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배송노동자들의 안전지침 마련과 격리조치자 생계대책마련, 감염병 예방물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과 전국 집배노동조합 최승묵 위원장,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 등이 참석해 택배·배달 노동자들의 입장과 현장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들은 고객을 일상적으로 접촉하고 외부에서 근로하는 택배·배달 노동자들이야말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온라인 배송 주문 폭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진 상황임에도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보상과 안전 대책 등 법의 보호망에서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택배 배송 노동자들은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는데 만 급급하고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인 일부 온라인·이커머스 업체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장진영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누구든 건강 상태를 관심 있게 관리해야 하는 시기에 배송 노동자들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지치고 있다”며 “회사는 늘어난 물량 처리를 위해 신규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고 있는데, 지금도 어려운 역학조사와 동선 관리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먹구구식 운영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핫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배달 노동자들은 무방비로 노출된 고객과의 대면을 우려했다. 한 번 감염되면 여러 곳에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슈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부산 지역의 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라이더들은 많은 사람을 접촉해 전파 위험도가 높은 만큼 ‘선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한다”며 “라이더 개인 안전뿐 아니라 국민적으로도 코로나19를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신속한 대책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안은 우체국에서 근로하는 집배원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2만 명의 집배원들은 매일같이 국민들과 대면해 편지와 서신, 택배 등을 배달하고 있기 때문.

최승묵 집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 생활에서 편리한 제도가 어쩌면 국민들과 노동자에게 더욱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하는 사람이 건강해야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만큼 노동자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유급휴가를 갖고 쉴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적 예방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휴식을 통해 감염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인 예방의 근본 대책이라는 것.

박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자들이 유급휴가를 갖고 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며 “외출하기 힘든 국민과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위해 배달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라이더들도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보니 아무런 법적 관리도 없고 산업안전 관련 대책에서도 빠져있어 회사에 선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며 “이 같은 상황이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바이러스 사태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배달 플랫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안전 조치와 만약을 위한 보상, 치료 계획 등을 마련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