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막대도 퇴출…내후년 35% 절감 목표
초고속 친환경 규제에…카페업계 ‘주름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에 내년부터 카페와 장례식장 등에서 종이컵을 볼 수 없게 된다. ⓒ시사포커스DB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에 내년부터 카페와 장례식장 등에서 종이컵을 볼 수 없게 된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내년부터 카페와 장례식장 등에서 종이컵을 볼 수 없게 된다. 매장에서 마시던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무상으로 제공됐던 일회용컵도 이제 유상 제공된다. 지난 2018년 시행된 ‘일회용컵 규제’ 도입 당시 발생했던 혼란과 갈등이 다시 한번 카페업계에 들이닥칠 전망이다.

23일 카페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했다.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와 120만 톤에 달하는 불법 폐기물 투기 문제를 겪으며 근본적으로 폐기물을 감량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 추진됐다. 

로드맵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커피전문점 등 식품 접객소 매장 내 종이컵은 다회용컵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경우 내년부터 사용이 금지된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가 실패했던 ‘컵 보증 제도’도 다시 시행된다. 일회용컵 회수 시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 막대 역시 2022년부터 금지된다. 

이 밖에 포장·배달음식에 제공하던 일회용 숟가락 및 젓가락 등 식기류 제공도 내년부터 제공하지 않는다. 불가피할 경우 유상 제공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는 비닐봉지는 2022년부터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으로 확대된다. 택배에 사용되는 스티로폼 상자를 재사용 상자로 변경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 정착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여전히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품 사용 여부는 제각각이다. 아이스음료를 판매할 때 플라스틱컵 위에 종이컵이 겹쳐 제공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한 카페업계 관계자는 “일회용컵 규제 시행 이후 매장 내 모든 컵을 머그잔으로 바꾸는 등 정책에 맞춰 노력했지만 관리 감독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다른 매장에는 관리 감독이 자주 일어난다고 오히려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정부의 일관성 있는 관리 감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매장 별로 고객 응대가 상이한 점은 소비자들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일부 매장은 고객이 테이크아웃 음료를 받은 후 잠시 매장에 머물렀다 가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같은 상황이라도 고객에게 우선 머그잔으로 받은 후 나갈 때 일회용컵으로 교환할 것을 제시하는 매장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규제 관리 감독 권한은 시청, 구청 등 지자체로 이관돼 있다”며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지역에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하고 있어 점검차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일회용품 유상 제공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일회용품 유상 금액을 정부에서 책정할 경우 업계에서는 재료비 상승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비에 대한 규제는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나 물가가 올랐을 때 자연스럽게 비용이 상승해야 하는데 외부 요인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오른다면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게 될 것”이라며 “비용이 오른다 싶으면 소비자들은 아예 지갑을 닫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도 텀블러 사용 시 일정 금액을 업체 자체적으로 보상하고 있듯, 일회용품 유상 관련 비용은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컵 크기와 종류가 제각각인 만큼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금액에 대한 결정은 업체에게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