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너구리’ 거꾸로 뒤집으면 ‘RtA’ 실제 제품으로…
소비자도 참신 마케팅 환영…억지 ‘언어파괴’는 반감

농심은 너구리 라면 한정판인 ‘앵그리 RtA’를 출시한다. ⓒ농심
농심은 너구리 라면 한정판인 ‘앵그리 RtA’를 출시한다. ⓒ농심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지난해 등장한 ‘괄도네넴띤’ 열풍을 이번엔 ‘너구리’가 이어간다. 너구리 포장지를 거꾸로 뒤집으면 알파벳 R, t, A와 비슷하다는 사연에서 유래된 ‘앵그리 RtA’가 온라인을 넘어 소비자 식탁에 찾아왔다.

농심은 너구리 라면 한정판인 앵그리 RtA를 출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RtA를 실제 제품으로 선보이는 것. 

앵그리 RtA는 앞서 너구리는 즐겨먹지만 한글은 읽지 못하는 외국인이 지어낸 별명이다. 수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유명한 RtA라면을 사달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라면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사진을 받아보니 농심 너구리였다”는 사연이 올라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너구리 RtA 사연. ⓒ농심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너구리 RtA 사연. ⓒ농심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RtA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멍멍이는 ‘댕댕이’, 명곡은 ‘띵곡’이라며 특정 글자를 비슷한 모양으로 바꿔 읽는 이른바 ‘야민정음’이 유행하며 RtA 사연이 재차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실제로 한 외국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는 농심 너구리를 ‘RTA Neoguri’라고 병행 표기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심은 RtA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었다. 고추 함량을 늘리고 후추를 더해 기존 너구리보다 3배 매운맛을 구현했다. 홍합과 오징어 등 해산물 재료는 더 늘리고 면발도 두꺼워졌다. 건더기 수프에는 너구리 캐릭터 모양의 어묵을 첨가했다. 제품은 봉지면과 사발면(큰 사발) 두 종류로 출시한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붙여준 별칭을 실제 제품에 적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펀(Fun)마케팅을 펼쳐 한층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IdH(갈아만든 배)’,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 ⓒ아마존 캡쳐, 팔도
왼쪽부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IdH(갈아만든 배)’,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 ⓒ아마존 캡쳐, 팔도

이 같은 언어유희 마케팅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7년 해태htb의 장수 음료인 ‘갈아만든배’는 ‘배’라는 글자가 영어 ‘IdH’와 모양이 비슷해 이를 상표로 출원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쇼핑업체인 아마존에는 ‘IdH’라는 이름으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초 등장한 ‘괄도네넴띤’은 언어유희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힌다. 괄도네넴띰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붙여진 팔도비빔면의 별명이었다. 당초 한정판으로 생산된 해당 제품은 500만 개가 완판 되는 기염을 토하며 지난해 7월 정식 출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언어유희 마케팅이 언제나 소비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야민정음을 활용한 ‘읶메뜨’ 마케팅을 펼쳤으나 소비자들의 반감을 산 바 있다. 

위메프는 행사 명칭을 ‘가격 따괴 상뚬 총 출동(가격 파괴 상품 총 출동)’으로 정하고, 커피머신을 ‘귀띠머신’, 스피커를 ‘스띠귀’, 공기청정기를 ‘공7ㅣ청정7ㅣ’등으로 변형해 이벤트에 사용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나서서 한글을 파괴한다’며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IdH’나 ‘괄도네넴띤’, ‘RtA’ 등은 소비자 사연으로부터 시작돼 널리 사용 된 후 제품 출시로 이어진 사례”라며 “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든 언어유희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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