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자충수 두다 ‘사면초가’…보수진영·안철수, 난국엔 정공법으로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범중도보수 통합추진위원회, 안철수 전 의원 모습. ⓒ포토포커스DB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범중도보수 통합추진위원회, 안철수 전 의원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권이 공천 심사를 비롯해 사실상 총선 체제로 모두 돌입한 가운데 초반부터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 진보단체부터 선관위까지…‘제동’ 거는 아군에 ‘속 앓는’ 민주당

총선을 60여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우군으로 여겼던 진보진영에서 오히려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날이 쏟아져 나오자 자칫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사건의 공소장 제출을 거부한 사건을 놓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지난 5일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란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며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은 국회와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라고 첫 포문을 열었고, 다음날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준비 중인 경제민주주의21 창립준비위원회도 “법무부가 훈령으로 국회증언감정법을 무력화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추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날 정의당도 강민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추 장관 주장처럼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관행이라면 이는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지 입법부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 판단을 행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독단”이라며 “타당성 없는 무리한 감추기에 유감을 표한다”고 추 장관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심지어 청와대 8개 비서실이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의 공소장 전문이 언론을 통해 전격 공개된 지 닷새가 지난 12일에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까지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추 장관의 행보가 사안을 정치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한 목소리로 추 장관을 질타했는데, 진보진영의 맹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한 임미리 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을 여당이 검찰에 고발하자 이번에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먼저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3일 SNS를 통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낙선운동으로 재미 봤던 분들이 권력 쥐더니 시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 나도 임 교수와 같이 고발당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김경율 참여연대 전 공동집행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나도 고발하라. 한줌 권력으로 고발한다면 얼마든지 임 교수의 주장을 한 점 한 획 거리낌 없이 반복하겠다”고 글을 올렸으며 ‘88만원 세대’ 공동저자이자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박권일 사회비평가도 이날 페이스북으로 “민주당의 방약무도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 파시스트당으로 가려는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한 법무부 결정을 비판했었던 민변의 권경애 변호사도 “우리가 임미리다. 어디 나도 고소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참여연대까지 14일 논평을 통해 “칼럼의 주요한 내용은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으로서 결코 공직선거법으로 규율할 영역이 아니다.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토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규정들을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진보진영의 재야인사나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여당을 성토하는 기류가 형성된 가운데 민주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20명의 인재들 중 시민단체 출신 인사는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들 사이의 갈등이 단지 몇몇 특정 사안과 관련한 이견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선거를 두 달여 남기고 핵심지지층 일각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도 가벼이 보기 어렵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마저 민주당의 바람과는 다른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어 이 역시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는데, 민주당의 거듭된 호소에도 선관위는 지난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식 등록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자의 20%를 전략공천을 당헌당규에 명시한 데 대해서도 개정된 선거법상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정부 행보조차 여당의 선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모양새인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자 재래시장을 방문했다가 “요즘 좀 손님들이 적으니까 편하겠다”, “돈 많이 벌어놓은 것으로 버텨 달라”고 상인들을 위로해 구설에 휩싸인 것은 물론 야권으로부터 ‘망언’이란 혹평도 쏟아졌다.

◆ 보수진영도 시민단체 반발에 통합신당 출범 앞두고 ‘파열음’

장기표 통합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신당의 지도부와 공관위 증원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장기표 통합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신당의 지도부와 공관위 증원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여당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반사효과를 노려볼 법한 보수진영에서도 새로 출범할 미래통합당의 창당대회를 불과 이틀 앞둔 14일 통합준비위원회 내부에서 격한 파열음이 일어났는데, 민주당이 처한 상황과는 여러 면에서 다소 다르지만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특히 범중도·보수 세력의 통합을 표방했음에도 사실상 지도체제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있어 한국당을 중심으로 확장하려는 정도의 분위기가 일찌감치 형성되자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채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하지만 박형준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준위 회의 후 브리핑을 갖고 공천과 관련해 “지분 나누기식 추가 추천은 없다”고 못을 박은 데 이어 지도체제와 관련해선 “선거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거치기로 했기 때문에 한국당 최고위원회에 통합 정신을 살리는 분들을 새로운 최고위원으로 결합해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천명했고, 결국 시민사회단체 대표로 통준위에 참여한 장기표 공동준비위원장이 14일 회의 직전 전격 사퇴 입장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장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준비위원들은 여러 차례 통합신당이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고 그 중 통합신당의 얼굴이 될 지도부 및 공관위 구성을 최소한 절반이라도 바꾸거나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김형오 공관위원장 등은 시간이 없다거나 비현실적이란 등의 이유로 우리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본질적 혁신을 피했다”며 “시민단체 측 인사를 추천할 의사마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고 신당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한국당 최고위원 8명 전원을 인정한 가운데 2~3명을 추가하자는 것은 한국당이 변화와 혁신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음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이것은 새로운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인데 이 절체절명의 과제를 이뤄내지 못한 준비위원들의 무능을 통감하면서 우리는 통준위에서 사퇴한다”고 공언했으며 장 위원장 외에도 시민단체 출신인 안형환 미래시민연대 대표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대표인 김일두 통준위원, 자유민주국민연합 사무총장인 박준식 통준위원, 국민통합연대 조직본부장인 안병용 통준위원, 비상국민회의 공동집행위원인 조형곤 통준위원도 이날 동반 사퇴했다.

다만 민주당과 달리 보수진영 내에선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별 영향을 미치진 못한 듯 싶은데, 박 위원장은 이날 통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 (증원이) 아니라도 시민단체들의 뜻을 존중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공감대가 있었고 접촉하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사실상 오는 1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당비전위원장 등 4명의 최고위원을 새로 추가한 신임 지도부를 구성해 미래통합당 출범식을 갖기로 이날 회의에서 뜻을 모은 만큼 앞으로 촉박한 일정상 시민단체 측 의사를 별도 반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오신환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첫 미래통합당 수임기관 합동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강정책과 당헌을 채택했는데 선관위에 신고하기 위해 초대 지도부를 한국당 지도부로 우선 정했다”고 강조한 데 이어 시민단체들의 뜻도 반영토록 노력하겠다는 박 위원장과 달리 “수임기관 회의에서 결정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 당명 문제로 선관위에 발목 잡힌 安…다시 ‘국민의당’으로

안철수 전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된 당명 불허 결정에 격하게 반발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안철수 전 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된 당명 불허 결정에 격하게 반발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앞서 시민단체 반발이란 악재에 굴복한 민주당과 달리 보수진영에선 이렇게 정면 돌파를 택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는데, 그동안 보수진영의 ‘통합’ 러브콜을 받아온 안철수 전 의원 역시 최근 선관위의 거듭된 당명 불허 결정으로 직면한 난국에 직접 맞서는 정공법을 택했다.

일찍이 안철수신당이란 당명을 내세웠다가 개인의 이름이 직접 들어간 당명은 후보 선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6일 선관위로부터 거부당하자 안 전 의원은 국민당이란 명칭으로 바꾸고 다시 창당 준비에 들어갔었는데, 이마저 지난 13일 선관위가 기 등록된 정당인 ‘국민새정당’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안 전 의원 측은 하나같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장 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속해서 불허 결정을 내리니까 안 대표의 정치 재개를 막거나 방해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되고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당법에 의하면 위헌 정당이거나 유사한 명칭의 정당이 아니면 그 외에는 선관위가 그걸 해석하고 결정할 권한이 없다. 지금 법률 외의 행동을 선관위가 하고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안 전 의원 본인도 같은 날 경기도 과천에 있는 중앙선관위를 찾아가 “무엇이 두려워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개혁정당의 탄생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선관위까지 직접 찾아간 이들은 결국 과거 사용한 바 있는 ‘국민의당’이란 당명을 다시 등록했다고 밝혔는데, 안철수계인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채택했고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이라 선택하게 됐다. 2016년 안 전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의 정치적 철학과 가치가 유효하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측과) 비공개 면담에서 국민의당 명칭이 국민새정당이란 명칭과 유사성이 없어 사용 가능하다는 구두 허가 내용을 직접 들었다”고 선관위 방문 결과를 전했다.

일단 당명 문제는 두 차례나 거부당하는 해프닝 끝에 20대 총선 때 예상외의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으로 매듭지어지는 모양새지만 안철수계 의원으로 꼽혀왔던 김중로 의원이 돌연 한국당으로 총선 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안철수계 내에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당 창당 준비에도 바쁜 안 전 의원으로선 설상가상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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