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고발 ...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이런 '웃픈' 만행은 없었다
‘우한 폐렴’ 알린 리원량을 처벌한 중국 ‘지식인을 생각 없는 기계‘로 만들어야 한다’
정나라 자산의 언로(言路) 중시 “흐르는 물을 막으면 일시에 터져 많은 사람이 다친다”
존 밀턴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
민주당의 행태 ‘조선시대 사문난적(斯文亂賊)’ 비슷...총선 선택의 기준 하나가 확실히 생겼다

‘조약돌 같은 혹 떼려다 울산바위 같은 큰 혹이 붙었다’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두고 퍼뜩 든 생각이다. 그래서 시간이 한참 지난 칼럼을 읽어보니 그리 심한 내용도 아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눈치 빠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고소를 취하하라”고 당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바로 고소를 취하하면서 꼬리를 내렸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정말 ‘웃픈(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사건’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조선시대의 ‘사문난적(斯文亂賊)’이 2020년에 나타난 꼴이라고나 할까.

임미리 교수는 칼럼에서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의 책임’에 대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이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조국)에게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친(親)민주당 인사부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다. 한겨레신문에 글을 쓰는 정태인 독립연구자는 “2000년 쯤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자한당, 한나라당, 새누리당만 빼고’를 20년 동안 쓴 셈이다”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님, 이게 뭡니까”라고 썼다. 목수정 작가는 “(좌파들이 그리 싫어하는) 박근혜 정권 때도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이념을 넘어 존재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민주주의는 시끄럽다. 사회적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늘 민심을 염두에 두는 정치가 이뤄지기에 장기적으로 사회가 발전한다. 반면, 전체주의나 사회주의는 갈등을 덮어버리는 체제이다. 겉으로 조용한 것 같지만 민심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기에 끝내는 화산처럼 폭발해버린다. 소련, 동유럽 등의 사회주의 체제는 그런 이유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현대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인식한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각국의 헌법에 보면 ‘언론·출판·집회·경사·사상’ 등 표현의 자유에 헌법상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에선 언론이 공직자에게 명예훼손적 표현을 하더라도 ‘허위임을 알거나 무모할 정도도 진실을 무시한 현실적 악의’가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동양이나 서양의 역사를 보면 ‘표현의 자유, 즉 언로(言路)의 소통’을 매우 중시한 사례가 많이 보인다. 불만과 원망이 해소되지 못하면 머지않아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명재상 가운데 정나라의 자산(子産, B.C. 585?~522)이 있다. 정나라는 진(晉)나라와 초(楚)나라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껴서 늘 위태로웠다. 이러한 약소국의 설움 속에서도 정치를 잘 해서 후세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자산인데, 그의 대표적인 행보 가운데 하나가 ‘언로와 소통’이다.

당시 정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향교(鄕校)에 모여 정치를 비평하는 일이 많았다. 워낙 시끄럽고 나랏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경우가 많자 연명(然明)이라는 대신이 향교를 헐어버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자산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사람들이 향교에 모여 아침저녁으로 정치의 득실을 논하고 정책의 잘잘못을 논한다면 참으로 좋지 않은가?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내가 추진하고 그들이 싫다고 하는 것은 내가 고치면 되지 않겠는가? 그들은 나의 스승일진데 왜 향교를 헐어 버려야 하겠는가? 나는 착한 일을 성실하게 하여 원망과 비판을 줄인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권위를 내세워 원망과 비판을 방지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권위를 내세운다고 하여 사람들의 의논을 제지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이는 마치 흐르는 물을 막는 것과 같아서 가득 찬 물이 일시에 터지면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된다.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 작은 물길을 열어 자유롭게 소통시켜 놓아야 한다. 부디 나로 하여금 비판을 듣고 약석(藥石)으로 삼도록 해 달라.”(춘추좌씨전).

서양에서는 <실락원>을 쓴 존 밀턴이 1644년 발표한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에서 ‘사상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free and open market of ideas)’이라는 자유주의의 대명제를 제시했다. 그는 “진실과 허위를 공개적으로 대결하게 하는 것이 진리를 확보하는 최선”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말은 ‘표현의 자유’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밀턴은 국민이 알아서 되는 것과 알아서 안 되는 것을 당국이 선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도 했다. 그는 “허가제로 어떤 사고(思考)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원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까마귀들을 가뒀다고 생각하는 그런 용감한 사람에 비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곳에서는 혁명이나 쿠데타가 일어나 사회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더 안정적으로 사회가 변화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코로나19)’ 의 발생을 처음으로 알린 리원량을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처벌했다. 우한 폐렴과 사투를 벌이던 의사 리원량은 자신도 우한 폐렴에 걸려 임신한 부인을 남긴 채 3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러자 중국 전역에서 정부를 향한 거센 분노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중국의 행태는 공산당 집권 이후 오랫동안 반복돼왔다.

예컨대, <중국철학사>를 써서 삶 자체가 ‘20세기 중국의 철학사’라고 불린 펑유란(馮友蘭)은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48년 새로운 공산당 정권이 대성공할 거라는 철석같은 믿음에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평생 유효한 비자도 포기했다. 그는 순진하게도 공산당 치하에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몰랐다. 펑유란은 공산당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수십 년에 걸친 자신의 이전 철학적 사색들을 공개적으로 부정해야 했는데, 문화대혁명 당시 그의 연구가 ‘지주계급과 봉건제도를 옹호하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받았다.

마오쩌둥은 지식인들을 싫어하며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지식인들에게는 개처럼 꼬리가 있다. 개는 찬 물을 뿌리면 꼬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말아 넣는다. 하지만 주인의 태도가 바뀌면 꼬리를 높이 쳐들고 흔들어대면서 사뭇 건방진 모습을 보인다. 겨우 책 몇 권 읽었다고 그들은 자신이 잘난 줄 안다.”고 질타했다.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은 지식인들을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수많은 지식인에게 자기비판과 자기비난, 자발적인 폭로를 요구했다. 중국을 떠난 후스는 이를 두고 “우리는 그 곳에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침묵할 자유도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믿음과 충성심과 관련하여 긍정적인 진술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프랑크 디쾨터가 쓴 <인민의 적>에 공산당에 충성하던 지식인들이 겪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공산당에 충성하는 지식인들을 당과 소원하게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처음에 공산주의자들이 바보라고 생각했다. 배신과 학대와 모욕을 당한 뒤로 그(지식인)는 의심할 여지없이 공산주의자들을 싫어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소중한 옹호자 한 명을 반공주의자로 만든 셈이었다. 나중에 가서야 공산주의자들이 그의 충성심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개조’가 끝나면 그가 다시 불만을 품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예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지식인에게 철저하게 공포감을 심어 주어 향후에 그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 상관없이 정확히 공산당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 같은 상태에서 공산주의자들은 그를 보다 안전하게 여겼고 또 안심했다.”

문재인 정부와 그 구성원들의 ‘친중(親中) 행보와 ‘친중(親中) 편향사고’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이 한 것처럼 ‘민주당을 빼고’라는 칼럼을 쓴 교수를 고발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좌파들이 그리도 싫어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없었던 문재인 정부의 좌파 사회주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는 4.15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민주당은 빼고 선택하자’는 확실한 명분이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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