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마다 희비 엇갈려…일정 촉박한데 與野 재의 요구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 원내대표 간 담판에도 선거구 획정 문제를 결론내지 못하자 결국 지난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국회의장에게 가안을 제출하게 됐는데, 예상보다 선거구 변화 폭이 커 영향 받는 현역 의원만 16명에 달하다 보니 당장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 4곳 분구·4곳 통폐합한 획정위案…여야 모두 불만 속출

선관위가 내놓은 획정안에 따르면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 등 4곳 선거구를 나눠 이전보다 각 1개씩 총 4개의 선거구를 늘린 데 반해 서울 노원, 경기 안산, 강원, 전라남도에선 1개씩 줄였는데, 이 같은 결과에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까지 속속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번 획정안으로 자신의 지역구인 기존 노원을이 사라지게 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획정안이 나온 직후 입장문을 통해 “획정위는 강남구 선거구를 줄이지 않고 노원구 선거구를 2개로 줄이는 결정을 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라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노원갑에 출마하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서울 노원구 3개 선거구는 선관위가 인구 하한으로 정한 136,565명을 모두 2만 명 이상 초과한 지역”이라며 통합할 이유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노원구 인구는 542,744명으로 강남구(542,154명)보다 더 많아 노원 갑, 을, 병 모두 자당 국회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선 이 같은 결과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반면 당초 노원병이 지역구인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통폐합 지역에 노원구가 포함됐다는 소식에 “큰일 났다”며 당혹스러워 하는 반응을 내놨으나 이내 “을이 둘로 찢어져 갑과 병으로 간 게 이번 획정위 안”이라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조를 이뤘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노원 전역에서 제 지지가 강하기에 어느 곳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다. 비슷한 성향의 지역구라 내 활동 지역 인구만 1.5배로 느는 셈”이라며 “노원 정가에선 이번 일을 주도한 게 (민주당) 모 의원이란 식으로 공격성 발언이 나오고 있는데 찢어지는 노원을이 지역구인 우 의원이 세게 반응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당 내부를 흔들어놓으려는 여유까지 보였다.

하지만 통합당 역시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시·군이 통합되는 강원지역 통폐합 결과에 대해선 격하게 반발했는데, 속초·고성·양양이 지역구인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과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대형 공룡선거구로 6개 시·군이 묶인다면 지역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문화와 정서, 생활권을 완전히 무시한 줄긋기는 관할 면적이 넓어 민의 수렴이 어렵다”며 “사상 최악의 게리맨더링”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심지어 이 의원은 물론 송기헌, 권성동, 김기선, 김진태, 염동열, 이철규 등 여야를 막론하고 이 지역 의원들은 4일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는 선거구 획정은 지역 분권과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오로지 힘의 논리만으로 강원도를 죽이려는 만행이자 폭거”라며 “여야 강원도 의원 일동은 강원도 9개 의석 재획정을 촉구한다”고 공동성명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 예민해진 정치권, ‘커넥션’ 음모론 제기부터 일부선 ‘획정안’ 찬성도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기 안산시 선거구 통폐합으로 영향을 받게 된 김명연 의원(경기 안산 단원구)은 급기야 “선관위 발표는 법과 원칙도 없이 민주당과 민생당의 밀실 야합에 승복해 여당의 하청기관임을 스스로 증명한 것으로 오로지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주기 위해 안산시민을 희생시킨 반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브리핑 직후에도 “내용을 보면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하고 얼마든지 야합해 상의하면서 했다고 단정한다. 지금 늘어나고 줄어드는 지역구 현역 의원이 어느 당인지 보면 알 것”이라고 의혹까지 제기했다.

여기에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까지 “민주당과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계속적으로 확정위에 모든 것을 맡기자고 주장해왔는데,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는데, 정작 유 공동대표조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획정안에 대해 “당초 국회 논의과정에서의 합의를 정면으로 배치하는 잘못된 선거구 획정 제출이라 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혹평을 퍼부었다.

특히 호남 지역 역시 목포, 나주·화순, 광양·곡성·구례, 담양·함평·영광·장성, 영암·무안·신안 등 5개 지역구가 목포·신안, 나주·화순·영암, 광양·담양·곡성·구례, 무안·함평·영광·장성 등 4개 지역구로 조정되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에선 강한 불만을 표출했는데, 장정숙 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공직선거법에서 농산어촌 선거구를 보존한다는 25조2항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꼬집은 데 이어 “전남의 경우 선거를 목전에 앞두고 선거구 변경을 최소화한다는 교섭단체 간 합의사항이 무시됐다. 이미 현행 선거구에 각 당 후보자가 확정된 지역도 다수여서 큰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같은 지적에 문희상 국회의장도 “그동안 교섭단체 간 논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미흡한 감이 있다”며 한 목소리를 냈는데, 이처럼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당초 선거구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가 현행 유지가 결정된 서울 강남을의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의 합법적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으며 경기 군포갑에 출마한 같은 당 김정우 의원도 “제 의견이 반영된 중앙선관위의 선거구 획정안 발표에 감사를 표한다”고 획정안 찬성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일부 개인 유·불리에 따라 엇갈린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여야, 선거구 획정위에 재의 요구키로…획정안, 하루 만에 반송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전혜숙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 논의의 건을 상정하고 있다. 

다만 대체로 이번 획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보니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획정안이 선거법 제25조 1항 1호의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제7조 1항에 따른 주민등록표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한다’고 규정한 법의 취지를 훼손했으며 선거법 25조 2항의 ‘국회의원 지역구의 획정에 있어선 제1항 제2호의 인구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선거구획정위에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천명했는데, 뒤이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오후 전체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 재의 요구를 이의 없이 의결했고, 결국 획정위의 독자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돌려보내지게 됐다.

앞서 이런 지적을 예상한 듯 김세환 선거구 획정위원장도 전날 선거구획정위 브리핑 당시 “일부 선거구는 투표 가치의 평등을 바탕으로 지역 대표성을 반영할 방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고, 그 결과 인구 및 생활 문화권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 등 조정이 불가피하거나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에도 아쉬움이 남는 선거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끝내 국회에서 반송되자 김 위원장은 4일 “선관위는 최대한 (여야) 합의될 수 있도록 기다렸는데 오는 7일부터 재외국민 열람 신청일이 도래하기 때문에 더 늦춰지면 안 돼 결심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법정제출시한을 이미 1년 가까이 넘겼음에도 여야가 획정기준에 합의하지 못해 지난달 28일부터 자체적인 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내놓은 강원도의 ‘공룡지역구’ 역시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2:1을 초과하면 위헌이고 각 선거구의 인구는 선거구 평균 인구 ±⅓배 이내여야 한다는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재외 선거명부 작성 시한인 6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부재자 투표가 어려워지는 등 선거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그동안 어떻게든 5일 본회의에선 획정안을 통과시키라고 국회를 압박해왔는데, 이날 행안위 의결 때문에 계획대로 선거 준비를 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해져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행안위는 5일 오전 10시 획정위의 획정안이 재송부된다는 전제하에 획정안을 의결할 전체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5일 오후 열릴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나 김세환 선관위 사무차장은 행안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원안을 다시 제출할 것인지, 아니면 5일 행안위 전체회의 시한을 맞춰 수정안을 제출할지 묻는 질문에 “모른다”며 “지금 가서 획정위 긴급 소집을 해봐야 하는데 행안위의 의결 근거도 다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제 와서 선거구 획정위가 새로운 획정안을 내놓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인데, 다만 행안위에서 처리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 부의할 수 있는 만큼 과연 여야가 합의했던 총선 전 41일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인지 총선 출마 후보자들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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