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등 인재영입부터 보좌진 축소 압박까지…金, 사실상 당 대표급 행보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 / 박상민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미래통합당 공천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공관위 범주를 벗어나 월권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앞서 보수분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던 20대 총선 공천 당시 이한구 위원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던 공천관리위원회에 대한 악몽을 잊을 수 없는 통합당 내에선 점점 그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김 위원장의 태도는 물론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공관위 외의 영역까지 손대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처음 기대와 달리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 태영호 영입·보좌관 인원 감축 등 영역 외 부문에도 전면 나선 김형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비 30% 삭감과 보좌진 수 축소, 혐오발언과 품위손상 행동금지, 대의민주주의를 위한 강력 투쟁 등 3가지 조건을 내걸면서 “공관위는 공천 받는 후보들에게 향후 국회의원이 되면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서약서를 받고 공천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에서 세비 30% 삭감법을 추진하고, 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세비의 30%를 성금으로 기부토록 하겠다면서 현재 9명까지 둘 수 있는 보좌진을 줄여 그렇게 아낀 인건비로 국회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 인력 확보에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혐오 발언이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할 경우 세비를 전액 반납하게 만들겠다”면서 이를 위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와 당 윤리위원회의 역할,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도 공언했는데, 이를 강제할 수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내 규정을 바로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하고도 상당한 얘기를 나누고 발표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실 이런 내용은 당내 다른 기관(위원회)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인데다 설령 공관위가 당 지도부와 논의했더라도 당 지도부나 각 역할을 맡은 기관(위원회)이 각각 권한 범위 내에서 발표할 일이지 아직 당규 개정도 논의되지 않은 시점에 공천 분야만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이 나서서 총괄 발표한다는 것은 공관위가 비상대책위원회도 아닌 이상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없지 않은데, 당장 김 위원장 발표에 대해 통합당 보좌진협의회에선 27일 입장문을 내고 “공관위원장은 신분과 역할에 맞지 않는 명백한 월권적 발언을 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무엇보다 당 보좌진협의회는 이번 결과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김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는데, “보좌직원 수를 줄이겠다는 검토를 당 보좌진협의회와 단 한 차례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중하지 못한 발표에 심의 유감”이라며 “쇼잉이라도 국회개혁을 외치고자 한다면 보좌진을 줄이겠다고 말하지 말고 보좌직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라”고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비단 보좌진 수 삭감 외에도 당 윤리위원회 강화라든지 세비30% 삭감법 추진 같은 부분은 김 위원장의 공관위보다 당 지도부나 의원총회 결의 등을 통해 우선 발표될 사안인데, 본래 공관위의 권한인 총선 공천 분야에 그치지 않고 의원들의 고유 권한에 해당되는 부분까지 모두 공관위에서 좌우하겠다는 듯 전격 발표하는 것은 ‘혁신 공천’으로 보이려는 데에만 매몰돼 권한을 넘어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와 손을 맞잡고 있는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 / 박상민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와 손을 맞잡고 있는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사진 / 박상민 기자

이미 이 같은 ‘월권’ 행보는 지난 10일 통합당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영입 발표 때부터 일찌감치 드러났는데, 본래 이런 부분은 당내 역할에 따라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이 주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 위원장이 공관위 차원에서 영입했다고 발표하면서 당연히 공천주기로 확정했다는 듯 “서울 내 지역구에 배치할 생각이고 태 전 공사가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지역구를 선택할 것”이라고까지 발언했다.

더구나 지난 11일 태 전 공사가 국회에서 지역구 후보 출마 회견을 하는 자리에선 김 위원장이 공천 면접 대상자이기도 한 그와 나란히 앉아 입당 소감식을 진행했으며 기념촬영을 할 때는 아예 황교안 대표마저 가장자리에 밀려선 채 김 위원장 본인이 태 전 공사의 손을 맞잡고 중앙에서 촬영하기도 했는데, 공천을 확정해줬다는 듯한 이런 행보는 27일 태 전 공사를 수도권 지지 기반이자 ‘노른자위’인 서울 강남갑 전략공천 확정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 他 당 대표까지 만나겠다는 김형오…‘문어발’ 어디까지?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자당 내부의 공천 영역을 넘어 정계개편과도 연계될 수 있는 다른 당 대표와의 회동까지 본인이 직접 나서려는 모양새인데, 지난 25일 김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직접 접촉을 해보겠다. 안철수계 인사들의 입당도 환영하고 공천 불이익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안 대표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는데,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엔 “통합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선거연대에는 관심이 없다”고 자신의 구상까지 밝히기도 했다.

물론 통합이나 선거연대 모두 공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에 양당 논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지만 안 대표가 김 위원장과 ‘동급’인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아니거니와 심지어 그의 주장대로 양당 통합을 하려면 이전의 보수세력 통합과 달리 분명한 중도정당과의 정계개편이란 점에서 공천이란 분야를 넘어 선거 전략 전반까지 영향이 없을 수 없기에 설령 만남이 이뤄진다 해도 황 대표와 안 대표 간 회동이 먼저 이뤄지는 게 순서인데, 김 위원장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이 같은 태도를 스스럼없이 지속해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비록 안 대표가 당 대표도 아닌 공관위원장의 회동 요청임에도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긍정적 반응을 내놨긴 했으나 권은희, 이태규 의원을 제외하곤 사실상 안철수계 의원들 모두 줄줄이 통합당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 27일엔 도리어 김 위원장이 “앞서 내가 안 대표 만나겠다고 보냈잖아. 나는 여전히 연락 오면 만날 자세인데 당분간 안 올 것 같다”고 밝히는 등 수위조절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굳이 타 당 대표와 회동하지 않았음에도 아직 입당하지 않았는데 입당은 예상되는 사람들을 공관위가 물밑에서 이미 접촉했기 때문인데 27일 김철근 전 국민의당 창준위 공보단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입당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여의도 한 호텔에서 공관위와 만나 비공개 면접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공식 입당하기도 전에 공관위가 일단 면접부터 진행했다는 점에선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본연 업무인 공천조차 잡음…金 체제 ‘마이웨이’, 출범부터 예견?

이렇듯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개입하는 김 위원장의 공관위가 정작 본연의 업무인 공천 작업이라도 아무 잡음 없이 순탄히 진행하느냐 살펴본다면 정작 그것도 아니어서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그간 부산 중·영도 출마 의사를 내비쳐온 이언주 의원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부산 전략공천을 약속받았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고, ‘부산에 출마해본 적이 없는 이 의원에게 경선 붙인다고 하면 응하겠나’란 김 위원장의 인터뷰까지 나오면서 공천 줄 사람은 이미 정해놓은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김 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그런 취지로 말한 적 없다”고 직접 부인했으나 23일 이 의원에 대해서만 통상 1인당 5분이 아니라 20분 넘게 비공개 단독 면접을 진행하고, 26일엔 김 위원장이 ‘이 의원의 지난 3년간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라가 어려울 적에 팔 걷어붙이고 싸운 사람과 수수방관한 사람은 차이를 둬야 되는 것 아니냐”고 입장을 내놓으면서 이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다시 김 위원장을 성토하고 있다.

실제로 곽규택 예비후보는 같은 날 부산 영도대교 아래 유라리 광장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지역에서 당협위원장으로 헌신해온 후보자가 전략공천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라고 일갈했는데, 이밖에 공관위에서 전략공천을 확정한 수도권에서도 경선 없이 전략 공천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예비후보들마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지난 26일 서울 구로을의 강요식 전 당협위원장이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지역 위원장들의 기여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일방적”이라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날 경기 수원을의 한규택 전 당협위원장 역시 “제가 2년 동안 당협 관리했고 당무감사 결과도 좋은데 경선도 안 붙여주고 지금 살지도 않는 이 지역으로 전략 공천하는 게 온당한가”라고 공관위의 ‘무경선’ 결정을 질타했다.

심지어 통합당 최고위조차 지난 24일 ‘당원 50%, 국민 50%’였던 기존 경선 관련 당규마저 ‘100% 국민 여론조사’로 바꿨을 만큼 기존 자유한국당 색채를 낮추고 공정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정작 공관위는 전략공천에 몰두할 뿐 경선지역은 27일 현재 용산 등 수도권 12곳만 지정한 데 그친데다 경선 후보 선정 결과를 놓고도 여기저기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선지 새로운보수당 출신 유승민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과 가까운 이혜훈 의원에게 “김형오 의장의 공천 원칙이 뭐냐는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오가 갈수록 이상해진다”며 공관위를 비판하는 문자를 보낸 바 있는데, 이 같은 지적은 이미 조경태 위원장의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추천으로 그 공천 칼자루를 쥐게 된 김 위원장이 22일 공관위원 인선에 대해서도 “공관위원 8명은 한 분 한 분 제가 직접 접촉을 전부 한 것”이라고 버젓이 밝혔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 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나마 공관위에서 김 위원장을 견제할 만한 목소리를 내는 이는 이석연 부위원장이나 김세연 의원 정도인데, 이언주 의원이 눈물까지 흘렸다는 지난 23일 공관위 면접에서도 김 위원장과 달리 이 부위원장은 이 의원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문제를 놓고도 이 부위원장은 자신의 직을 걸고 김 위원장과 대치했을 만큼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마이 웨이’는 당의 핵심 지역인 영남권 공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제동 걸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민주당과 달리 통합당엔 공직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가 별도로 없고 공관위가 사실상 겸임한 만큼 공관위를 막을 수 있는 곳은 최고위뿐이라 지난달 29일 “모든 것을 공관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잘못된 공천에 대해선 당 최고위에서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던 황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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