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례 위성정당 창당엔 ‘선 긋기’…他 당과 선거연대로?

(좌로부터)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특보, 김종민 의원 등 5명이 비례정당 문제를 놓고 밀실 회동했던 것으로 밝혀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좌로부터)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특보, 김종민 의원 등 5명이 비례정당 문제를 놓고 밀실 회동했던 것으로 밝혀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지난 27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치는 등 속속 총선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사태란 악재를 맞은 집권여당에서도 선거를 위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 처리했으나 정작 제1야당에서 비례정당을 창당해 사실상 선거제 개정 취지를 무력화시키자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만명을 넘기는 등 심상치 않은 여론 동향을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 선거 결과 걱정되는 與? 끊이지 않는 ‘비례민주당 창당’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그간 전염병 대응에 자신감을 드러냈었던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 모두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더구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화 등 정부마저 선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담감만 안겨주고 있어 당장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민주당에선 급기야 선거제 개정의 명분을 스스로 저버리게 되는 비례정당 창당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몇몇 친문 인사들은 군불을 때고 있는데, 지난 20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서 미래한국당을 거론하면서 “저 무리들이 비례당을 만들었는데, (우리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 없다.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으며 21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번 선거에선 민심 왜곡 우려가 있고,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거세게 비판해온 바 있어 이들의 발언 역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23일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느냐”며 이런 주장이 나오는 배경엔 공감대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루 뒤인 24일엔 이 ‘의병론’이 보다 구체적으로 거론됐는데, 민병두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이 비례에서 26석을 가져갈 것 같고, 민주당이 6석, 정의당이 한 6석 가져가면 42석 아닌가. 나머지 5석은 기타 당에 배분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비례에서 20석을 밑지고 들어가는 건데 민주당 입장에선 원내 1당을 빼앗긴다는 얘기”라며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민병대가 돼가지고 ‘보수 세력한테 원내 1당을 넘겨주는 건 안 돼 어떻게든 창당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 의원은 민주당 주도로 비례정당이 창당될 가능성엔 “민주당이 통합당처럼 비례 공천 하나도 안 하겠다고 그래야 위성정당이란 게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위성정당을 하나 또 만들면 표가 분산돼서 실제 효과를 계량하기 굉장히 어려운데 그러니까 민주당은 자기공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이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 4+1로 연대했던 범여권 정당들의 반발을 어느 정도 의식했기 때문인데, 그래선지 당내 4선 중진인 송영길 의원도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반칙행위를 상대방이 하는데 그대로 당할 순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어서 많은 당원들이 ‘의병 정당 만들자’는 얘기가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고 ‘의병론’에 한층 힘을 실었다.

심지어 26일엔 이원욱 의원이 비례민주당 창당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한 발 더 나아간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같은 날 이 원내대표와 전해철 당 대표 특보,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김종민 의원 등 5명은 마포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저녁을 함께 하면서 비례정당을 만드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는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의 압박도 의식했는지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례정당 창당 쪽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방법론을 놓고선 김 의원은 통합당처럼 비례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한 반면 윤 총장은 외부세력과 연대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안팎서 ‘비례민주당’ 논의 질타…與 일단 ‘작전상 후퇴’?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이에 이 원내대표는 “심상정은 안 된다.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당시 함께 했던 범여권 정당과의 연대엔 반대했는데,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정의당과 민생당 등 소수정당들은 당장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성토했다.

먼저 민생당의 김정현 대변인은 28일 “앞에선 정치개혁을 얘기하고 뒷구멍으로는 꼼수 궁리라니 이게 집권여당이 할 일인가. 더욱이 지난해 4+1을 만든 주체들이 상대 정당들을 ‘X물’ 취급한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행태”라며 “전향적인 공작정치고 소름끼친다. 비례위성정당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면피용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당보다 더 나쁘고 비열하다”고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또 정의당의 강민진 대변인도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며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빗발치는 야권의 비판 속에 당시 참석자였던 이 원내대표는 28일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만난 것도, 얘기 나눈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가 비례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결의할 수도 없고 그런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고 결국 김해영 최고위원이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왔다. 이런 행보를 해온 우리 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분명히 반대 입장”이라고 당 내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에서조차 같은 날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증스럽다. 미래한국당 보고 나쁜정치, 가짜정당 등 악담하던 게 불과 며칠 전의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이 비례당을 하든 시민단체 위장정당을 하든 헌법에 보장된 자유지만 자신들이 뿌린 괴물 선거법에 대한 대국민사과는 해달라. 선거법 정상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으라”고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결국 민주당에선 밀실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윤 사무총장이 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비례민주당 만드는 일에 동의하지 읺는다. 저희 당은 정당정치 원칙을 훼손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훼손하는 일도 할 계획이 없다”며 “민주당 명칭을 사용해 그와 유사한 창당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 당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 비례정당 창당 나선 진보진영…與, 선거연대로 미래한국당에 맞설까

정봉주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당초 외부 연대론에 무게를 두고 있던 윤 총장은 외부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그런 제안이 아직 없었다. 제안이 있다면 그에 대해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답할 것”이라며 여전히 여운을 남겼는데, 이는 지난 26일까지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 공모에 130명이 지원했으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고작 6~7명이나 당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선 다른 비례정당과 선거연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으로부터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3의 길은 종국적으로 창당과, 창당 준비하는 사람들과 통합 비례대표 정당 만드는 것”이라며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는데,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아니라는 듯 “민주당과 정책적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지역구 후보는 내지 않고 손혜원 의원과도 함께 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사실상 비례민주당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는 회견에 앞서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정 전 의원이 나와 “지금 민주당 보면 (비례민주당)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내가 그런 사람들한테 ‘당신이 만들라. 왜 당신 손에 물 안 묻히고 설거지하려 하는가(라고 한다)”라고 발언한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비단 정 전 의원 뿐 아니라 진보진영 내에서 보수진영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기 위한 선거연대를 본격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같은 날 진보진영 원로들이 모인 주권자전국회의 등의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어내자. 정치개혁 완수에 동의하는 제 정당의 비례후보들을 한데 모아 (가칭) 정치개혁연합의 이름 아래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선거 후 당선자들은 본래 소속된 정당으로 되돌려 보내 정치개혁을 완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민주당은 이 같은 진보진영 내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별 다른 반응을 내놓진 않고 있지만 이미 130명이나 비례대표 후보를 모집해 독자적인 비례정당 창당도 쉽지 않은데다 미래한국당에 대응하려면 결국 선거연대가 불가피한 만큼 종국에 선거연대에 나설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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