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숙박 대출금 13% 증가한 227조원
자영업자 “금융 지원보다 세금 감면 필요”

지난달 10일 한산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오훈 기자
지난달 10일 한산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오랜 기간 동안 자영업을 해왔지만 그 어느 때보다 힘듭니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몇 년 새 부쩍 장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불황의 원인이 ‘코로나19’는 아니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감염증 여파로 외출과 외식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그의 가게는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 없이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기 때문.

A씨는 “코로나19가 생기기 전, 이미 불경기는 시작됐다”며 “자영업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이슈에 따라 오르내리는 일시적인 소비심리가 아니라 대출 이자와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 그리고 임대료”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서비스업 대출금은 잔액은 전년 말 대비 9.6% 늘어난 741조9000억 원이다. 

이 중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에 대한 대출금은 226조7619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3.3%(6조7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서비스·제조· 건설 등 전체 산업 대출금 상승률인 7.7%를 웃도는 수치다. 이는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사업 운영에 들어가는 운전자금 대출은 13조5000억 원이 늘어났다. 생산설비를 구입하거나 시스템 설비를 개체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인 시설자금도 9조1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제조업 대출은 1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대출이 2000억 원 감소하고,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업 대출이 5000억 원 줄어든데 따른 결과다. 건설업 대출금은 1000억 원 감소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대출의 높은 상승폭은 나빠진 내수 부진에 도·소매 업체들이 ‘대출로 버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나 신설 법인 수가 증가한 탓도 있었다. 지난해 4분기에 도소매·음식·숙박업종에서 새로 생긴 법인 수는 6738개로 3분기(6172개)보다 늘었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대출을 얻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어 대출건전성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중 고금리대출업권(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대부업) 비중은 12.4%로 여타 자영업자(4.7%)의 2.6배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도매업 비중이 13.5%로 가장 높았으며, 소매업 12.9%, 음식점업이 12.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잠재적인 부실을 나타내는 연체차주 대출 비중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4.1%로 여타 자영업자(2.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 업종별로는 숙박업(5.5%)과 음식점업(5.4%) 등이 여타 업종에 비해 높았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 대출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저소득 자영업자는 사업 규모가 작고 업황 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경기둔화 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90일 이상 장기 연체차주의 대출 비중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생존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저금리 대출 지원 등 금융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배정된 추경 예산 6조2000억 원보다 약 두 배 높은 11조 원이 넘는 추경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업계 곳곳에서 나온다. 

이에 금융 지원보다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관광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현 정권 들어 1년에 내는 세금이 체감 상 두 배 늘었다”며 “코로나19 관련 대출도 결국 빚이며 조건에 맞지 않으면 받을 수도 없다. 세금 감면이나 세금을 낸 만큼 대출해주는 방안이 마련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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