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친중(親中) 행보’를 놓고 말들이 많다. 최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우한 폐렴은 중국에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확진자가 지난 1월30일 9,692명이었는데 2월3일에는 2만 438명이 됐다. 나흘 만에 두배 이상 늘었다.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아웃브레이크(outbreak)’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해 전염병의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더믹(pandemic)이라는 용어까지 언급되는 실정이다. 전 세계가 초비상인 상황에서 존스홉킨스대학은 한국을 우한 폐렴 위험국 4위로 발표한 바 있다. 하루 1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의 대한민국 입국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 대응부터 중국을 의식한 듯 느슨하고 오락가락했다. 날짜별로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인 1월26일 우한 폐렴 확진자가 3명이 되었을 때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감염 확진자가 1,975명인 상황에서 너무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자 1월27일 “우한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군(軍)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30일에는 갑자기 “과도한 불안감에 맞서야 한다. 가짜뉴스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2월3일에는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일본에는 전혀 쓰지 않던 표현이다. 그러면서 3일 기준으로 67만 명에 달한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 청원에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일 오후 5시30분 “중국 전역의 여행 경보를 현재 ‘여행 자제’ 단계에서 ‘철수 권고’로 상향 발령하고,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은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랬다가 오후 4시간 만인 오후 9시30분 “철수 권고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 금지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뒤로 물러섰다. 당연히 ‘국민 안전보다 중국 눈치 보기가 우선인 반(反)국민, 반(反)안전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우한 교민 철수 때도 “전세기 2대로 낮에 한다”고 했다가 중국 요구를 받고 “전세기 1대로 밤에 가게 됐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구성원들의 친중(親中) 언행은 유별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방중 당시 베이징대 강연에서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중국몽)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해 대한민국을 스스로 소국(小國)으로 깎아내렸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주중대사 신임장을 받을 당시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방문록을 썼다. 만절필동은 ’황하(黃河)가 수없이 꺾여 흘러가도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명나라에 대한 조선의 사대주의를 의미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중국은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과 결이 전혀 달랐다. 광우병 파동 당시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사드 배치 때는 ’사드 전자파에 온 몸이 튀겨진다‘고 선동했다. 송영길 의원은 “미군 주둔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뿌리 깊은 친중-반미 의식’의 근원지를 살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쓴 <운명>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대학 시절 나의 비판의식과 사회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그 무렵 많은 대학생이 그러했듯 리영희 선생이었다. 나는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간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베트남 전쟁’ 논문을 ‘창작과 비평’ 잡지에서 먼저 읽었다.... 처음 접한 리영희 선생 논문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성격, 미국 내 반전운동 등을 다뤘다. 결국은 초강대국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제시돼 있었고 명쾌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 주는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리영희 사랑’이 각별했기에 당연히 리영희가 펴낸 ‘8억 인과의 대화’를 읽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본 중국대륙’이란 부제가 붙은 그 책은 사실 ‘친중 서방인사들의 중국 체험과 기행문’을 모아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을 방문했던 서구 지식인들은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 하에 연출된 모습’을 진짜인양 착각했다.

리영희는 1977년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여기에 수록한 24편의 글은 중국 민중의 ‘나날을 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체제가 다르고 살아온 배경이 다르더라도,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천국도 아닌 반면 지옥도 아니다.”

책 본문의 내용도 중국에 대한 찬양이 대부분이다.

폭력 혁명에 대한 옹호. “중국 혁명은 많은 시체 위에, 즉 열사와 영웅의, 지주와 봉건지배자의, 강제로 끌려간 병사의 그리고 수도 알 수 없는 무고한 양민의, 그 모든 사람들의 시체 위에 세워진 것이다. 혁명이란 역사에 대한 폭력적 타격으로 스스로는 탄생시키는 것이라면, 탄생한 혁명 역시 수월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영구 혁명은 따라서 영구적 폭력이다. 이런 것이 문화혁명의 교훈이다. 공포와 유혈 없는 혁명은 없다.”

중국에 대한 몰이해. “중국은 지금도 가난하고 몸부림치고 있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부유한 미국과 달리 빈곤(貧困)이 없는 가난한 나라이다. 이것은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거니와 중국 사회의 한 고립된 측면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인간 생활의 최소한의 품위 있는 수준을 고루 보장하고자 한 종합적·국가적 정책의 결과인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고 영양실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이 없다.”

미국에 대한 비판. “중국은 완벽하지는 않으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 만한 사회를 그들의 혁명방식으로써 창출하였다는 사실이 현재대로의 사회제도의 미국에 대해서 하나의 역사적 위협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인가? .. 미국이 그토록 자랑하고 선전하는 개인주의라는 것은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수탈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암호라는 사실,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미국이라는 부유한 나라가 덜 성공적으로 보인다는 측면에 우리 스스로가 눈을 돌릴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문화대혁명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 “인텔리의 각종 고뇌에 관한 많은 증언이 표면에까지 쏟아져 나오는 데는 ‘백화제방과 문화혁명’이라는 유례없는 두 시기의 격동이 필요했다. 체제가 사용한 방법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개심(改心)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인간적인 부드러운 것이었다.”

중국 계획경제에 대한 엉터리 해석. “중국에는 오늘날 어느 누구를 위해서도 돈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적 행위 동기는 없다. ... 중국인들은 ‘이윤을 행동의 지침으로 한다’는 사고방식을 ‘자본주의의 길을 간다’고 간주한다. 중국에는 실업문제도 없다. 현재로는 중국의 경제정책은 다른 어떤 계획경제의 나라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거짓말과 각종 왜곡으로 점철된 리영희의 ‘8억 인과의 대화’를 읽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일단 좌파 사회주의적 성향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사고방식을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로 바꾸는 것은 일반인보다 몇 배 더 힘들 것이다. 리영희의 영향을 받으면서 1970년대와 80년대를 산 젊은이들 가운데 사고방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지금도 많은데, 리영희의 ‘잘못된 유산’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현 더불어민주당의 586세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친중 사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대한민국 지식인의 대표적 해악인 리영희’에 닿아 있고, 그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외교를 잘해야 하는 나라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강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위해 이들 국가와 모두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다. 친미, 친중, 친일, 친러가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외교에도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체주의 국가의 성격이 강해 북한과 가깝고, 미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이다. 체제의 성격상 미국과 일본이 대한민국과 가까워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면 역사적으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크게 힘들게 한 적은 없다. 미국은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구했고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중국은 6.25 전쟁 당시 인민해방군을 보내 북한 김일성 정권을 도왔고 통일을 방해했다. 역사적으로 수나라,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 등이 줄줄이 한반도를 침략했고, 우리에게 조공과 여성들을 바칠 것을 요구했다. 19세기 말 청나라 군대는 우리의 주권을 유리한고 흥선대원군을 청나라로 압송해가기도 했다.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은 ‘청나라(중국)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후속조치로 서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하려고 했을 때 중국에서는 "미국만 없었으면 한국은 진즉 손봤을 나라"라는 얘기도 나왔다.

중국의 힘이 강해질 때 한반도 백성들은 매우 힘들었고 피눈물을 흘려야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국과 중국 간에 2천년 이상 이어진 어둠의 역사’를 깡그리 잊은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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