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호남 통한 ‘권토중래’ 기대?…호남行에도 ‘보수통합’ 가능성 없진 않아

안철수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안철수 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전 의원이 21대 총선을 80여일 앞둔 지난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이후 선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연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8년 서울시장 패배 이후 해외로 나간 지 1년 4개월여 만에 귀국한 그의 정계 복귀를 놓고 이미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총선 전 정계개편 상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안철수 “실용적 중도정당 만들겠다”…진영 논리에 선 그어

안 전 의원은 1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제 목적은 실용적, 중도적인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그런 사람들로 국회를 채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대해서도 “저는 관심이 없다. 진영 대결로 일대일 구도로 가는 것은 오히려 정부여당이 바라는 것이고 혁신과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면 일대일보다 훨씬 더 합이 큰 그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독자 노선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20일 오전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부터 통합에 적극 나서리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어제 귀국 메시지를 보면 지금 통합신당이 내세운 가치나 정책기조, 이런 것들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아직 총선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 문이 닫힌 건 아니고 여지는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명분보다 선거를 앞두고선 전략이 우선”이라고 안 전 의원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래선지 안 전 의원은 20일 오전 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선 혁통위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거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제 머릿속에 아직 없다. 국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데 제가 절박하게 지켜본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국민 여러분에게 뜻을 구하겠다”고 함께 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비단 혁통위 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에서도 안 전 의원과 손을 잡게 될 경우 새로운보수당과의 통합보단 중도로 외연 확장하는 전시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안 전 의원 귀국 당일인 19일에 황교안 대표가 ‘여의도에 90년대생이 온다’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자유 우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 하겠다는 제 뜻은 변함이 없다. 안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안 전 의원은 ‘보수통합’에 합류한다는 진영 논리에 뛰어든 모양새로 비쳐질까 우려했는지 20일 ‘황 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획이 없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전 대표는 향후 정치활동과 관련해서도 “어떤 정치세력과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앞서 손학규 대표와는 만날 뜻을 내비쳤기에 일단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거나 신당을 창당할지 문제부터 집중하려는 의사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 안철수계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안 전 의원) 본인은 개인적으로 이념과 진영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인데 자꾸 중도든 보수든 일단 보수에 기반을 둔 통합 프레임을 갖다 대고 여기에 들어와라 마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않나.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관심도 없고, 여기에 응할 수 없다”며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분들이나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안 전 대표가 당으로 돌아와 이 당을 발전적 해체 수준까지 끌어올려 완전히 환골탈태시켜서 실용적 중도정당을 통해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많이 주신다”며 “(안 전 의원이) 당을 완전히 재건하려면 거기에 걸맞은 권한과 역할이 보여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현재 지도체제의 전환이 필요하다. 손 대표가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결심이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의원을 향해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에 관심 없고 실용적 중도정치를 지향했다. 조속히 당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갖자”면서도 ‘안 전 의원에게 전권을 주느냐’는 질문엔 “만나서 얘기해봐야 한다. 왜 자꾸 가정을 얘기하느냐”며 즉답을 피했는데, 이 의원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손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고 계속해서 적당히 시간 보내려고 하고, 총선에서 안 전 대표를 활용해 현재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모면해 보려는 그런 태도로 하면 거기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이 의원은 안 전 의원이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는데,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비용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금 안 전 대표가 가는 길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명분이나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에 충실히 하는 것”이라며 “촉박하기 때문에 어떤 판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빨리 해야 되고 이 부분은 늦출 수 없다. 안 전 대표가 짧은 기간이지만 가급적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설 연휴를 전후해서 거칠 것”이라고 밝혀 향후 1~2주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결단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안철수 ‘호남’行에 경계 눈길 보내는 범여권…‘중도’ 강조 행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는 안철수 전 의원. 사진 / 박영용 기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는 안철수 전 의원. 사진 / 박영용 기자

아울러 중도라는 인상을 주고자 당초 관심을 모았던 보수통합 동참에는 거리를 두려는지 안 전 의원은 귀국 후 아예 ‘진보’ 색채가 강한 호남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19일 귀국 회견에서 그는 광주 방문 일정과 관련해 표면상으론 “국민의당을 지지해주신 많은 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려 제가 그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감사 말씀 드리러 가는 게 도리”라고 설명했으나 호남행에 앞서 20일 오전 현충원 방문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부터 참배한 뒤 김영삼·이승만·박정희 순으로 찾아가는 등 호남 민심을 의식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범여권은 물론 호남을 기반으로 둔 대안신당의 경우 격하게 반응했는데, 장정숙 대안신당 수석대변인은 20일 “호남이 지지했던 국민의당은 철학 없는 행보와 리더십 한계로 좌초했고 간판주자인 안철수의 새정치 깃발은 혼란과 무능의 상징”이라며 “우리는 안철수의 최종 선택을 보수영남으로의 퇴행으로 기억한다. 얍삽한 공학적 계산으로 호남의 선택과 투자를 무산시킨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안 전 의원에 견제구를 던졌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2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안 전 대표를 겨냥 “광주 시민들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나”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냈다.

이 같은 호남 출신 의원들의 날선 반응이 마냥 노파심만은 아니었는지 실제로 안철수계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21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호남은 안 전 대표하고 굉장히 특별한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 때부터 이제까지 쭉 지지해주셨고 본인의 처가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래서 본인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여러 가지 남다른 지역”이라며 “올바른 길을 간다면 호남에서 다시 한 번 관심과 평가를 해주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를 갖고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혀 대안신당 측의 경계심을 한층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등을 겨냥 “민평당도 마찬가지고 그들은 바른미래당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반대해 나갔던 분들이고 지금도 안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안 전 대표의 가치나 노선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참여를 희망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입장을 견지한다면 안 전 대표가 가는 길과는 분명히 선이 다르다”면서 안 전 의원 측에서 적극 나서서 포용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 安, 독자노선 성공 어렵다?…제2 ‘3당 합당’ 위해선 대권 타협 필요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3당 합당과 같은 전략이 필요한 때라며 안철수 전 의원에 러브콜을 보냈다. ⓒ포토포커스DB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3당 합당과 같은 전략이 필요한 때라며 안철수 전 의원에 러브콜을 보냈다. ⓒ시사포커스DB

다만 안 전 대표가 호남을 발판 삼아 과거와 같은 재기에 성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없지 않은데, 비단 호남 기반 정당 출신 의원들 뿐 아니라 보수 성향인 박형준 혁통위원장조차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 총선 때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국민의당이 선전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지역과 이념이라고 하는 기본 지지층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서기가 대단히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미 영남, 호남이 각각 여야 거대 정당에게 상당부분 지지층이 견고해졌고 또 이념적으로도 지금 프레임 정치 탓으로 양극화가 심화돼 있는 상황이어서 제3세력으로써 존립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보수통합에 안 전 의원이 뒤늦게 합류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통합 준비 작업에 착수하기도 촉박한 만큼 한국당에서도 당장 실질적 논의하기는 어려운 안 전 의원보단 결국 새보수당의 여러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기로 방향을 굳히면서 연일 양당 통합을 위한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황 대표는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일찍이 대선주자로 꼽혀온 황 대표였던 만큼 또 다른 대선주자급 인사로서 귀국 회견부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안 전 대표의 행보와 함께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합이 필요 없을 정도로 총선 승리를 자신하기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선거제 변화 등 변수가 한층 다양해진 상황 속에서 만일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자칫 그대로 대선가도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는 만큼 통합을 통한 2선 후퇴는 명분도 살리고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기 때문인데, 현재 박형준 위원장은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모여 함께 했던 과거 ‘3당 합당’과 같은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황 전 대표와 안 전 의원 모두 당장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거대정당이 먼저 양보하지 않는다면 안 전 의원이 합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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