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의 과정서 명분·주도권 잡은 黃…靑에 1대1 영수회담 제의로 존재감도 부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보 전진을 위해 2보 후퇴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려는지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지난 20일 새로운보수당에서 내놓은 양당 통합 협의체 요구를 전격 수용한 데 이어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문재인 정권의 폭주에 원인을 제공한 것이 저희 당”이라며 고개를 숙이는 등 이전보다 한껏 유연하고 포용력을 보여주는 행보로 점차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향해선 1대1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혁신 공천을 위한 구체적 계획도 밝히는 등 이전까지 불확실했던 부분을 분명하게 정리하면서 연일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 같은 총선 준비 과정을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높일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새보수가 제안했지만 ‘신의 한 수’된 黃의 당대당 협의체 수용 결정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자칫 이용만 당한 채 소수정당의 특성상 흡수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새로운보수당이 그간 혁신을 명목 삼아 내세운 요구들을 한국당이 일단 받아들이면서 이제는 도리어 통합의 주도권이 한국당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새보수당은 이른바 ‘유승민 3원칙’ 요구에 이어 당대당 통합 협의체 요구를 관철시키면서 외형상 한국당과 대등한 눈높이로 마주하게 될 수 있게 됐지만 거듭된 자당의 요구를 한국당에서 재차 수용한 만큼 이제는 한국당 역시 이런 저런 조건들을 새보수당 측에 요구할 만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새보수당이 당대당 협의체 요구로 자당의 ‘몸값’을 높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진영 결집의 구심점을 이제 혁통위가 아니라 한국당으로 인정해버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와 같은 날 이언주 대표가 이끄는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도 한국당과 당대당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데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22일 황 대표와 만나 보수통합에 대해 논의하는 등 보수진영 곳곳에서 혁통위가 아니라 한국당으로 직접 모여들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공화당에 대해서도 유승민 위원장은 22일 “우리공화당도 (통합대상에) 포함하면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역사를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갈 세력이 뭉치지 않으면 뭉쳐도 안에서 분열의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갈등을 없애기 위한 것인데 우리공화당은 반대 목소리를 계속 냈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데 반해 황 대표는 같은 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목표를 크게 생각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은 특정 정파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하자는 것”이라고 문을 열어놓는 포용력을 보였다.

다만 혁통위에서는 기성정당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흘러가는 데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알부 나오고 있는데, 22일 혁통위 회의에선 당장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가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은 통합이 아니고 도로 새누리당”이라며 “자기희생이 없는 혁신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내려놓지 않으면 혁통위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을 철수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박상덕 원자력공동연대 대표 역시 “혁신대상인 사람들이 혁신통합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가 소외된 통합논의가 이뤄지고 새 당이 만들어진다면 그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래선지 황 대표는 앞서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정부를 막아내기 위해선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하나가 돼야 하고 거기에는 서로 내려놓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내 당 대표 자리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22일 원희룡 지사가 황 대표와의 회동 뒤 “통합신당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황 대표가 (대표직보다)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는 헌신의 자세를 갖고 계시리라 믿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를 재확인해주기도 했다.

또 당초 대권주자인 황 대표로선 대선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총선 결과를 자신이 전부 책임져야 하는 리스크를 안기보다 통합이란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 차원에서 당권을 내려놓는 형태로 2선으로 물러나는 대신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은 보수정당 통합으로 분산시키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 새보수당 ‘밀당’ 수위 높아질수록 수혜자는 결국 黃?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차 당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반면 새보수당의 유승민 위원장은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지 않아 ‘총선 불출마’ 선언 정도 외엔 자기희생을 보여줄 만한 방법이 거의 없다 보니 황 대표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대표직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황 대표가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는 반면 유 위원장은 총선(국회의원직)을 포기하면서까지 대선에 명운을 걸기는 어려워 어떻든 새보수당보다 한국당의 황 대표가 유리한 형세에 있다.

여기에 통합을 놓고 전제조건을 계속 거는 듯한 새보수당의 모습도 유권자들의 시선에 좋게 보이기는 어려운데, 일례로 공천 관련해서도 지난 10일 새보수당에선 “황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대해 진정성 있게 확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은 내려놓을 것”이라고 역설했으나 22일엔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당 대표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3원칙을 확실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공천 등 자세한 내용을 얘기하는 것은 우선 한국당 입장을 들어보겠다”고 밝혀 불과 얼마 전과는 온도차가 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혁통위에서조차 22일 브리핑에서 박형준 위원장이 공천 관리와 관련 “김형오 위원장이 통합신당의 공관위원장을 맡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공관위 출범은) 통합신당 이후로 미뤄질 수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새보수당의 유 위원장은 같은 날 “한국당의 일정에 따른 것이기에 새보수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통합신당의 공천과는 별개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유 위원장은 22일 경기도 양주 육군 25사단 신교대대를 방문한 직후엔 보수통합과 관련해 “선거법이 통과된 이후 과연 합당이 이기는 전략이냐는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통합을 넓게 봤을 때 선거연대, 후보단일화도 당연한 옵션”이라며 도리어 이전보다 더 후퇴한 통합론까지 거론했는데, 앞서 설 연휴 전에 단독 조찬 회동하자고 황 대표가 제의한 데 대해서도 유 위원장은 “사진 찍고 쇼하기보다는 일대일 협의 결과를 갖고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그걸 각 당에 갖고 들어가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게 순서”라고 답변한 만큼 양당 합당 무산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 위원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2중대인 정의당, 대안신당, 우리가 나온 바른미래당은 전부 ‘4+1 협의체’에 들어가 있지만, 어딜 가도 그 사람들이 당을 (함께) 만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는데, 소수정당 입장에서야 ‘도로 새누리당’으로 비칠 수 있는 거대정당과의 통합에 섣불리 나서기보단 정략적 차원의 통합엔 선을 긋고 원칙을 지킨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겠지만 협상 초반부터 무산 가능성도 열어두는 듯한 소극적 태도로는 자칫 통합 무산 시 그 책임과 비난을 모두 뒤집어쓸 수도 있기에 새보수당의 이 같은 ‘밀당’ 행보는 역설적으로 황 대표에게 꽃놀이패가 될 수 있다.

◆ 통합 과정서 ‘존재감’ 과시한 黃, 靑 영수회담 제의로 ‘대권 행보’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도 이를 일축하고 있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우) ⓒ포토포커스DB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도 이를 일축하고 있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좌)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우) ⓒ포토포커스DB

그럼에도 근래 보수진영 내 통합 논의가 일단 본격화되면서 자신감이 한층 높아진 황 대표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다시금 단독 영수회담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이는 과거 홍준표 전 대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여타 야당과는 다르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효과를 내는 한편 대권주자란 인상을 새삼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사실상 대권 행보를 병행한다는 평가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날 황 대표는 선거중립 내각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국정혼란 수습 및 민심 안정 명목으로 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는데, 자신이 제1야당 대표로 취임한 이래 대통령과 단독으로 국정을 상의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처럼 압박하자 청와대 측에서도 같은 날 오후 “아직 제의가 오지는 않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안(건)을 제시해 오면 내용을 검토해 야당과 협의해 보겠다”고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성사된다면 자신이 보수야권을 대표해 단독으로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함께 하는 통합 사안과 달리 황 대표만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 대권을 바라보는 그에게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게 순탄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데, 통합과 함께 강조한 쇄신의 경우 비록 공관위로 공을 넘겼다고는 해도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황 대표의 호소를 전혀 듣지 않고 있으며 황 대표 본인마저 수도권 험지 출마를 표명한 이전과 달리 22일 기자회견에선 “비례대표도 전에 생각해 본 바 있다”고 비례대표 출마 여지를 남겨 향후 솔선수범 없이 대폭 물갈이를 단행한다면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보수통합과 관련해서도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조사해 22일 발표한 ‘통합보수신당’ 출현 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95% 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오히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통합하기 이전(한국당 32.1%. 새보수당 3.8%)보다 하나로 통합한 뒤에 더 낮은 지지율(25.1%)가 나왔다는 점에서 ‘묻지마 통합’을 추진했다간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도 있기에 이 또한 통합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 방법론을 놓고 황 대표에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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