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불출마 등으로 쟁점 해결…총선 앞두고 ‘보수 단일대오’ 발판 마련

공천 지분 요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좌)과 이 같은 결단을 환영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사진 / 오훈 기자
공천 지분 요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좌)과 이 같은 결단을 환영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지난 9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신설합당을 제안함에 따라 그간 교착 상태에 빠진 듯했던 보수통합이 다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앞서 유 위원장은 선거연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보수통합에는 온도차를 보이는 듯한 행보로 당내에서조차 일부 회의적 시선이 없지 않았는데, 결자해지 차원인지 결국 유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새보수당 몫의 공천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내놔 이제 통합의 공은 사실상 한국당으로 넘어갔다.

이에 한국당도 오는 13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새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과의 합당을 결의키로 하는 등 통합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빠르게 보수통합을 마무리 짓고 외연 확장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유승민 결정에 보수 각계 호평…계파 간 ‘오랜 앙금’ 해소되나

유 위원장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혁보수를 향한 저의 진심을 남기기 위해 오늘 저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라며 이에 그치지 않고 공천권, 지분, 당권까지 모두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론 기존에 강조해온 보수재건 3원칙과 함께 새보수당 당직자들에 대한 처분 등 요구조건도 없진 않았지만 예상을 깨고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 그의 결단에 구 친·비박 출신을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호평을 쏟아냈다.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저는 오래 전부터 유 의원이 돌아오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은 보수·진보를 넘어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세력과 파괴하려는 세력의 싸움인데 이 선봉에 유 의원이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큰 장수를 얻었다”고 높이 평가했으며 유 의원과 각을 세워온 김진태 의원까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랜 시간 애국세력이 바라던 모습이 바로 이건데 힘든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 보수통합에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비박계 출신인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승민 선배께서 이루고자 했던 보수혁신과 개혁보수의 꿈과 비전이 결코 좌초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이제 보수세력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 새로운 집, ‘개혁보수 정당’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한국당은 이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해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는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그래선지 9일 “자유우파 대통합을 위해 어렵고 귀한 결단을 했다. 이런 것 하나하나를 모멘텀으로 삼아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는 자유우파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었던 황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제안한 신설 합당은 통합신당추진위원회를 통해 추진하고 있지만 조속히 정당 간 협의도 마무리하고 통합준비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유 위원장의 신설합당 제안에 화답했다.

◆ 劉 결단, 黃체제·한국당 공천에도 여파…통합 ‘외연 확장’ 길도 열려

이에 따라 한국당에선 오는 13일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4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새보수당 및 전진당과의 합당 결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새보수당을 향해서도 이번 주 안으로 한국당과의 합당에 대한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또 황 대표는 자신의 종로 출마 선언 뿐 아니라 보수통합을 위한 유 위원장의 결단을 계기로 당내에 선공후사를 강조했는데, 10일 최고위 회의에서 앞서 험지 출마를 천명한 이종구 의원 등의 사례를 들어 “영남 지역구를 과감히 양보한 분, 서울 강남을 뒤로하고 최전선으로 자신을 보내달라고 하신 분들 모두의 선공후사를 잊지 않겠다”고 역설해 사실상 자신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일부 출마 후보들을 에둘러 압박했다.

실제로 황 대표는 이날 회의 직후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고향 출마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오래 정치하신 분들이 이런 부분을 잘 알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는데, 종로 출마 여부를 장고하다가 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던 황 대표로선 종로 출마 정공법에 그치지 않고 때마침 유 위원장이 공천 지분을 포기한다면서 힘을 실어줌에 따라 이를 당권 재확립의 계기로도 삼는 것으로 관측된다.

유승민 의원의 결단으로 보수통합에 속도가 붙을 바탕이 마련되면서 그간 통합신당 출범을 전제로 호남 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무성 의원(사진)의 총선가도 역시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사진 / 오훈 기자
유승민 의원의 결단으로 보수통합에 속도가 붙을 바탕이 마련되면서 그간 통합신당 출범을 전제로 호남 출마 의사를 밝혔던 김무성 의원(사진)의 총선가도 역시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른 한편으로는 유 위원장의 결단을 계기로 한국당까지 확산된 이런 분위기가 한국당 내 험지 불출마 거부자에 대한 압박에 그치지 않고 주요 인사들의 총선 출마에도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 7일 보수통합을 전제로 광주·여수 등 호남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이번 유 위원장의 신설 합당 제안을 명분 삼아 당초의 불출마 의사를 거두고 총선에 나서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 아니라 김 의원은 지난 8일 새보수당 유 위원장과의 통합을 1차 통합이라고 설명하면서 광장세력과의 2차 통합도 주장했는데, 비박 출신임에도 그는 “전광훈 목사, 김문수 자유통일당 대표가 떨어져 나가선 안 된다”며 오히려 자신과 각을 세웠던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 이 역시 범보수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관과 이동찬 공익제보센터 공동대표, 류재용 경남대 교수, 김상교 씨 등 재야세력까지 10일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면서 보수통합 분위기에 한껏 힘을 싣고 있어 다른 군소 보수정당들 역시 여러 이유를 들며 계속 통합을 머뭇거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4일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이언주 전진당 대표와 달리 아직 통합추진위원회에 직접 동참하진 않았음에도 10일 “문 정권을 끝내기 위해 모든 정당, 정파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제1야당 대표가 종로에 나선 상황에서 전임 당 대표를 지낸 제가 양보를 하는 게 순리”라며 선뜻 보수통합에 먼저 힘을 보태기도 했는데, 다만 일부에선 세부적 측면에 있어 아직 새보수당과의 통합에조차 몇 미결과제를 지적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 이혜훈 새보수당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을 겨냥 “지역구 출마자들은 연대 형태로도 가능하니 단일화를 하고, 비례대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각각 두고 의석수를 얻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틀을 남기고 비례대표를 공천하는 방식으로 가면 이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공천권 등을 일절 요구하지 않겠다던 전날 유 위원장의 호언과는 온도차가 있다 보니 무작정 양당 통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심지어 유 위원장 역시 전날 기자회견 당시 공천 요구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도로 친박당, 도로 친이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천이 돼야 한다. 3원칙만 지켜라”라고 공천 관련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들어 박지원 의원은 10일 “유 전 대표는 아직도 개혁보수를 주창하며 신설합당 제안을 했기에 성사 여부는 두고 봐야 하고 공천 지분도, 당직도 요구치 않겠다는 주장이 액면 그대로인지 다 셈법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기도 한 만큼 남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여부가 통합 속도를 좌우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보수진영 ‘통합신당’ 속도 붙자 他 진영 ‘통합 논의’까지 영향

3당 통합을 추진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좌)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중),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3당 통합을 추진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좌)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중),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은 보수통합 기류를 결코 가벼이 보진 않았는데, 이 SNS 글에서 그는 “황 전 대표의 종로 출마, 유 전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을 가볍게 보면 진보진영은 큰 코 다친다. 보수대통합과 분열된 진보의 대결은 끔찍한 결과일 것”이라며 “설마가 사람 잡는다. 오만하지 말고 승리의 길로 가야 한다”고 진보진영의 통합을 호소했는데, 그가 속한 대안신당과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인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마저 10일 유 위원장의 발언에 “결국 흡수합당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면 한국당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대표는 자칫 중도 진영의 안철수 전 대표까지 보수통합세력과 손잡을까 우려한 듯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도실용의 길을 지키고 보수통합의 길에 나서지 않기 바란다”며 안 전 대표의 독자 행보를 지지하는 자세까지 취했는데, 단순히 보수진영의 통합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민주평화당에선 10일 박주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도 같은 날“3당 합당 수임 기구 결의를 통해 합당을 완료해야 한다”면서 보수통합에 뒤질세라 3당 통합에 본격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비록 이들 호남정당 내에서도 평화당의 정동영 대표가 “다급한 나머지 서두르고 사사로운 이익에 매달려 ‘묻지마 통합’으로 가는 것은 길이 아니다”라며 그간 강조해온 3원칙을 재차 역설한 데 이어 대안신당의 천정배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회의원들과 지도부의 기득권 포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공학적 행보로 비쳐질 통합엔 선을 긋기도 했는데, 같은 날 보수진영에선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장이 신당 명칭을 대통합신당으로 잠정 합의하고 당헌당규는 일단 총선 후 손보기로 하는 등 총선 전 통합 완료에 방점을 두고 있어 진보진영 역시 좋든 싫든 속도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통합 논의를 오랫동안 진행해온 혁통위 측에서도 박 위원장이 공천관리위 구성과 관련해 “공천 일정이 지금 굉장히 급하다. 오는 16일까지 출범하는 게 목표고 16일에서 하루, 이틀을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것”이라고 속도전 필요성을 역설한 만큼 장차 누가 더 빨리 통합 작업을 매듭지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신당으로 나설 것인지 정치권을 향한 세간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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