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폐업 매출 하락 분, 소비자에게 전가?”

매년 하락하는 원두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 전문 브랜드 엔제리너스가 1년 만에 가격을 또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엔제리너스
매년 하락하는 원두 가격에도 불구하고 커피 전문 브랜드 엔제리너스가 1년 만에 가격을 또 인상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엔제리너스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엔제리너스가 원부자재 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지 1년 만에 또 인상을 단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가맹점 폐업으로 발생하는 매출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엔제리너스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 “원재료 가격이 하락한 만큼 가격 조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3일 엔제리너스는 제품 일부 가격을 올렸다. 대표 제품인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는 200원 상승한 5200원, 아메리치노 라떼는 100원이 오른 6100원으로 책정됐다. 업체 측은 원부자재 상승을 가격 조정 원인으로 밝혔다.

협의회는 원재료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원두 가격이 품종에 상관없이 하락하는 추세에 따라, 엔제리너스의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실제 국제커피협회(IOC)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 11월 145.8(US cents/lb)까지 치솟았던 커피 원두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 2018년 6월에는 24.3% 낮아진 110.44(US cents/lb)를 기록했다. 

협의회는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의 손익계산서도 근거로 제시했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한 자료를 살펴보면 매출원가율은 47.1%에서 1년 새 46.1%로 줄었다. 매출액 대비 원재료 역시 같은 기간 12.5%에서 12.4%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0.3%에서 0.8%로 상승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매출원가율은 낮아지고 원재료 비율도 거의 변동이 없다”며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값은 지속 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엔제리너스가 줄어드는 가맹점 수에 따른 매출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제리너스 매장수는 2016년 843개에서 이듬해 749개, 2018년 642개로 매년 100개씩 폐업하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축소다. 

이는 엔제리너스 경쟁력이 내·외부적 요인으로 약화됐음을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시장 성장세는 2014년 이후 둔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수요보다 높은 공급이 이유로 꼽힌다. 

엔제리너스 커피 품질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또한 매장 감소 요인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커피전문점 소비자 만족도’를 보면 엔제리너스는 ‘제품’ 부분에서 3.72점을 받아 6개 브랜드 중 5위를 차지했다. 카페를 방문할 때 ‘제품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 255명 중 엔제리너스를 맛 때문에 방문한다고 답한 이는 14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내·외부적 요인으로 엔제리너스 최근 3년 매출액은 9489억 원에서 8311억 원으로 12.4% 하락했다. 업체 매출 하락 분을 음료 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으로 충당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 협의회 측 설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 축소에 따라 엔제리너스 역시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그러나 원재료 값은 낮아지고,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좋아졌기 때문에 음료 가격 인상을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카페가 동종업계 인상을 주도하며 매출 실적 하락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들기보다는 가심비를 높여 소비자의 지갑을 두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엔제리너스는 지난 2018년 12월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 3일 커피류 8종과 스노우류 8종 등 총 29종을 최소 100원에서 최대 200원 인상했다. 업체 측은 당시 “원부자재와 인건비, 임차료 등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품
목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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