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서갑 ‘조국대전’ 된 민주당…부산영도 놓고 불협화음 나온 통합당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좌)와 미래통합당의 이언주 의원(우) ⓒ포토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좌)와 미래통합당의 이언주 의원(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총선 공천에 매진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일부 지역을 놓고 각 당 내부에서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록 어느 선거 때나 나올 만한 극히 일부 지역에서의 공천 잡음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사안이 어떻게 다뤄지느냐에 따라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조국 프레임’ 휩싸인 강서갑, “막겠다”는 금태섭과 “두렵냐”는 김남국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대표적으로 공천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당시 여당 의원임에도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가 극성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던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이다.

앞서 강서갑에는 정봉주 전 의원이 사실상 금 의원을 겨냥 “(야당의) 빨간 점퍼를 입은 민주당 의원”이라며 출사표를 던졌으나 지난 10일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결국 물러났고, 이에 금 의원이 현역의원 하위 20%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무난하게 공천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금 의원과 비슷한 지지도를 보인 정 전 의원이 빠져 금 의원의 본선 경쟁력을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며 단수지역도 아닌 강서갑을 추가 공모지역에 포함시켜 당이 의도적으로 금 의원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당내에서 쓴 소리를 했었던 조응천 의원(경기 남양주갑)까지 단수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공관위를 향한 의심 어린 시선은 한층 늘어났다.

급기야 조 전 장관과 각을 세운 금 의원과 달리 조국 백서를 집필하면서 조 전 장관을 옹호해온 김남국 변호사가 돌연 본인이 거주하지도 않는 강서갑 출마를 예고하면서 ‘자객 공천’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부 나오기 시작했는데, 금 의원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듯 18일 “조국 수호 선거가 되면 강서갑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서갑이 19대 총선 때의 노원갑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지적한 ‘19대 총선 때의 노원갑’이란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나는 꼼수다’에 출연했던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서울 노원갑에 출마했다가 막말 파문으로 인해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던 사례를 꼬집은 것으로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밀어붙였다가 도리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금 의원이 “조국 수호 선거는 막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나오자 18일 의원총회에서도 자칫 이번 선거가 조국대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어린 분위기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됐는데 박광온 최고위원이 이 같은 목소리를 이해찬 대표에게 전했고, 김 변호사도 당초 이날 오후 예정했던 출마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하면서 금 의원에 대한 표적공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의원님이 의원총회에 들어가신 후 제게 출마를 포기하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지금 금 의원은 조국수호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거꾸로 조국수호 위기감과 논란을 키우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잘못된 프레임이라고 한다면 피할 게 아니라 당당히 진실로 맞서서 깨부수고 나가야 한다”며 “왜 도전하는 혈혈단신의 청년을 두려워하는가. 무엇 때문에 청년으로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빼앗으려 하는가”라고 다시 공세를 재개했다.

◆ 강서갑, 조국 대리전 양상에 與 지도부 “내홍 될까” 곤혹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19일 “당으로부터 기자회견을 연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 (불출마하라는) 일체 어떤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강서갑 출마를 강행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변호사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지난해 거리에서 국민들과 검찰개혁, 조국수호의 촛불을 함께 든 것이 자랑스럽다. 금 의원은 민주진보진영의 많은 국민이 들었던 그 촛불이 부끄러운가”라고 거듭 민주당을 압박했다.

심지어 김해영 최고위원이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변호사가 청년 정치를 언급했는데 청년정치란 기득권이나 사회통념에 비판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정치라고 정의한다. 스스로 정치의 영역에서 청년정치를 실현해왔는지 되물어보기 바란다”며 직격탄을 날렸음에도 김 변호사는 다시금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내부를 향해 총질할 때가 아니다. 비판의 칼날을 민주진보진영 내부와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외부의 기득권, 불의와 싸우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치는 등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설훈 최고위원도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변호사 자신이 설정해서 하는 도전이기 때문에 그건 자연스럽게 받아 그 도전을 이겨내면 된다. 나도 (지역구 내 민주당 경쟁자가) 두 사람 있다”고 강조한 데 이어 1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선 “경선은 현역의원은 다하도록 돼 있다. 당에서 누구를 지원하고 누구를 배제하고 이런 건 전혀 없다”며 단수지역이 아닌데도 추가 공모한 이유에 대해선 “후보들이 약하다고 판정돼서 하나마나 한 거라 해 지금 추가공모하고 있지 않나”라고 입장을 내놔 김 변호사의 출마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 간 경선이 진행된다면 여권 인물이던 조국에 대한 시각차를 따지다 당 내홍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금 의원이 낙천할 경우 친문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부담도 있다 보니 당 지도부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국면에 처한 상황이다.

실제로 설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김 변호사가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설과 관련해선 “그건 우리 권한 밖이고 상황 밖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길이 없는데 저는 그 사실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겠다. 당 지도부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한 건 전혀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당에서 김 변호사를 나가게 한 것 아니냐, 이런 오해가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당 지도부는 당 공관위에서 서울 중구성동구을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한 데 대해서도 이 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재심 신청도 불사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리자 19일 ‘기존 후보들의 경쟁력을 높일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당 공관위에 재검토를 요청했었는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강서갑에 대해서도 갈등을 진화시킬 만한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통합당, 부산 영도 ‘전략공천’ 여부로 잡음…파장 일파만파 확산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한편 미래통합당에서도 출범한지 불과 며칠도 안 돼서 민주당처럼 공천 문제로 일부 파열음이 나왔는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부산 중구·영도구에 이언주 의원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 지역구 의원인 김무성 전 대표가 지역 표심이 분열될 가능성을 우려해 제동을 걸고 나섰고 이에 반발한 이 의원이 18일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면서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김 의원을 겨냥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 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퇴출당해야 할 구태”라며 “지역을 와해시켜 민심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사람이 지역 민심에 대해 얘기하고 기득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라고 직격했는데, 그러자 이번엔 부산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이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라. 본인의 전략공천설이 돌면서 부산 중·영도구 당원들이 들고 일어나 기자회견 하는 것을 못 봤나”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아예 확전 양상을 띠었다.

특히 장 의원은 이 의원의 본래 지역구가 경기 광명을이었던 점까지 들어 “경기도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것만으로도 논란이 있는 판에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당에서 본인의 지역구인 경기도 광명에서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요청하면 그렇게 할 것인가”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여기에 곽규택 예비후보까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험지로 출마했고, 보수통합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통합 시기,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국회의원 2명인 정당으로 통합당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한 것은 너무 벅찬 것 아니었나”라며 이 의원의 행보를 비꼰 데 이어 공관위를 향해서도 “모두가 납득할만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18일 이 의원 전략공천설과 관련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다고 (이 의원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맞는 건 없다. 그렇게까지 진도가 안 나갔다”며 “서울, 인천 이야기도 전혀 결론을 못 내렸다. 내가 발표해야 맞는 건데 아직 발표한 게 없지 않느냐”고 진화에 나선 데 이어 19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저를 비롯해 공관위원 누구 하나 사심 갖고 임하는 사람이 없고 엄격한 기준에 입각해서 한다”고 강조했다.

뿐 아니라 김 전 대표마저 19일 “김 위원장 너무 잘하고 계셔서 감사하다. 언주 의원도 훌륭한 우리 당의 전략적 자산”라며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갔지만 그럼에도 “오는 것은 환영하나 경선을 하는 게 옳다. 전략공천으로 온다면 분열할 수밖에 없다”고 기존 입장은 여전히 고수해 통합당 공관위 측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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