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없이 ‘전략공천’에 반발 상당수…공천 근거에 의문 제기하는 목소리도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좌)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좌)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관위원장(우)의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5총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 내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비단 원외 예비후보들 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일부 반기를 들고 있다 보니 자칫 공천 후폭풍이 각 당 내부를 흔들어놓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 쏟아지는 재심에 시험대 오른 통합당 공관위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속속 공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예비후보들의 재심 청구 역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이은재 의원이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한때 다른 당으로의 출마 가능성까지 내비쳤을 만큼 격노했던 이 의원은 공관위를 겨냥 “여론조사 결과 제가 잘 받았고 당무감사도 잘 받았는데 이렇게 (컷오프)되는 건 오로지 강남이란 이유”라며 “그러면 강남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한데 다른 데로 가든지 의사가 없는지 본인한테 이야기가 돼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 공관위가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고 옛날 주먹구구식 공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가 빈말이 아닌 듯 이 의원과 함께 컷오프된 3선의 윤상현 의원도 통합당 공관위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미추홀을에 당초 계양갑 출마를 희망했던 안상수 의원을 전략공천하자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무감사 결과나 여론조사 결과에 지난 4년의 노력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으나 윤상현을 희생양 삼아 선거를 치르겠다는 선거 공학적인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했다”며 “저는 4년 전에도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또다시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공관위에 정면으로 맞섰다.

실제로 윤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막말 녹취 논란 등으로 공천 탈락하게 되자 무소속 출마한 뒤 당선돼 새누리당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당시 무소속 당선자로서 그와 함께 입당 승인을 받은 나머지 3명 중 한 명이 공교롭게도 이번에 그의 지역구로 우선추천 받은 안상수 의원이었다는 점은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나 두 사람이 모두 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만일 어부지리로 여당이 승리할 경우 윤 의원 뿐 아니라 공관위 역시 ‘보수 분열’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관위의 공천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연수을에 단독으로 공천 신청했음에도 공관위의 민현주 전 의원 단수추천 결정으로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 역시 2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라는 영어 문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뒤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오후 공관위에 경선을 요구하는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당선 가능성 면에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당내 경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2일엔 공관위 결정 내용을 반려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최고위 일각에서 나왔는데, 김순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공관위가 저의 5·18 발언을 문제 삼아 경선도 없이 컷오프시켰다. 혁신을 빙자해 저를 희생수단으로 삼은 것”이라며 “잘못된 공천으로 보수를 분열시키고 우파 파멸로 인도하는 것 아닌지 자성하라”고 공관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외부 인사들이 성골·진골인 듯 행세하면서 아스팔트 집회로 헌신하며 당 지킨 사람들은 육두품처럼 내쳐지고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최고위는 더 이상 혁신을 빙자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용기 있는 검토를 촉구한다”며 “저는 최고위에 공직후보자 추천안이 상정되면 추천 결정 사유와 근거 등 구체적 자료 요구로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고 공관위를 압박했다.

◆ 꿈쩍 않는 공관위에 원외 후보들 반발까지 높아져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요구하며 공관위를 성토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요구하며 공관위를 성토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다만 이 같은 비판에도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같은 날 “자기 입장에서 보니 일희일비 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지역구 공천은) 한 자리 밖에 없으니 여러 사람들이 뜻을 펼치지 못하면 불편한 심정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누가 가장 경쟁력 있는지 판단한다”고 김 최고위원에 즉각 맞받아쳤다.

여기에 황교안 대표도 “공관위는 공관위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한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라며 최고위가 공관위의 공천안을 거부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여러 가지 다시 검토하는 절차들을 밟아갈 것이나 지금은 그런 가능성을 전제로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단 김 위원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옛 국민의당 출신 김영환 최고위원마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에서 ‘외부인사들이 성골·진골이 되고 있다’는 김 최고위원 발언이 잘못됐다고 전했다. 현재 40명 가량 공천을 신청했지만 확정된 분이 김근식 후보 한 명”이라며 “후보들이 거의 다 탈락하고 있는데 공관위가 저희를 우대한다는 발언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김순례 최고위원에 도리어 각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원외 예비후보들까지 재심 청구는 물론 집단행동까지 나서면서 공관위 압박 대열에 뛰어들었는데, 1일 정우택 의원을 단수추천한 데 반발한 통합당 김양희 청주 흥덕구 예비후보가 재심 청구를 요구했으며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단수 공천한 세종시 지역구에선 통합당 송아영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세종시당 지역에서 노력해 만든 양지를 빼앗는 불합리한 공천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 예비후보 20여명은 ‘통합당 부당공천 반대모임’을 결성한 뒤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혜 공천을 철회하고 공정 경선하라”고 공관위에 촉구했는데, 대체로 당협위원장 출신인 이들 후보들은 무작정 전략공천이나 단수추천으로 공천할 게 아니라 지역당 조직을 운영해온 부분을 감안해 경선할 기회라도 줘야 한다고 공관위에 항의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표명하면서 공관위를 압박했는데, 회견문에선 국민공천배심원단 운영을 요구한 데 이어 부당 공천으로 분열을 야기하는 김 위원장도 공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 통합당보단 덜해도 민주당 역시 공천 결과 불복 기류 ‘솔솔’

공천배제된 유승희 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DB
공천배제된 유승희 민주당 의원. ⓒ시사포커스DB

이렇듯 통합당에서 공관위에 불복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그 정도는 덜하다지만 곳곳에서 공천 잡음이 조금씩 터져 나오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중진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비록 이종걸 의원처럼 “경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서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수용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유승희 의원처럼 SNS를 통해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당헌당규에 따라 이의신청하겠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후보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예 유 의원은 지난달 27일 오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일반 국민여론조사 득표 수와 선거캠프에서 자체 집계한 투표 결과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경선 투표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그는 선거캠프에서 성북갑 관내 동단위로 자체 집계한 득표 결과표도 공개하면서 “이 표만 봐도 족히 1800표가 된다. 그러나 내게 나온 표수는 불과 1388표로 김 후보에게 무려 1000표가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내가 가진 의혹에 대해 당에 정식으로 이의제기와 재심요구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밖에 충청 지역에선 원외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공천 결과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충북 음성·진천·증평 등 중부3군의 경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3명의 예비후보들이 아니라 당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갑자기 추가후보 공모에 응모한 임호선 예비후보가 단수공천을 받게 되면서 임해종 예비후보는 재심 신청 의사를 밝히는 등 격렬하게 들끓고 있으며 현역 의원이 불출마 선언한 충남 천안갑·병에선 당이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한 데 대해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할 경우 거물급 인사에 밀려 낙천 가능성이 높은 예비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항의하자 일부에선 솔선해 경선 의사를 밝히는 후보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2일 원주갑 출마 기자회견에서 “저는 전략공천을 원하지 않고 아름다운 당내 경선을 원한다”며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겠다. 추락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 운명을 강원도에 맡기려 한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경선 여부 문제부터 공관위의 평가 근거에 대한 의혹 제기를 비롯해 다양한 반발 의견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야 모두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공천 문제를 과연 잘 갈무리할 수 있을 것인지 각 당 지도부와 공관위 행보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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