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체육시설 실태조사를 가지고 무리수 둔 듯.
인접 토지는 맹지되어 피해 속출.

기재부가 행정재산으로 부적합한 체육시설이라며 직권용도폐지한 서광리 2471번지 도로가 서광리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된 현황.사진/다음지도
기재부가 행정재산으로 부적합한 체육시설이라며 직권용도폐지한 서광리 2471번지 도로가 서광리 전역을 그물망처럼 연결된 현황.사진/다음지도

[제주 취재본부 / 문미선 기자] 국유재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수십 년간 이용되어 온 22만㎡에 이르는 도로법상 도로를 후속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직권용도폐지를 강행한 사실이 표면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기재부(당시 박재완 장관)는 지난 2013년 국유재산법이 정한 제22조를 근거로 ‘공용 또는 공공용 목적에 부적합한 사용 현황’ 사유를 들어 같은 해 2월 15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의 행정재산인 체육시설을 직권으로 용도폐지하여 일반재산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민간이 사용 중인 체육시설(카트체험장)에 대한 직권 용도폐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핏줄처럼 연결되어, 안덕면 서광리 전역을 아우르는 도로(서광리 2471번지) 전부를 싸잡아 용도폐지 시켜버린 것이다.

당시 기재부는 2013년 1월 21일자로 서귀포시 체육시설에 대한 용도폐지 이행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국토해양부 운영지원과-1621호)을 국토부로 보냈다.

공문의 주된 내용은 조달청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보고(2012.12.26. 조달청 국유재산관리과-4755호)에 따라 안덕면 서광리 체육시설이 행정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효율적인 관리 또는 처분을 위하여 일반재산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재부가 행정재산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자료인 조달청 실태조사는 체육시설에 국한된 것으로 약 7만평에 달하는 서광리 2471번지 도로의 실태조사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다.

서귀포시가 관할하는 서광리 2471번지 도로 일부가 공공용으로 부적합한 카트체험장으로 사용 중이라는 조달청 실태조사를 가지고 219,650㎡ 도로 전부를 용도폐지하고 인계하라는 요청 공문.사진/서귀포 시청
서귀포시가 관할하는 서광리 2471번지 도로 일부가 공공용으로 부적합한 카트체험장으로 사용 중이라는 조달청 실태조사를 가지고 219,650㎡ 도로 전부를 용도폐지하고 인계하라는 요청 공문.사진/서귀포 시청

이러한 행정 편의적 발상의 이면에는 당시 MB정권의 경제·재정 정책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국유재산의 효율적인 관리와 활용도 및 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도로와 같은 공공용 행정재산조차 일반재산으로 전환해 언제든 용이하게 일반에 매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자가 만난 관련 전문가 A씨의 첫 반응은 “말 같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건설교통 담당 공무원들 역시 '도로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서광리 2471번지의 용도폐지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였다.

물론 기재부의 직권용도폐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용도폐지에 따른 행정재산의 일반재산으로의 전환은 도로의 경우 관련법령에 따른 내부지침이나 처리기준을 고려하면, 실무상 검토사항과 제한사항이 많아 용도폐지 결정이 불가한 경우가 거의 전부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로의 일부가 카트 체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유로 도로 전부를 용도폐지한 것은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격으로, 도로가 단절되지 않도록 체육시설로 사용되는 부분만을 분할해 용도폐기가 진행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국유재산법 제22조는 국유재산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관계부서에 용도폐지를 요청하는 경우 관계기관에 제출하도록 한 의견조차 무시하고 예견된 인접한 토지들의 맹지화 내지 재산권 침해를 고려하지 않고 강행한 것은 위법적·편법적 행정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기재부가 권고한 용도폐지 시 향후 초래될 도로 단절 및 토지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후속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서귀포시청 의견서.사진/서귀포시청
기재부가 권고한 용도폐지 시 향후 초래될 도로 단절 및 토지주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후속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는 서귀포시청 의견서.사진/서귀포 시청

제주특별자치도가 회신한 의견서(서귀포시 건설교통과-5004호)에는 서광리 2471번지 국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하지만 ‘체육시설로 활용중인 행정재산을 토지 분할하여 용도폐지 시, 국유재산(도로)이 단절되며, 농로를 사용하는 토지주들의 반발이 예상됨으로 대체도로 확보 후 용폐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라며 도로까지 포함한 기재부의 용도폐지 요청에 대한 우려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에둘러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 시청 역시 행정재산으로의 존속 필요성과 대체도로 등 용도폐지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만으로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서광리 2471번지 도로의 직권용도폐지 이후 2017년을 전후해 관련 민원이 처음 제기되었고 2018년부터는 수확한 농작물조차 반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농가들까지 나왔지만 관할 행정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민원 해소를 외면해온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미 피해농가들이 다수 나오고 있고, 인구 유입에 따른 건축 수요 증가 및 지가상승으로 인한 개인 소유의 현황도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일반재산으로 전환된 국유재산 도로에 대한 행정재산으로의 변경 등 근본적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직권용도폐지와 관련해 한마디 의견조차 전달하지 못한 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토지소유주들이 받고 있다.

더 이상의 방관은 직무유기고 직무태만이다.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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