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 최고의 인기스타 이상민(35)이 서울 삼성 썬더스로 팀을 옮긴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서장훈(33)을 전주 KCC 이지스로 보낸 서울 삼성은 서장훈의 보상선수로 이상민을 지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1997-1998시즌 KCC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줄곧 같은 팀에서 뛰었던 이상민은 KCC가 보호선수로 서장훈, 추승균(33), 임재현(30)을 지명하는 바람에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삼성으로 이적하게 됐다. 삼성 측은 "원래 이상민이 삼성에 오려고 했다. 지도자가 되는 길을 열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KCC에서 명예롭게 은퇴한 뒤 KCC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계획이었던 이상민이 과연 삼성에서 동기부여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이상민은 이번 일에 충격을 받고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상태다.

'이상민 효과’ 삼성에서도 가능할까?

이상민이 한국 농구 최고의 인기스타 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학농구의 광풍이 불었던 1994년 연세대 시절부터 우지원 문경은 등과 함께 최고 인기를 누려왔다. 그는 팬 투표로 올스타를 선발한 지난 2001~2002 시즌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최다득표를 기록했으며 남녀노소 관계없이 팬층이 넓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라도 전주를 홈으로 두고 있는 KCC 역시 이상민이 있기에 흥행 면에서 언제나 대성공이었다. 지난 시즌 내세울 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KCC는 4시즌 연속 홈 관중 10만 명을 돌파했다.

삼성 역시 ‘이상민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홈경기 관중 수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삼성의 게시판에도 벌써부터 이상민 영입을 반기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운영 면에서도 삼성은 이상민에게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삼성에도 이정석, 강혁을 비롯해 이원수, 임휘종 등 가드진의 수가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이상민처럼 노련하고 경기 경험이 풍부한 전문 포인트가드는 없다. 일각에선 이상민이 나이가 너무 많고 부상이 잦다며 걱정스런 제스쳐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건 노장의 힘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여러 큰 경기 경험과 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은 어린 선수의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 측 역시 "이상민의 연령이 농구선수로서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노련함이나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은 아직도 KBL 최고 수준이며 이러한 능력들이 현 삼성 가드진이 갖고 있지 않은 부족한 부분들을 균형 있게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KCC 팬들 ‘이상민 버렸다’ 항의 빗발

삼성측은 새 식구를 맞이할 생각에 들떠 있지만 정작 이상민 선수 본인은 ‘보호선수’가 아닌 ‘보상선수’가 되어 팀을 떠나게 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상민은 1995년 연세대 졸업 후 줄곧 한 팀에서 뛰었다. 대표적인 연고지 스타다. 이상민도 평소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현역 생활을 KCC에서 마감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삼성으로 옮겨가게 됐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가 선수생활 막바지에 팀을 옮긴다는 사실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상민의 삼성행이 전해지자 그의 개인 팬카페 ‘이상민을 응원하는 사람들’에는 보도 이후 4시간여 만에 3천여 명의 팬이 방문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착잡한 마음을 짓고 있는 팬들은 KCC를 원망하는 한편 이상민의 현재 심경에 대해 근심어린 걱정을 하고 있다.

또 KCC 홈페이지엔 이상민 팬들의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다. KCC 홈페이지 회원 탈퇴를 비롯해 허재 감독을 비방하는 글도 물밀듯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최형길 KCC 단장은 "팀 전력을 위해 불가피했다. 상민이의 충격이 클 것이다.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KCC로 새롭게 둥지를 튼 ‘국보센터’ 서장훈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연세대 2년 선배 이상민과의 호흡을 기대하고 팀을 이적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의 입단으로 인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 격'이 되어버려 KCC 팬들과 웃는 얼굴로 시작하기는 힘들어 졌다.

삼성과 KCC는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7~2008시즌에서 만나게 된다. 이상민과 서장훈, 삼성과 KCC가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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