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결제 도입·운항 거리에 따른 공제 등 ‘개편’
“소비자가 적립한 재산권…‘동의’없었으므로 침해”

대한항공 보잉 737-900ER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 ⓒ대한항공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소비자 단체가 올 4월 시행되는 대한항공 새 마일리지 정책이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개편안이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하며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을 위반 한다”고 20일 밝혔다. 변경된 제도가 여행객 대부분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3일 현금·카드 결제와 함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복합결제 시범 도입 계획과 함께 발표한 스카이패스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변경한 것이 주요 골자다. 따라서 기존에는 북미와 유럽, 호주행 표를 마일리지로 살 때 똑같은 마일리지를 차감했지만, 이제는 노선 길이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일반석 기준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 노선 중 64개 노선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된다. 12개 노선은 종전과 같다. 하와이를 예로 들면 이전엔 미주 지역으로 분류돼 일반석 평수기 편도 기준 3만5000마일을 공제했으나, 운항 거리로 분류되면 3만2500마일로 줄어들게 된다. 장거리 노선 경우 마일리지로 항공권 구매 시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마일리지 적립률 역시 변경된다.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인 반면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췄다. 이에 고객 대다수가 이용하는 일반석 마일리지 적립이 줄어 회원 등급 간 부익부 빈익부가 심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개편안은 항공권을 살 때 필요한 마일리지는 더 늘어나고, 탑승 후 쌓이는 마일리지는 크게 줄어들도록 하고 있다”며 “복합결제 또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만 가능하고 항공권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타 온라인 구매처에서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스카이패스 팩트체크-새로워지는 스카이패스 진실 혹은 오해’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스카이패스 팩트체크-새로워지는 스카이패스 진실 혹은 오해’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쳐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뉴 스카이패스 팩트체크-새로워지는 스카이패스 진실 혹은 오해’라는 팝업창을 공식 홈페이지에 띄우고 제도 설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권 구입 시 20% 이내 금액을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복합결제 경우, “운임 20%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20% 이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사용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소 사용한도가 낮아 적은 마일리지도 알뜰하게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현금 결제분만 마일리지로 적립하는 타 항공사와 달리, 마일리지 지불 부분을 포함한 전체 운임에 대해서 적립되므로 오히려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상위 클래스 공제 마일리지가 불합리한 수준으로 인상된다는 지적에는 “동일 지역이라면 2000마일 이상 차이가 나도 공제 마일리지가 같아 오히려 거리 간 차별을 두지 못해 중단거리 기피, 장거리 편중이 심화됐다”며 개편안이 더 합리적인 사용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합결제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만 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한항공 홈페이지와 모바일에서도 여행사와 동일한 프로모션 및 특가 운임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비싸지 않다”며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이용하면 소량 마일 사용과 최저가 항공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편안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므로 공정위는 해당 위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마일리지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적립한 재산권이므로 대한항공은 이를 방해하지 말고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할 채무자로서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적립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부당하고 불공정한 개편안으로 고객들의 조건부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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