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의 나선 한국당·새보수…‘제3세력 통합론’ 내세운 대안신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상)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우상),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좌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중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우하) ⓒ포토포커스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상)와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우상),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좌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중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우하)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당 창당 등 새로운 움직임을 비롯해 그간 앞을 알 수 없었던 정계개편 향방까지도 조금씩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먼저 12일 창당한 대안신당에선 ‘제3세력 통합’을 급선무로 내세웠고, ‘유승민 3원칙’ 수용 여부를 공식 표명하는 문제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은 13일 황교안 대표의 최고위 발언에 하태경 책임대표가 호응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해 새로운 선거법이 적용되는 이번 총선 전까지 정치권 합종연횡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대안신당, 바른미래·민주평화·무소속 간 ‘제3지대 통합’ 추진 천명

민주평화당에서 정동영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다 집단 탈당한 호남 출신 현역 의원 8명이 유성엽 의원을 임시대표로 했던 대안정치연대를 넘어 원내5당인 대안신당을 공식 창당하면서 총선 직전에 갑자기 창당에 나서게 된 이유로 ‘통합’을 내세웠다.

이를 분명히 하듯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추대된 최경환 의원은 “창당과 동시에 제3지대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무소속 의원에게 제안하니 우리의 힘을 하나로 묶는 원탁회의에 함께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안신당의 통합론이 새로울 것은 없는 게 현 당의 전신인 대안정치연대 시절, 유성엽 임시대표가 새로운보수당이 공식 창당한 다음 날인 6일에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를 만나 ‘당 대 당’ 통합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데다 아예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10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평화당과의 제3지대 구축 구상과 관련해 “시간은 충분하다. 1~2월에 많은 이야기를 해 3월 초까지 통합될 것”고 구체적인 일정표까지 제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의원이 “솔직히 말해 아직도 (제3지대를) 이끌 인물이 없다”고 토로한데다 앞서 유 의원과 만난 손 대표도 자칫 호남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들의 제안에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저 일방적 러브콜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그래선지 대안신당의 초대 대표가 된 최 의원은 12일 창당 회견에서도 자신과 유성엽·박지원·장병완·천정배 의원 등 5명으로 구성괸 통합추진위원회 출범부터 언급하면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선거법 통과 후 사적으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고 다들 ‘같이 할 때가 왔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 발언처럼 ‘제3지대를 이끌 인물이 없다’면서도 정작 정계복귀 선언만으로도 최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과 함께 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는데, 이미 박지원 의원이 지난 10일 “지금도 안철수 현상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있어 영향력은 있지만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낸 바 있고, 최경환 신임 대표조차 “안 전 대표가 어떤 지향점을 가진 것인지 애매모호한 게 많아 섣불리 얘기할 수 없으나 그가 보여준 정치적 능력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호남에서도 좋지 않은 여론이 상당히 있다”고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점만 봐도 이 같은 당내 기류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자신들의 통합 구상을 방해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박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과의 통합엔 “거기는 잘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안 전 대표의 신당은 아직 태동하고 있지 않은데, 제가 볼 때는 바른미래당에 둥지를 틀 것”이라며 “(통합에) 변수가 많이 생길 수도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일단 대안신당에선 최 대표가 13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언론에서 저희를 5당이라고 하는데, 4당이 새보수당, 그 다음이 정의당, 평화당 한 석 차이다. 저희들이 통합을 잘해서 의장이 간편하게 일하시도록 하겠다”고 역설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첫 최고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설 전 국민들께 통합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짧은 시간이지만 통합에 매진하자”면서 데드라인까지 내놨다.

물론 이 같은 대안신당의 행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역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주요 지지층이 몰려 있는 호남지역을 두고 이들과 경쟁해야 할 더불어민주당에선 최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키로 한 이형석 최고위원이 13일 “출범과 동시에 ‘제3세력의 통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는데 4년 전처럼 호남을 볼모로 한 호남팔이 총선용 정당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고 벌써부터 견제구를 던져 진보진영 내에서마저 총선을 위한 정당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 한국당·새보수, 黃 ‘3원칙 수용’ 의사 밝히자 통합 논의 시작

진보진영에서 정계개편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면 이보다 먼저 총선 전 통합을 역설해온 보수진영에선 ‘유승민 3원칙’에 대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공식 표명 문제 때문에 진전을 보이지 못해왔었는데, 13일 황 대표가 최고위 회의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저희도 동의한 6대 원칙이 발표됐다. 이 원칙에 새보수당의 요구 내용이 반영돼 있다”고 ‘3원칙 수용’ 의사를 직접 밝히자 즉각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대화는 3원칙이 됐기 때문에 이제 시작하겠다”고 화답하면서 본격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하 책임대표는 황 대표가 거론한 혁통위에 대해선 “보수통합의 촉매 역할을 하는 자문기구”로 의미를 한정한 데 이어 “한국당과의 대화와 혁통위는 별개고 혁통위 참가 주체가 다 통합대상은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 혁신 통합의 대상은 한국당 뿐”이라고 강조하는 등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였는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당내 일각의 비판적 목소리 역시 의식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4차 당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4차 당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실상 새보수당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부터 이날 새보수당 대표단 회의에서 “한국당에 팔아먹으려고 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 새보수당은 보수가 제대로 거듭나고 저희 스스로 재건하기 위해 창당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진행상황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창당한지 1주일 갓 지났는데 런 협의를 진행할 수 있나”라며 “이런 산술적인 합을 가정한 통합을 해봐야 산술적인 합보다도 효과 없을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략적 측면으로 비쳐질까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한국당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언주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준비위원장과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이 공동주최한 ‘혁신을 위한 보수대통합,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탄핵이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는 조 최고위원의 발언에 맞서 “서로 배신자라고 칭하고 친박이라고 공격하는 자체가 반통합 행보라는 것이다. 신당에 헌법과 같은 조항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며 “그런 거 없이 모든 스탭을 안으려고 하면 통합신당 만든 다음 서로 진박이니 (싸우다) 선거하기 전에 당이 망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뭉치면 산다’지만 시작부터 보수진영 곳곳서 파열음

비단 새보수당 뿐 아니라 한국당에서 ‘탄핵 문제’ 등 ‘유승민 3원칙’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자 보수진영 곳곳에선 저마다 다른 목소리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13일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배신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에 불과하다”며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이 아니라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돼야 하며 탄핵의 강이 아니라 불법 탄핵에 대한 진실규명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서청원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대통합에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대통합을 주도하겠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새누리당을 뛰쳐나가 온갖 행태를 저지르다 대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참패했던 사람들 고작 몇 명이 이제 와서 108석을 가진 제1야당에게 함께 새집을 짓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문재인 좌파 독재를 막기 위한 보수·중도의 대통합이지 이들이 주도하는 통합은 아닐 것”이라고 새보수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좌)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의 보수통합 방향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포토포커스DB
서청원 무소속 의원(좌)와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의 보수통합 방향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포토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서 의원은 “누가 누구에게 잣대를 들이대로 혁신을 요구하나.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본인들 잘못은 덮고 가자는데 정치는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게 만들고 당을 사분오열시킨 사람들의 진정한 사과 없이 이분들의 응어리가 풀어지겠나. 황교안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당당하게 대도무문의 길을 가야 한다”고 한국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여기에 한국당에서도 이날 ‘보수대통합,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통합범위를 놓고 김태흠 의원이 “새보수당에서 혁통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은데 시민단체, 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자 이준석 새보수당 위원장이 “합의를 이루기 위해선 주체들이 간략화, 간소화돼야 한다”고 상호 이견을 표출하는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자 분명한 견해차가 드러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김무성 의원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통합의 화두는 공유하면서 작은 이익에 집착해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이기느냐, 아니면 죽느냐의 두 가지 선택만 놓여있고 이기는 길은 오로지 우파 보수의 대통합 뿐”이라며 “각자 하고 싶은 말은 많겠지만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말하고 실천해서 선거에서 이겨야 할 때”라고 호소했는데, 양당 지도부 간 통합 논의는 시작하기로 했지만 총선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당장 첫걸음부터 파열음이 일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