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컵 기피 현상에 공항 등 머그컵 ‘일시정지’
SPC등 친환경 동참 기업들도 당분간 ‘비닐’ 포장

서울역 내 위치한 한 카페에 일회용컵 제공 안내문이 등장했다. ⓒ임현지 기자
서울역 내 위치한 한 카페에 일회용컵 제공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임현지 기자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국내 유통업계에 불었던 ‘친환경’ 바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일시 정지된다. 일부 카페 프랜차이즈업계는 일회용컵 제공을, 베이커리업계는 빵에 비닐포장을 시작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일 국제공항과 항만, KTX·기차역(공항·항만과 연계된 지하철 포함)에 위치한 식품접객업소에 대해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이에 서울역 등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일부는 희망 고객에 한해 일회용컵을 제공하게 됐다. 국내외 출입이 빈번한 장소인 만큼 방문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은 지난 2018년 환경부가 실시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에서는 제한되고 있었다. 머그컵을 사용하다가 매장에서 나갈 때 테이크아웃 잔으로 교체해야 과태료를 면할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테이크아웃 잔도 유상으로 제공되며 회수·재활용 컵 보증금 제도도 도입되는 등 친환경 정책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었다. 

서울역 내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모든 빵이 비닐로 포장돼 있다. ⓒ임현지 기자
서울역 내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모든 빵이 비닐로 포장돼 있다. ⓒ임현지 기자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전국을 덮친 만큼 인구 이동이 많고 외국인 출입이 잦은 장소를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이 완화되는 모양새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 SPC그룹 프랜차이즈 일부는 지난 7일부터 제과 제품에 비닐 포장을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가 방문해 진열 상품에 손을 대는 만큼 감염으로부터 식품 위생을 지키기 위함이다. 매장 입구에는 손 세정제도 비치했다. 

SPC그룹은 특히 친환경 정책에 높은 호응을 보이는 기업이었다. 파리바게뜨를 통해 재생 종이봉투를 유상 판매하며 비닐 사용 최소화에 앞장서고 있었다. 최근에는 빵 포장지에도 친환경 인쇄 기술을 접목해 세계포장기구(WPO)가 주최하는 월드 스타 어워즈에서 ‘푸드 패키지 위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친환경 활동도 당분간 ‘멈춤’ 상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현재 모든 진열 상품에 비닐 포장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회용컵 기피 현상에 따라 공항이나 기차역이 아닌 커피전문점에서도 일회용컵 사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재활용법에는 어긋나지만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고객 요구를 거절하기도 어렵기 때문. 

한 카페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라는 권고는 따로 내려오진 않았지만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 희망 고객에 한 해 제공하고 있다”며 “머그컵을 이용하려던 고객도 직원이 물어보면 일회용컵으로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지자체 지침이 없어 머그잔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일회용컵 요구는 있지만 카운터에 떡하니 자원재활용법 문구가 붙어있어 환경정책을 어기는 것 같아 난감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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