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 “한국당, 당대당 협의체 구성하자” 제안…한국당, 일단 ‘투 트랙’ 기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중),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우)가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중),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우)가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통합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지난 14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혁통위)가 출범 후 첫 회의를 개최하면서 본격 출발하는 듯했던 통합열차가 새보수당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시작부터 탈선 위기를 맞고 있다.

◆ 한국당서 ‘3원칙’ 받자 ‘당대당 통합 협의체’도 요구한 새보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내용을 포함한 이른바 ‘유승민 3원칙’을 지난 13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당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식 수용한 데 이어 14일 열린 혁통위 첫 회의엔 새보수당 의원들도 참여하면서 총선 전 보수통합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나 갑자기 새보수당이 또 다른 요구사항도 꺼내면서 혁통위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재건을 위한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논의를 위해 양당 간의 대화기구가 필요하다. 이제는 3원칙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행동을 할 때”라며 “우선 양당 간 논의를 중심으로 그 원칙에 동의하는 세력들과 논의를 확대해나가자”고 한국당에 ‘당대당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미 하 책임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당시에도 혁통위의 의미를 자문기구로 축소한 뒤 “거기에 참가하는 여러 주체가 다 통합대상은 아니다. 혁신통합 대상은 한국당 뿐”이라며 “한국당과 협상은 원트랙이다. 양당 협의”라고 못을 박은 바 있어 사실상 이 같은 요구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없진 않다.

또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제안은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 의심 어린 시각을 보내온 유승민 의원의 입장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도 없지 않은데, 유 의원은 15일 당 대표단 회의에서 전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우리공화당까지 포함하는 단계적 통합 구상을 밝힌 점을 꼬집어 “우리공화당까지 통합하면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인가. 어려울 때일수록 중심을 놓치지 말고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새보수당의 존재 의미가 뭔지 생각해 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저희 중 일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와 유 의원은 묻지마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다 분명하게 선을 그었는데, 유 의원 역시 “한국당 중심으로 통합하고, 거기에 우리 숫자 몇 개 붙인 것을 국민이 ‘새 집 지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강조했던 만큼 좀 더 한국당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1대1 협의체를 제안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도 ‘당대당 협의체’ 제안에 동의한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 의원도 동의했다. 동의 안 했는데 발표했겠나”라고 답했는데, 유 의원도 보수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듯 같은 날 “창당한지 얼마 안 된 새보수당이 통합에 너무 휩쓸려가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왜 창당했는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새보수당이란 이름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데 좀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다음에 보수재건으로 진정성 있게 하는 그런 통합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다만 이러한 요구가 결국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한 의도 아니겠느냐는 일부 시각을 의식한 듯 정병국 새보수당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가 그런 식의 접근을 통해 통합논의해서 통합을 어렵게 한다손 (쳐도) 절대로 그 국민적 동의를 받지 못한다”라며 혁통위가 아니라 한국당과의 1대1 논의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혁통위는 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 기구는 아니라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 향후 새로운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정당 모습은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신설 합당하는 것이고 이걸 해서 새로 탄생하는 이 당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가 논의하는 기구가 혁통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의원은 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 그는 1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나와 “당이 일단 합당하기 위해선 절차가 필요한데 이런 과정들을 빨리 만나 협의해서 2월 10일까지는 창단하자는 게 저희들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하 대표도 한국당에 당대당 협의체를 제안한 자리에서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답이 왔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새보수의 ‘소통합’ 행보에 혁통위와 전진당 등 반발

이처럼 새보수당에선 모두가 ‘묻지마 통합’엔 반대한다면서도 일견 통합 논의에 있어 원칙을 강조하느냐, 총선까지 일정상 일단 속도를 내느냐를 놓고 온도차는 보이지만 일단 한국당과의 1대1 협의체 구성에는 대체로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여기서 제외된 다른 세력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당 역시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새보수당에서 한국당에 당대당 통합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한 다음 날 열린 16일 혁통위 회의에선 설전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안형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과 김은혜 대변인,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등 3명의 혁통위원이 전날 위원직에서 물러난 일을 놓고도 정운천 새보수당 의원은 “혁통위가 대통합을 추진하는 구성체로 출발하는 시점에서 사전 정지작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김근식 혁통위원은 “혁통위에 요구할 건 다 요구하고, 돌아서서는 다른 당 대표 채널에서 둘만 통합 이야기하자고 하나. 세 분이 사퇴한 마당에 다시 당대당 통합 논의기구를 갖자는 것에 대한 새보수당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이 뿐 아니라 보수 성향 시민단체를 대표해 나온 이갑산 혁통위원도 “당대당 통합 이야기는 여기서 해야지 밖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당끼리 하는 일은 숨어서 하라”고 새보수당 측에 일침을 가했는데, 박형준 위원장까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보수당의 ‘당대당 협의체’ 주장과 관련 “한국당을 포함한 여러 위원들이 ‘문제가 있었다.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라며 “통합 문제는 혁통위 내에서 집중하는 게 옳다. 혁통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정운천 의원도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혁통위에 함께 하고 있는 미래를위한전진당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이언주 의원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보수당을 겨냥한 듯 “나가서 실패한 특정 계파가 중심이 되어 하는 구닥다리 통합이란 얘기가 시중에 파다하다. 이건 나쁜 통합이고 1+1는커녕 0.5가 될 수도 있다”며 “나쁜 통합이라면 전진당은 함께 할 수 없다. 우리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총선 승리를 담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놓는 등 현재 이뤄지고 있는 보수통합 논의 상황에 비판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혁통위 내에서 나오는 반발의 목소리에 새보수당에서도 16일 지상욱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맞불을 놓는 모양새인데, 그는 박형준 위워장을 겨냥 “중립적 의무를 지닌 위원장으로서 새보수당의 정치행위에 왜 가타부타하는가. 박 위원장은 한국당 대변인인가”라며 “중립성을 위반한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또 혁통위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하겠다”고 ‘강 대 강’으로 맞받아쳤다.

◆ 한국당, 새보수 제안에 아직 확답 없지만 수용 가능성↑

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 ⓒ리얼미터
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 ⓒ리얼미터

이런 가운데 정작 새보수당으로부터 당대당 협의체 구성안을 제안 받았던 황 대표는 16일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그 부분도 논의 중이다. 숙의 중”이라고만 답하며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데, 이날 최고위에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일단 보수통합 진행상황과는 별개로 자체적인 총선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양당 통합 무산 가능성까지 감안해 ‘투 트랙’ 전략을 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공관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새보수당과 교감한지 여부와 관련해 “한국당의 공관위원장이라 한국당 당헌당규에 따라 의결되고 선임됐다”며 “이번 주 안으로 공관위를 구성해 다음 주까지 위원회를 발족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박 사무총장은 공천이 양당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인지 향후 보수통합이 이뤄진 뒤 공관위원장 교체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통합이 확정된 이후에 공관위를 보완하거나 통합에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고, 황 대표도 앞서 최고위 회의에서 “우파와 통합과정에서 공천으로 인한 잡음이 없도록 협의해 나가겠다. 추후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새보수당에서도 하태경 책임대표가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에서 공관위원장을 선임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이 많아 답변 드리는데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 사안엔 굳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오후에 올린 글에선 “행동 없는 말 뿐인 통합 선언은 진정성이 없다. 한국당이 새보수당과 양자 대화에 계속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한국당을 반통합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고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렇듯 통합 주도권을 놓고 양당 간 탐색전만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결국 황 대표와 유 의원이 설 전에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선 유 의원이 15일 기자들에게 이 같은 회동과 관련 “아직 그럴 계획은 없다”고 밝힌 만큼 성사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당의 통합이 무산되기보다 성사 가능성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는데, 양당 모두 통합 배경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를 언급했었을 만큼 총선 전 ‘통합 무산’이 선거에 미칠 역풍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데다 여론조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볼 만한 지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TBS의 의뢰로 지난 13~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해 16일 발표한 1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주중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전주 대비 4.1%P나 떨어져 37%에 그친 반면 32.4%로 오른 한국당 지지율과 이번 조사에서 첫 집계된 새보수당의 5.3%를 합할 경우 민주당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와 만일 통합이 순탄하게만 이뤄진다면 탄핵 사태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던 보수진영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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