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11일 “이번 총선에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후보로 도전할 것”이라고 4·15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후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불행히도 현재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만 있어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북한 주민 2명을 ‘살인자’라면서 정부가 강제 북송했던 점을 들어 “두 명의 청년이 범죄자냐 아니냐를 논하기에 앞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보면서 정말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내가 어떻게든 의정활동을 해야겠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란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남북한 통일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지금까지처럼 남남 갈등에 빠져 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오는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로 나서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반복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향해 한 발짝 더 전진하는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이다”라며 “저는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통일정책이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이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남과 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을 위한 현실적 통일정책,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통일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뿐 아니라 태 전 공사는 “평생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태영호 같은 이도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은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며 “북한 내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자유를 찾아 북에서 갓 넘어온 새내기 대한민국 국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그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드려서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다시금 증명하고자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 저를 선출하여 주신다면,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신명을 바쳐 이 새로운 도전에 임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그는 이어진 일문일답에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시종일관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절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얘기했고 모든 국민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어떤 조치나 움직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꼬집었으며 “문 정부는 저를 야당의 한 후보가 아니라 통일정책의 파트너로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 전 공사는 비례대표 출마 대신 지역구 출마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비례로 나갈 수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지역구에 나가 지역구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해외 동료들과 인터넷으로 이 상황을 볼 북한 주민들에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대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진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역구 주민들의 선택, 결심에 대해 판단을 받고 싶었다. 직접 지역구 주민 한분 한분을 찾아다니며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하면 저를 믿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태 전 공사의 회견장에는 황교안 대표도 예고 없이 찾아올 만큼 높은 기대와 관심을 드러냈는데, 황 대표는 태 전 공사에 대해 “북한에 일어난 최근 일들까지 아주 자세히 알고 있는 역량 있는 분”이라며 “한국당에 들어오셔서 우리와 함께 나라를 위한 일을 하기로 해 환영한다. 저와 서울에서 협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적극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