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 아픔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제 아픔도 치유”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2번째 영입인사에서 이소현씨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2번째 영입인사에서 이소현씨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 21대 총선 열두 번째 영입인사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을 정치권에 호소해온 ‘정치하는 엄마들’ 중 한 명인 이소현씨(37세) 영입을 발표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아들 태호군을 잃었다. 이후 함께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작성한 ‘축구한다며 차량에 태워 보낸 아이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되고 2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동의하면서 어린이 교통안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됐다.

청와대 청원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부모들과 함께 도로교통법 및 체육시설법 일부 개정안(일명 태호·유찬이법) 발의를 이끌어내고 법안처리를 정치권과 정부에 호소해 왔다. 또한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일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법안 발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이씨는 어린이 안전제도와 현행법의 허점을 깨닫고 이를 여론화 하는 일에 진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준이법, 민식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관련 피해 부모들과 연대해 최근까지 어린이 생명안전법안 개정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씨는 2007년 계명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숭실대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13년간 재직해왔고 현재는 휴직 상태다.

이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같은 불행을 겪은 엄마들과 이 국회를 수도 없이 오갔다”며 “처음에는 아프고 절절한 저희들 호소를 정치권이 다 풀어 주리라 믿었다”고 했다.

이어 “모진 일을 겪었지만 뭐 하나 우리 스스로를 위해 해 달라는 게 아닌 저희가 당한 아픔이 다른 엄마아빠들에게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 다였다”며 “그 간절함과 절박함이 너무 커, 무릎을 꿇기도 했고 울며 매달려 호소도 했다. 이뤄진 일도 있고 이뤄지지 않은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치, 아이들의 안전보다 정쟁이 먼저인 국회를 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피눈물 나는 사람이 손톱이 빠지도록 우물을 파는 심정으로 정치를 통해 바꿔보기로 했다”고 입당 소회를 밝혔다.

이씨는 “‘가장 아팠던 사람이 가장 절박하고, 가장 절박한 사람이 가장 치열하고 순수하기에, 더 절박하게 매달리고 더 절박하게 성과를 낼 것’이라는 거듭된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며 “한 사람에게 닥쳤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저의 슬픔을 이겨내는 길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째 아이가 떠났지만 둘째 아이가 넉 달 후에 태어난다”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해 후회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입당식에 자리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다른 이의 아픔을 미리 멈추게 하는 일을 통해서 본인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려고 나섰다”며 “우리 민주당은 자신의 아픔을 딛고 타인의 고통을 생각하는 마음, 가장 아팠기에 절박했던 그 마음을 정치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평범한 국민들이 소박한 행복을 지키는 것이 정치 본질이고 공직자의 의무임을 이씨로부터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며 “이씨의 절실한 마음이 민주당의 초심과 만나면 아이들이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먼저 지난해 말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국회에서 무릎을 꿇고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 통과를 호소한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을 재난과 사고로부터 지켜내고 또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정치의 가장 큰 존재 이유이자 목적인데도 지난해 말 많이 죄송했다”며 “제 마음도 굉장히 착잡했다. 저희들 때문에 무릎 꿇게 해 죄송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도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회는 아직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다 만들지도 못했다”며 “민식이법, 하준이 법만 겨우 통과시켜 놓고 태호·유찬이법과 해인이법, 한음이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라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개인의 사명감에 우리 국민의 또 아이들의 안전을 맡겨둘 수만은 없다. 안전 사고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호소만으로 반복되는 불행을 막을 수도 없다”며 “우리 당이 이소현씨와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은 어린이 안전과 관련해 반복되는 불행의 이 쇠사슬을 끊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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