스 사망자(38명)를 추월할 시점에도 여전히 “문재인 정부가 방역을 잘하고 있다. 우한 코로나 진단능력은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외쳐댄다. 진단능력이 뛰어난 것은 한 훌륭한 기업인이 선견지명을 갖고 진단키트를 만든 덕분인데도 모든 것을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치권력을 갖는다”는 말이 있다. 지혜롭고 철학이 있는 국민들은 대체로 수준 높은 나라를 갖고, 무지하고 철학이 없는 백성들은 수준 낮은 나라를 갖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친박의 횡포에 이어 친문의 횡포를 겪고 있으며, ‘정신적 노예들’의 득세 속에서 외국 나들이를 하는 국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라서 수모를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이처럼 수모를 겪는 원인으로 ‘자기 철학이 없는 국민들’을 지목하면 그건 지나친 자기비하일까? 철학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설명하기는 어렵다지만 최소한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국민들, 최소한 과학적 상식과 철학적 원칙을 얘기하는 국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만의 지혜로 자신만의 제대로 된 철학을 정립할 때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집단도, 친박이나 친문과 같은 ‘악성 정치바이러스’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책도 많이 읽고(한국인의 독서량은 한심 수준), 사색도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제대로 된 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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