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盧’ 유시민 당 복귀 파장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관직 사퇴와 동시에 열린우리당에 복귀키로 했다. 지난해 2월 논란 속에 장관직에 오른 뒤 1년 4개여월 만이다. 또 4월 초 연금법 부결로 주무장관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진 뒤 사의를 표명한 후 한달반여만의 일이다. 유 전 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내 본뜻과 다르게 당에 복귀한다느니 하는 공세가 있고 복지부 직원들의 업무도 불안정해지는 점도 있다”며 “국민연금법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정책들과 갈등 사안들이 정리가 됐기 때문에 내가 복지부에 있는 것이 해로울 수 있어 사의를 표명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로써 당 공식 절차를 통해 6·14 대통합 시한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의 열린우리당호(號)에 합류하게 됐다. 당 복귀 후 그의 역할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지, 조용히 대세에 따를지 주목되지만 현재로서는 전자의 견해가 우세하다.


노대통령의 복심(腹心), 노(盧)의 남자로 통하는 ‘유시민’의 합류 선언으로 범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유 전 장관의 투입으로 ‘친노’진영의 구심력이 한층 강해짐에 따라 친노·반노 갈등격화로 인한 우리당의 핵분열 가속화와 함께 범여권 통합이 상당폭 낮은 단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우리당 지도부가 대통합 추진을 위임받은 6월 14일 이후 급격히 분열, 열린우리당 사수파와 3~4개 비노그룹이 생겨나는 등 생존을 위한 각개약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유 전 장관이 범여권 통합과 차기 대선에서 ‘노의 남자’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친노진영에서도 ‘유시민’ 복귀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분위기 이면서도 한편으론 탄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 유 전 장관이 어떤 행보로 정가를 들썩이게 할지 관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분간 유 전 장관이 흐름을 관망하며 몸을 낮추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대평가 돼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당장 범여권 ‘새판짜기’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이뿐 아니라 지난 20일 노 대통령과 1시간 동안의 만남속에서 유 전 장관이 노 대통령의 ‘전령’으로서 우리당 사수의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 ‘반노 대 친노’ 갈등 격화 예고

유 전 장관의 복귀로 우선적으로 지지부진한 통합 흐름에 불만족을 나타내고 있는 열린우리당내 탈당파들을 자극시킬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당내에서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만큼 그의 복귀로 ‘친노 대 반노’ 구도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결국 핵분열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일단 당 지도부도 유 전 장관의 복귀와 관련해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당원이자 국회의원이 장관직 임무를 끝내고 당에 돌아오는 것은 순리”라면서도 “(유 전 장관이)당에 복귀하면 국회에 충실히 임하도록 요청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의 냉담한 반응은 유 전 장관의 복귀가 우리당 분열의 단초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예방차원으로 풀이된다.

서혜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우리당 당원인 유 장관의 복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밝힐 뿐 복귀에 대한 환영 뜻을 크게 나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라당 속내는 더욱 복잡다단해 보인다. 당내 통합파 의원들은 유 전 장관이 대통합의 대오를 망가뜨릴 수 있다면서 상당한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친노파 의원들은 유 전 장관이 친노그룹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당분간 큰 분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합을 지지하는 정청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합신당을 해야 대선에서 해볼만하기 때문에 2·14 전당대회에서 대통합 추진을 결의한 것”이라며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유 전 장관의 복귀가)그다지 큰 변수와 영향력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 장관의 문제는 항상 내무반에 총질을 하는 것이다”, “조금 어렵거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당이 단합하고 단결하는 데 일조를 해야 하는데, 항상 분열의 양식으로 본인의 몸을 살찌운다”며 유 전 장관을 견제하기도 했다.

통합파인 김부겸 의원은 “당을 사수하고자 할 경우 전당대회 결의를 무산시킬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유 장관이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과대평가되고 있다면서도 “노 대통령의 창당정신을 갖고 지역당을 한 번 무너뜨려보겠다는 문제제기를 할 수 는 있다”고 유 전 장관의 돌발적인 행동을 우려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의 당복귀로 이목희 의원 등 초선의원 20여명은 개혁노선을 기치로 탈당을 비롯한 독자적인 행보를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대통합신당이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당 밖에서 광의의 시민세력과 함께 새로운 ‘동력’을 찾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탈당도 감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유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6월 14일 이후에 당 사수 움직임을 분명히 하면 탈당 흐름은 대세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찌감치 당 해체 및 탈당을 시사한 정대철 고문과 정봉주ㆍ문학진 의원 등 15~20명의 의원도 유 장관의 복귀를 계기로 이달 말 탈당 결심을 굳히고 있다. 문학진 의원은 “유 장관이 돌아와서 잘해보라”고 선을 그은 뒤 “곧 우리 쪽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탈당이 가까웠음을 짐작케 했다. 이와 함께 김근태ㆍ정동영 두 전직 당의장도 탈당 결행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6·14 통합 제동걸리나?

유 전 장관의 복귀로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반노·비노 세력의 집단 탈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탈당이 현실화 될 경우 친노세력 등 당 사수파를 제외한 여권의 통합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친노 대 ‘비노·반노’ 전선 형성을 친노 대선주자들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어 유 전 장관이 당분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상황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합의 시한으로 정한 다음달 14일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 통합에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게 되면 유 전 장관은 통합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시키는 역할자로 부상할 수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통합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음녀 열린우리당 사수행보를 본격화 할 전망이어서 반노 세력과의 대립은 유 전 장관을 중심으로 첨예화 될 것이며, 당내 잔류하고 있는 중립의원들까지 거취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또한 호남과 충청의 연대를 통한 범여권 대통합 쪽으로 쏠린 DJ측과도 갈라설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감대는 유지하는 만큼 DJ측을 축으로 한 통합세력과 노 대통령 측의 열린우리당 간의 후보단일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 ‘킹메이커’->친노결집->당권行?

친노 일부 진영도 유 전 장관의 복귀에 대해 다소 어정쩡한 모습이다.

최근 노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 의원은 “노 대통령으로부터 유 장관이 대선후보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로서 유 장관은 아직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백원우 의원), “유 장관은 뛰어난 정치인이지만, 시대정신이 ‘리틀 노무현’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초선 의원) 등의 발언은 친노진영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유 전 장관이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킹’이 아닌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서 지난 88년 정계에 입문한 유 전 장관이 정치적 대부격인 이 전 총리를 경쟁 상대로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와 유 전 장관 이미지와 지원세력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경쟁관계 구도는 실제 어려울 것으로도 예측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던 종전 입장과 달리 최근 “범여권에서 아무도 나갈 사람이 없거나 절실한 요청이 있다면 모르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전 총리가 최근 몇 개월 사이 미국과 중국·북한을 연이어 방문하는 등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한 여론전문기관 관계자는 “현재 친노진영 대선주자 중 이미 정치세력화가 마련된 사람은 이 전 장관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영남후보인데다 노 대통령도 영남후보쪽으로 기울고 있는 점에서 이 전 총리와 함께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범여권 내에서는 유 장관의 컴백설이 회자되기 전부터 ‘이해찬 대선- 유시민 당권’으로 각자 역할분담설도 제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사수 ‘역할자’로서 유 전 장관을 내세워 우리당의 창당 정신을 지켜 내겠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선보다도 차기 총선에서 지분을 확보한 뒤 참여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한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 유시민 ‘盧 전령사’?

특히 이 전 총리가 지난 21일 친노 386 의원들과 모임에서 대선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 전 장관의 ‘킹메이커’ 역할에 무게가 더욱 쏠리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연말 대선이 있다. 사회적 대통합,민주주의 성숙, 한반도 평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유 전 장관은 22일 우리당 정세균 의장을 만나 당 복귀를 신고하는 자리에서 연신 "죄송하다"며 자세를 낮추며, 자신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제가 자꾸 끼면 오히려 안 좋은 것 같아 당분간 일산 집에서 참여정부 공과와 장관 시절 에피소드에 대한 책 쓰는 일에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출마에 대해 “우리당이 어떻게 될지,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후보 경선이란 집을 짓겠느냐”고 부정, 이 전 총리의 대선출마설에 대해 “이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정운영을 아주 잘 하실 분"이라면서도 "그러나 일 잘하는 사람이 꼭 뽑히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평했다.

유 전 장관의 당 복귀와 이 전 총리의 대선출마 의사 피력 등 이들의 행보에 대해 정가에선 노 대통령의 조율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유 전 장관이 사퇴 선언 전날인 20일 노 대통령과 1시간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자리에서 우리당에 진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과 유 전 장관의 향후 역할 등의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 이란 게 정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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