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이미 헤이룽장성부터 하이난성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28일 기준으로 스리랑카와 독일에서도 처음 확진 환자가 나오는 등 급기야 전세계로 확산되어 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아직 WHO에선 우한 폐렴과 관련해 비상상태를 선언하지 않은 만큼 각국은 저마다 자체 검역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일부 국가에선 일시적 입국 금지조치부터 국경봉쇄에 이르기까지 초강경 조치마저 내놓고 있는 실정인데, 이미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몽골의 경우 입경을 차단하고 휴교령은 물론 공공행사까지 금지했으며 필리핀은 우한에서 출발해 입국하려던 중국인 관광객들을 그대로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불과 이틀 전인 26일에도 문재인 대통령부터 “국민들께서도 정부를 믿고 필요한 조치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낮춰 보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고, 이 같은 안일함을 보여주듯 바로 다음날인 27일엔 일찌감치 공항 검역을 통과해 시내 곳곳을 활보해왔던 4번째 확진자가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도 청와대에선 같은 날 오후 우한 폐렴이라는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공지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내고, 28일엔 여당 원내대표마저 정부에 “어려움에 처한 중국 정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 중국과 우리는 오랜 세월 함께 돕고 살아야 할 소중한 친구”라고 주문하는 등 질병차단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부터 의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6.25전쟁 당시 중국의 도움을 받아 정권이 구사일생한 북한조차 곧바로 중국과의 국경을 차단하고 심지어 28일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출입하는 우리 측 인원에게조차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판국에 대체 우리 정부는 이미 중국 정부까지 지난 23일에 우한을 완전히 봉쇄한 이후에도 무엇을 근거로 안일하고 낙관적인 반응을 보인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든다.

현재로선 치료제도 없으며 생존은 개개인 면역에 달려 있는 셈인 신종 전염병이 바로 이웃나라에서 창궐했다는 점에서 확산을 막기 위한 초기 대응은 과도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자신감으로 대통령이 국민의 우려를 그저 ‘과도’하다고 보고 있었던 것인지, 먼저 객관적 데이터라도 내놓고 설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한의사협회에서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확진자까지 줄줄이 나오자 그제야 전수조사 하라고 지시하는 사후약방문격 컨트롤타워를 국민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국민 건강을 우려해 그동안 현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적극 국제사회에 제기했던 모습조차 순수한 진심에서 비롯되었는지 의구심까지 드는데,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잘병의 명칭이 어떻게 보도되는지, 혹은 중국에 대한 국내 시각이 어떤지 따위를 의식할 게 아니라 우선 전염병 확산을 차단할 실질적 조치가 무엇인지에 더 신경 썼어야 되지 않을까. 어떤 것이 우선순위인지 판단할 줄 모르는 컨트롤타워라면 이런 위기상황에 국민을 향해 생뚱맞은 훈수나 둘 게 아니라 ‘불치하문’이란 고사성어도 있듯 자세를 낮추고 협조를 구하는 자세부터 취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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