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우리는 파견업체라 본사에서 마스크를 주지 않았어요”, “제가 일하는 건물에 확진자가 있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게 됐네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만큼이나 무서운 ‘차별’이 국내 유통기업 곳곳에서 감지됐다. 본사 직원에게만 나눠주는 마스크와 계열사 직원을 빼고 공지된 확진자 소식은 당사자에겐 안전 위협보다 더 깊은 마음의 불안을 남겼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하나둘씩 증가하면서 기업 직원 관리 실태도 여실히 드러났다. 확진자가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GS홈쇼핑은 해당 직원이 양성 판정된 다음 날 오전에서야 본사 직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군다나 자녀가 있는 직원을 위해 마련된 사내 어린이집은 해당 직원이 검사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운영돼 왔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계열사 직원에 대한 태도다. GS홈쇼핑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본지에 “회사에 확진자가 근무했단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토로했다. 본사 직원들이 공지를 받은 당일, 계열사 직원들에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계열사 직원은 “동료 100여 명이 본사에 근무하고 있다. 일하는 층은 다르지만 구내식당, 카페 등 공용 시설을 함께 이용하는 만큼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GS홈쇼핑은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14명만 자택근무를 지시했을 뿐 회사는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다 당일 부랴부랴 본사를 방문한 관할 영등포구청 관계자 요청으로 결국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 방역을 위해 지난 8일까지 생방송을 멈추고 재방송으로 편성했다. 매일 생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특성상 큰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손해는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마트, 호텔도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롯데백화점 본점과 시내 면세점, 이마트 등은 잠정 휴점을 단행했다. 백화점 3사는 방역을 위해 10일, 일제히 임시 휴점을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차별 문제가 발생했다. 방역을 꼼꼼히 진행한다는 백화점들이 협력업체 직원에겐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백화점업계는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 또는 의무화했다. 그러나 마스크는 본사 직원이나 고객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안내 직원들에게만 지급됐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판촉 브랜드 소속이기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 없으며, 이들까지 모두 챙길 수 없다는 것이 백화점 측 입장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 지시는 하면서 브랜드와 백화점 중 어느 곳도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으니 개별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대란으로 매일 착용할 분량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시점에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안내데스크, 주차요원 등 고객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협력업체 직원에겐 마스크가 지급됐는데, 식품점 직원들은 개별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하는 입장이니 그 기준도 모호하다. 

현재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는 해외여행 중에 있는 우리 국민들이 심각한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다짜고짜 욕설을 듣거나 대놓고 비난을 당한다는 것. 이들은 “‘코리안’이라고 말해도 ‘코로나?’로 받아 친다”며 “해외여행 계획 있는 분들은 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발생한 차별은 해외에서 당하는 인종 차별만으로 이미 벅차다. 국내에서는 소속 상관없이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물량이 문제라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이유라면 차별이 될 수 있다. 한동안 유통업계가 감당해야 할 손해를 생각하면 우려가 크지만 이 역시 직원 모두와 함께 헤쳐 나가야 하는 사안인 만큼 차별 없는 안전 보장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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