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서민적 ‘승부수’ 던진 홍준표, 파급효과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구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당초 ‘박근혜·이명박’-‘원희룡·고진화’ 2강 2약 구도가 고착화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3선의 홍준표 의원이 사실상 경선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홍 의원이 현 대선구도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재외동포법’ ‘국적법’ 에 이어 지난해 ‘아파트 반값’ 정책 등으로 인한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고 있고, 여기에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주요요직을 거치며 당내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31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등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편이다. 때문에 현재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과 그 뒤를 잇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가에선 ‘박근혜-이명박-홍준표’ 3강 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2강 3약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나온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홍 의원의 출마로 인해 “당 경선이 재미있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박근혜·이명박’의 지루한 싸움에 대중적 인기와 튀는 입심으로 양 진영에 거침없는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손학규 전 지사가 빠진 자리를 메워 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그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그간 2강 구도가 고착화 되면서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였다.

홍 의원 22일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대 주자 진영의 쟁투가 금도를 넘어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며 “두 주자로는 서민정책이 나오기 어려울뿐더러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도 어렵다”며 한 언론을 통해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양 캠프에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부터 독자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도전하기 위한 선택이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의 포지션 정도가 아니라 (두 대선주자에 맞설)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경선 대열 합류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간의 양자 대결로 진행돼 온 경선구도에 변화가 올지 관심이다. 홍 의원이 경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주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박근혜·이명박 측 엇갈린 반응 왜?

홍 의원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측의 반응은 엇갈린다. 박 전 대표측은 현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며 반기고 있는 반면 이 전 시장측은 ‘혹여 대세론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홍 의원이 중도개혁·서민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 전 시장과 지지세가 겹쳐 일단은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지성향인 홍 의원이 이 전 시장표를 잠식하게 되면서 박 전 대표가 자연스레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2강 구도에서 벗어나 다자구도 마련 자체가 박 전 대표에는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

이 전 시장은 지난 23일 경기도 시군의회의원 체육대회에서 홍 의원의 출마에 대해 “본인이 결심한 것이고 저는 본인의 결심을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본인에게 많은 의욕과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다”고 말할 뿐,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홍 의원의 출마를 그리 달갑지 않은 뉘앙스다.

이 전 시장측 대변인인 진수희 의원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홍 의원의 출마로)이 전 시장의 지지층이 빠지긴 하겠지만 큰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며 “홍 의원의 수도권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본선이 아니라 예선전이기 때문에 큰 변화를 없을 것으로 본다”고 홍 의원의 출마를 평가절하했다.

박 전 대표측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홍 의원의 등장을 반기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2등과 3등이 싸울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홍 의원의 출마는 오랜만에 들리는 낭보”라며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면서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처럼 수도권 기반이고 지지자 스펙트럼도 비슷해 이 전 시장의 표를 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당내 경선 구도상 지역·이념적 지지층이 겹침에 따라 이 전 시장 대세론 굳히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홍준표, 경선 막판 ‘캐스팅보트’?

홍 의원에 대한 ‘파급력’이 예측 불가능한 가운데, 이 전 시장측이 더욱 긴장하는 이유는 향후 홍 의원이 경선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 의원의 출마가 이 전 시장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반면 한쪽으로 치우친 박 전 대표의 스펙트럼을 넓혀 줄 수 있는 데다 수도권 지지표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게는 ‘우군’같은 존재다.

특히나 지난 5·31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이 전 시장과 홍 의원 사이가 요원해 진 점도 이 전 시장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부분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 당시 친이(親李)로 분류됐던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으로부터, 경쟁 후보였던 맹형규 의원은 박 전 대표로부터 지원을 받아 서로 팽팽하게 맞붙었었다. 하지만 당내 소장 의원들의 거듭된 설득으로 지방선거 한달전인 지난해 4월말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출마로 다자구도가 형성된 바 있다. 그러나 경선직전 이 전 시장이 오 시장을 지원해 결국 홍 의원은 경선에서 패배했고, 오 시장이 당선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홍 의원은 지난해 기자와의 만남에서도 이 전 시장에 대해 격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이를 계기로 친이에서 반이(反李)로 돌아선 듯한 모습이었다.

연장선상에서 최근 경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놓고 박근혜·이명박 대립으로 분열 직전에 놓여있던 상황에서도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의 양보를 촉구하며 박 전 대표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였다.

물론 홍 의원은 “다 풀었다. 이 전 시장과 나처럼 친한 사이도 없다”며 ‘이 전 시장과의 앙금을 해소했다’고 박 전 대표의 우호적으로 비쳐지는 시각을 거듭 차단하고 있지만 좀처럼 이러한 외부의 시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이 최근 출마 의사를 나타내며 “아직 이 전 시장과 관계 설정문제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경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한 이 전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점은 홍 의원이 박 전 대표측에 유리하게 작용, 따라서 박 전 대표 진영에서의 ‘역할론’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이미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선대위 체제가 이미 완료된 만큼 홍 의원의 입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오히려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홍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향후 홍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케스팅보트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홍준표 ‘중도·개혁’ 선봉

“(박근혜·이명박)두 주자로는 서민정책이 나오기 어려울뿐더러 한나라당의 외연확대도 어렵다”고 출마 배경을 밝힌 것처럼 당의 중도개혁 선봉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손 전 지사가 탈당한 만큼 ‘완충지대’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영향력’을 높여가겠다는 것.

실제 홍 의원은 출마 선언과 동시에 ‘성인 1인 1택제’와 ‘토지소유 상한제’ 등의 다소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는 당의 외연확대가 어렵다”며 “진보성향의 정책을 내놔야 흥행도 성공할 수 있고 본선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당원 대의원 상대가 아닌 대국민을 상태로 토론회를 통해 (홍 의원의)정책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당내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을 통해 홍 의원의 스스로의 세를 확보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원·고 의원 등 이미 개혁성향 주자들이 나선 상태지만 완충지대 역할이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홍 의원의 ‘진보정책’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의원은 대선출마 선언 이후 29일 광주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정책비전 대회 첫 일정도 참여키로 하고 자신의 대중적 정책의 내세우며 상대 후보들의 정책 검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예견된 홍준표 ‘출마’

그간 홍 의원의 출마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 전 시장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었던 당시 대선출마 할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바 있고, 대선 공약에 버금가는 ‘아파트 반값’ 정책을 통과시키는 등 대중 이미지를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욱이 지방선거에서 단점으로 작용했던 강성 이미지를 순화시키기 위해 국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외부의 노출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환경노동위에서 여야가 극단으로 대치하는 등의 핵심쟁점에서 멀어져 있었던 만큼 그 사이 색채를 희석시켜 다소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말들이 공공연히 흘러나오기도 했다.

올초 홍 의원 관계자들도 “대선 구도가 재미있어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최근 홍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선후보 등록금인 5억이 다 모아지면 경선에 출마하겠다”며 여운을 남기는 등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간간히 대선 출마를 암시했왔던 것이다.

이처럼 홍 의원의 예견된 등장은 경선 참여 의미를 넘어 ‘박근혜-이명박’에 견제 세력으로 현 경선 구도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홍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