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마니커 측, 직계약 약속 어겨”
마니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

지난 14일 화물연대의 마니커 비호 폭력 경찰 규탄 기자회견 모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지난 14일 화물연대의 마니커 비호 폭력 경찰 규탄 기자회견 모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물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마니커에 ‘직계약’을 요구하며 수 일째 농성 중인 가운데, 마니커와 화물노동자 간 극명한 입장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마니커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직계약 이행 요구 농성에 대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니커와 화물연대, 하청회사인 무림FLS 간 재계약 기간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앞서 화물연대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화물연대 서울과 경기지부 마니커분회는 지난해 마니커로부터 직계약을 약속받았지만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하청회사인 무림FLS의 수수료 착취 등을 이유로 마니커에게 직계약해줄 것을 요구했다. 마니커 대표는 무림FLS와 계약이 끝나면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직계약 약속 당시 마니커 측에서 먼저 무림FLS에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지서를 보내라고 했다”며 “무림FLS의 냉동차량운송회사인 ‘나눔’에도 함께 재계약 거부 통지서를 보냈는데, 이후 마니커와 무림FLS이 계약이 자동연장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측은 우리에게 다시 무림FLS와 재계약해서 돌아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마니커에 직계약 약속을 지키라며 동두천 공장 앞에서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마니커 측이 고용한 용역깡패와 경찰의 사측 비호에 의해 정당한 집회를 방해받았다고 주장했다.

■ 무림FLS “마니커분회 측이 재계약 거부 서면 보내”

이 같은 내용이 기사화 되자 무림FLS와 마니커 측은 본지에 진상 확인을 요청했다. 마니커분회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으로 오해를 받은 무림FLS 측은 “마니커분회 측이 지난해 12월 23일 먼저 서면을 통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화물연대 서경지부장 명의로 발송한 공문 사본 계약 해지 요청의 건도 함께 보내왔다.

무림FLS은 마니커분회 측 요구를 받아주고 재계약하려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마니커분회장 등 임원들과 만나 2020년 계약에 대해 협의 요청했다. 가금류 이송 케이지인 어리장(20대 분 발주), 차량 자연 감차 시 분회에서 요구한 금액, 구내기사·새차 요원 배치 등 지입차주들의 요청사항도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생각해보겠다”던 분회장은 지난 8일 오전 9시 경 ‘월요일 오더 배차 거부합니다’라는 문자만 남겨놓고 운송을 거부했다는 것이 무림FLS측 주장이다.  

무림FLS는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수수료 착취에 대해 “보통의 물류 회사가 5~8% 수수료를 운송비에서 받고 있다”며 “당사는 1.5%(부가세 포함)의 최저 수수료를 받고 있어 착취라는 것은 말도 안 되며, 그동안 마니커분회 측에서도 운송비를 올려달라거나 수수료 관련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 마니커 “자동계약 연장으로 직계약 어려워”

마니커 측 입장도 화물연대 주장과 차이가 있었다. 마니커 관계자는 “직계약에 대해 요청받은 사실이 있는 것은 맞다”며 “하청회사인 무림FLS와 화물노동자간 관계가 해결되면 그때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뿐 직계약을 확정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현재는 법적으로도 직계약을 해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마니커와 화물연대가 직계약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화물연대가 무림FLS와 ‘제품(냉동차량) 운송계약’ 기간의 만기일인 2019년 12월 31일이 되기 30일 전에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무림FLS에게 서면을 보낸 날짜는 12월 23일로, 이미 마니커와 무림FLS 간 제품운송계약이 자동갱신된 후였다. 올해 2월 28일까지 계약인 ‘생계(생닭)운송계약’에는 화물연대가 계약 해지 의사표시를 하면서 무림FLS와 개인사업자 간 계약이 끝나게 됐다. 

마니커 입장에서 운송노동자들을 직계약 하려면 어리장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무림FLS 소유 어리장을 기사가 유상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마니커 관계자는 “직계약을 한다고 해도 어리장이 없어 무림FLS로부터 매입하거나 새로 제작해야하는데, 무림FLS측이 기사들에게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면 6개월이 걸리는 신규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는 물리적으로 생계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로 물류 중단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측이 주장하는 용역깡패 고용과 경찰 비호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마니커 관계자는 “정식으로 경찰서에 승인을 받아 경호지도사와 경호회사 용역 25명을 배치했다”며 “직원이 다치는 등 더 큰 불상사를 막고 공장을 지키겠다는 차원이며 오히려 폭력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니커 측은 마니커분회의 파업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에 따르면 닭 생산과 사육 등에 소요되는 시간은 2년이 걸린다. 현재 소비자가 만나는 식품은 이미 2년 전 설계된 수급 계획에 따라 생산되는 닭이다. 하루 약 25만 마리씩 수급이 설계된다. 생산 공장에서 이를 처리하지 못하는 상태가 장기화되면 추후 수급 불안정으로 나타나게 될 우려가 있다. 
 
마니커 관계자는 “지난 1월 22일 화물연대 지침이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생계 운송 요구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직계약 전환의 긍정적인 검토를 부정적인 우려로 바뀌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자동 연장 갱신, 운송 필수 장비인 어리장 소유 여부, 운송거부 사례로 신뢰감 상실이 발생할 경우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직계약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닭고기 공급을 못하고 있어 거래처에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최대한 빨리 해결해 관련 종사자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화물연대-하청업체 만난다…협의 가능할까

현재 마니커 동두천 공장은 파업으로 멈췄던 문을 다시 열고 외부에 있는 제고에 대한 가공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마니커 천안 공장은 오는 24일에 재개를 예정하고 있지만, 마니커분회 노동자들이 생계 운송 모듈(생닭운송용박스)을 차에 싣고 파업을 하고 있어 실질적인 생산 재개 날짜는 미지수다.

무림FLS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서경지부 조직부장, 마니커분회장과 만남을 가졌다고 전해왔다. 추후 다시 한번 자리를 마련해 구체적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화물연대와 마니커 사이의 엇갈린 직계약 약속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무림FLS과 화물연대의 만남이 예고된 만큼 마니커와의 협상 테이블도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마니커 대표는 직계약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미 녹음파일이 다 있다”며 “이후로는 조합원들을 만나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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