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가격 오르는데…‘삼겹살’ 나홀로 하락
CJ제일제당, 냉장햄 가격 최대 1000원 인상

지난해 전 세계 양돈 농가를 공포에 빠뜨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자 장바구니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사포커스DB
지난해 전 세계 양돈 농가를 공포에 빠뜨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비자 장바구니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현지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양돈 농가를 공포에 빠뜨렸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하 돼지열병)이 소비자 장바구니에도 영향을 끼쳤다. 품귀현상으로 가격 상승이 우려됐던 삼겹살은 오히려 기피 현상으로 가격이 하락했고 수입 원료육을 주로 사용하는 냉장햄은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냉장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26개 품목 가격을 내달 13일부터 평균 9.7% 인상한다고 20일 밝혔다. 냉장햄 인상은 지난 201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는 2018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돼지열병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20년 북아프리카에 처음 발생한 돼지열병은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치사율 100%에 달한다. 1970년 이후 잠잠하다가, 지난 2007년 조지아공화국에서 발견된 뒤 동유럽과 아시아에 퍼지기 시작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2018년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이 10곳과 중국, 홍콩, 북한,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 7개 나라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건 2019년 9월, 경기도 파주 한 돼지농장에서다. 어미돼지 5두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돼지열병으로 판정됐다. 이후 파주와 연천군, 김포, 강화 등으로 번져 해당 일대 농장 248곳에서 돼지 38만1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에 전국 돼지 사육 마릿수는 8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28마리로 전년보다 5만3000마리(-0.5%) 감소했다. 이는 구제역 파동 여파가 지속하던 2011년 1분기(-28.8%) 이후 최대 규모로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돼지고기 품귀현상으로 “삼겹살 한 근에 10만 원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다. 우리나라보다 1년 먼저 돼지열병 타격을 받은 중국은 돈육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2019년 전년 대비 46.7%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발병 초기 반복됐던 이동금지 명령이 풀리면서 돼지고기가 한꺼번에 쏟아진 탓에 가격 폭등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소매가격이 하락하며 농가들이 적자를 보는 현상이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소비자들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올해 삼겹살(200g·서울 기준) 가격이 전년 대비 3.2% 하락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서울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 외식품목 8개 가운데 7개 가격이 1년 새 올랐다”며 “자장면은 무려 7.19%, 김밥도 6.12%나 올랐는데 삼겹살만 하락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냉장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26개 품목 가격을 내달 13일부터 평균 9.7% 인상한다. ‘백설 햄스빌 베이컨’. ⓒCJ제일제당 공식 스토어 캡쳐
CJ제일제당은 냉장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26개 품목 가격을 내달 13일부터 평균 9.7% 인상한다. ‘백설 햄스빌 베이컨’. ⓒCJ제일제당 공식 스토어 캡쳐

반면, 수입 원료육을 사용하는 냉장햄과 소시지 등 가격은 올랐다. 세계적으로 돼지열병이 장기화된 탓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냉장햄에 사용되는 미국산 앞다리 살과 베이컨 주원료인 유럽산 삼겹살 시세는 2015년 대비 각각 25%와 42%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사육두수 급감으로 수입량을 늘리면서, 도미노처럼 전 세계 돼지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백설 햄스빌 베이컨’과 ‘백설 그릴 비엔나’가 14%로 가격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어 ‘백설 동그랑땡’은 11%, ‘백설 오리지날 후랑크’는 8%, ‘더건강한 그릴 후랑크’는 7% 가격이 상승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 원료육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20% 이상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소비자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시점도 설 연휴 이후로 늦췄다”며 “지난해 농협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년 대비 약 20%가량 국산 돼지고기 수매량을 늘리는 등 국내산 돼지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