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늘면서 당청 지지율 추락…입국금지 놓고도 ‘우왕좌왕’ 번복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안 등과 관련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안 등과 관련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취임한 지 1000일을 맞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가고 ‘과도한 불안 말고 정부를 믿어 말라’던 호언장담과 달리 그동안 검역체계에도 구멍이 있었던 것으로 일부 확인되면서 당청 지지율이 추락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사태 초기에 정부는 줄곧 가짜뉴스 엄단을 강조해왔으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확인되고, 국내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가 그동안 유유히 전국을 활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선을 2달여 앞둔 청와대와 여당 모두 이제는 속이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 文 “과도한 불안감” 지적한지 4일 만에 “신뢰·협력이 극복의 길” 호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 보건 위기 상황’를 선포한 지난달 30일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생중계 방송을 통해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문 대통령이 점증하는 확진자 수를 의식했는지 이전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중국에 대해 자체적으로 여행 제한 조치에 들어갔는데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던 정부는 WHO가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달 31일에 첫 3차 감염자를 포함 5명이 추가되면서 국내 확진자 수가 두자리 수로 올라간 뒤 1일엔 1명, 2일엔 3명 등 연일 확산되는 양상을 띠자 그제야 강경 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3번 환자와 접촉한 6번 환자가 밀접접촉자로 전환돼야 하나 보건당국 착오로 분류되지 않았던 문제라든지 1일 확정 판정을 받은 12번 환자가 일본 체류 중 감염자와 접촉한 뒤 한국으로 입국하다 보니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만 조사하는 방역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12일간 무방비 상태로 돌아다녔던 점, 그 부인인 14번째 확진자는 아예 귀국 후 11일 동안 경기도에서 서울,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전국을 활보했었던 부분 등 곳곳에서 방역체계의 허점이 드러나다 보니 더 이상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호언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3일 현재에도 8번 확진자가 찾았던 군산 시내 대중목욕탕에서의 접촉자 수는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입국해 전수조사 대상자로 분류된 2991명 중 30여명의 한국인도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그러다 보니 정부에선 지난 2일부터 “다소 과하다 할 정도로 조치하겠다”고 이전과는 수위가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결국 같은 날 오후엔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는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며 제한적인 입국금지 카드까지 꺼내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질병관리본부조차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던 무증상 감염까지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감기 등 일반호흡기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고 불과 나흘 만에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같은 날 발표한 중국 관련 입국제한 조치를 놓고도 ‘관광 목적의 단기 비자는 발급을 중단할 계획’에서 ‘발급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으로 수정한다고 2시간 만에 번복했고 그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난 뒤엔 ‘중국 전역 여행경보 상향 발령과 관광 목적 방문 금지 예정’이란 문구 역시 ‘검토할 예정’으로 수정한다고 전해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처럼 잦은 혼선이 빚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신을 퍼뜨리고 혐오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문제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뢰와 협력이 진정한 극복의 길”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질병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역설하던 며칠 전에 비해 발언수위를 대폭 낮춘 것은 물론 점점 이반되는 민심을 의식한 듯 정부를 믿어달라는 호소로 풀이되고 있다.

◆ 文 호소에도 靑·與 지지율 추락…野에 ‘협조’ 러브콜

문재인 대통령 1월 5주차 국정수행 평가 집계 결과 ⓒ리얼미터
문재인 대통령 1월 5주차 국정수행 평가 집계 결과 ⓒ리얼미터

하지만 이 같은 호소가 무색하게 당청 지지율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달 28~31일 전국 성인 2511명에게 조사해 3일 발표한 1월 5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집계 결과(95%신뢰수준 ±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P 하락하면서 12주 만에 45%로 떨어진 반면 부정평가는 0.4%P 오른 50.3%로 집계됐다.

미투 파문으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직에서 자진사퇴한 원종건씨 사건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파 속에 20·30대와 여성 계층에서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끌었으며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에서 지지율 40%대가 붕괴됐는데, 리얼미터 측은 “무당층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향후 전체 흐름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해 지지율 부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단 문 대통령 지지율 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 역시 이 같은 영향을 받아 단 한 주 만에 40%선 아래로 떨어졌는데, 지역별로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을 수용하는 장소로 지정됐던 충청권(대전·세종·충청)에서 5.9%P 하락하면서 40%선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연령별로는 41.9%였던 20대에서 무려 9.4%P나 폭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 끝에 전체 지지율은 전주 대비 1.9%P 하락한 38.5%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에 총선을 70일 앞두고 놀란 여당은 자세를 한껏 낮췄는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모든 야당과 협력해 초당적으로 국회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 종합적 대책을 마련할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2015년에도 국회 메르스 특위를 설치해 총력 지원에 나선 사례가 있다. 국회가 선제적으로 방역 활동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기 바란다”고 야권에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또 이해찬 대표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 때문인지 “국민과 소통하는 일은 건강에 방점이 있는 만큼 가능한 이른 시기에 고위 당정 협의를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문 대통령도 같은 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제의 큰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보다 국민 안전을 우선에 두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번 사태를 반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야권에선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는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입국금지를 발표했지만 한참 늦었다. 여전히 부실하고 늑장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외국인 전수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3번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양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고 큰소리친 대통령이 사찰에서 산책 즐기고 있는데 정부가 굴러가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서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냈던 정홍원 전 총리가 3일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란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을 겨냥 “문 정부의 2년 8개월에 걸친 국정 운영은 총체적인 거짓·파탄·실정”이라며 “자진사퇴할 용의가 없는지 밝히라”고 급기야 대통령직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 뒤늦게 내놓은 고강도 대책, 민심 돌아서게 할 수 있을까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몰린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취임 1000일을 맞은 짤막한 소감에서도 “지금은 신종 코로나라는 제일 큰 일이 앞에 놓여있지만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들이 계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냉랭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부심했는데, 4일부터 중국 후베이성에서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 뿐 아니라 이날부터 확진자 접촉 땐 일상·밀접 구분 없이 자가격리 조치토록 방침을 바꿨고 유관부처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등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 강화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고려한 듯 문 대통령은 “상황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고 얼마나 더 확산될지, 언제 상황이 종식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위기 경보는 현재 경계 단계를 유지하되 실제 대응은 심각 단계에 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 종전까진 개학 연기 없이 학교를 정상 운영하겠다던 교육부는 이날 감염병 확진자 발생지역 및 이동 경로에 위치한 학교의 개학연기·휴업을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진행키로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4일부터 발효될 제한적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각의 비판 역시 의식했는지 보건복지부 차관이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위험도 평가를 거쳐 확대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중국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대한 입국금지 가능성도 열어뒀다.

아울러 여당인 민주당도 이날 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회동한 뒤 2월 임시국회를 열고 검역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직접 대면하는 선거운동은 각 당이 협의해 자제하자고 제안했다고 발표하는 등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단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2번째 확진자가 조만간 퇴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낭보도 있는 만큼 민심의 향배가 호전될 여지도 없지 않은데 그간 중국인 입국금지에 반대 입장을 표해온 싱하이밍 신임 주한중국대사가 오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3일 전격 발표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여부도 지지율 회복 여부를 가를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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