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측 “야권 통합 전제는 양보”…우리공화당 합류 가능성도 ‘경우의 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중),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중),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우)의 모습.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재야 시민단체들의 조율 속에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면서 그간 지지부진해왔던 통합열차가 일단 시동은 건 모양새다.

물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일부 있고, 몇몇 장애요소도 없진 않으나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그래도 통합의 물꼬는 틔웠다는 점에서 보수진영의 기대가 큰 상황인데, 여기에 위원장을 맡게 된 박형준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이 9일 정계복귀를 목전에 둔 안철수 전 대표까지 끌어들이려는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 내 통합 움직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 통합추진위 출범했지만 ‘3원칙 수용’ 공개 표명엔 즉답 피하는 黃

한국당과 새보수당 내 동상이몽에도 불구하고 이들 정당을 포함한 ‘중도보수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9일 위원장까지 추대하고 ‘혁신과 통합’을 원칙 삼아 보수진영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총선 전 보수통합 가능성도 이전보단 점점 실체를 띠어가고 있다.

우선 혁통추위에서 합의된 7가지 원칙을 보면 양당 통합을 어렵게 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총선 승리를 위해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며 시대적 가치를 자유와 공정으로 꼽기로 하는 등 새보수에서 제시한 이른바 ‘3원칙’ 내용이 우회적으로 담겨 있는데, 한국당 내에서 3원칙 수용 여부를 놓고 일부 의견이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황교안 대표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아 참석한 이양수 의원이 이 같은 내용에 동의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황 대표도 통합조건인 3원칙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3원칙 수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표명하라는 새보수당 측 요구엔 여전히 즉답을 피하고 있는데, 그는 9일 강원도당 신년인사회에선 3대 원칙 수용 여부와 관련해 “내가 말한 바 있지 않나. 말하는 대로만 봐 달라”고만 밝혔으며 10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통합해야 다음 선거에서 이기고 이 정부의 폭정을 막아낼 수 있다”며 이전처럼 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도의 원론적 발언만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황 대표가 여전히 3원칙 수용에 반대하는 당 내부의 목소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현재 김재원·김진태·박대출·곽상도·정종섭 의원 등이 3원칙 수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0일엔 이들 중 김진태 의원이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3원칙이 뭔지도 불분명하고 받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탄핵 문제는 선거 후에 제대로 밝히자, 여기까지는 양보할 수 있지만 이게 오히려 탄핵 반대하면서 나왔던 사람들을 적페로 몰 수 있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된다”며 “이렇게 말하면 혼자 딴 소리한다는데, 우리 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 말했다”고 처음으로 공개 표명했다.

반면 이들과 달리 3원칙은 물론 더 통 크게 나와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는데, 초선모임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9일 초선의원 간담회 직후 3원칙과 관련해 “의원 한두 분의 반대를 마치 큰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아닌가.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한국당이 모든 걸 바치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재선인 김태흠 의원은 안상수, 정진석, 김성태, 윤상현, 김영우, 장제원, 김명연, 박인숙, 박맹우, 홍철호, 김선동, 주광덕, 윤한홍, 박덕흠 의원 등과 오찬 회동을 한 뒤 “황 대표가 3원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새보수당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아예 새보수 쪽에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황 대표가 3원칙을 수용한 듯 비쳐지면서도 공개 표명하지 않는 데에는 신당 지도체제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선 김진태 의원이 10일 “황 대표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그렇게 나쁜 걸로 생각을 안 하시더라”며 ‘탄핵’ 문제가 원인은 아니란 점을 에둘러 밝혔고, 한국당 주도의 통합이 아니라 헤쳐모여식 신당에도 황 대표 스스로 앞서 긍정했었던 만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박형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혁통추위와는 별개로 양당 간 ‘당 대 당’ 통합을 위한 통추위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호영 의원은 9일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통합된 이후의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한두 문제만 남은 상황”이라며 통합 후 양당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지, 아니면 비대위 체제로 돌입해 제3의 인물로 중립적 지도부를 구성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선지 새보수당에선 하태경 책임대표가 10일 당 대표단 회의에서 거듭 “황 대표가 보수재건 3원칙에 진정성 있게 화답한다면 우리는 공천권 같은 기득권은 내려놓을 것”이라며 한국당 쪽에 실권을 일부 양보하는 대가로 3원칙 공개 표명만 요구하고 있는 실정인데,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황 대표로선 자칫 공개적으로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간 자신에게 돌아설 수 있는 보수 유권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인지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새보수당도 한국당 내부 상황에 따라 황 대표가 번복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양당 통합이 확정된 것은 아니란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모양새인데, 당장 혁통추위에 합의한 정당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정병국 의원도 1차 회의부터 당을 대표해 참석한 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으며 새보수당의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합의라는 건 당내 구성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협의안일 뿐”이라고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 통합 범위, 보수진영 넘어 ‘중도세력’ 안철수까지 들어올까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합류를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유우상 기자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합류를 최대 목표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이민준 기자

무엇보다 새보수당에선 이러한 통합 논의가 단순히 선거만을 의식한 ‘묻지마 통합’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는 입장인데, 하태경 책임대표는 10일 당 대표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에 반대한다고 해서 다 끌어 모으는 통합이 아닌, 보수 가치 중심의 혁신적 중도 통합”이라고 통합을 규정했으며 오신환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같은 날 오후 연합뉴스TV ‘1번지 현장’에 나와 “우리가 단순히 한국당 중심의 보수적인 지형만을 해당하는 게 아니라 중도 확장적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고 통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내비쳤다.

특히 ‘중도 확장’이란 면에서 결국 정계복귀를 앞둔 안철수 전 대표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들이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계 의원들과 비당권파 모임을 함께 해왔고 권은희, 이동섭 등 일부 의원은 지난 5일 새보수당 창당대회에도 참석했던 만큼 벌써부터 안 전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 역시 최근 황 대표와 단독으로 저녁식사를 했던 김영우 의원이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국민들이 바라는 게 중도보수 대통합이다. 안 전 대표와의 통합도 저희가 가능성을 열어둬야 된다”고 밝힐 정도로 안 전 대표 측과의 통합에 긍정적인데, 이들 두 보수정당을 비롯한 통합을 추진 중인 박형준 혁통추위 위원장도 9일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 직후 ‘안 전 의원이 귀국하면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획은 아니지만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며 안 전 대표의 합류를 들어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할 정도로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안 전 대표 측에선 일단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안철수계 이태규 의원은 9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 개인은 본인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 안 하고 중도·실용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 집권세력이 좌파·진보니까 우리가 ‘보수·우파 다 모이자’ 이렇게 또 진영 대결해나가자는 부분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진영 대결을 깨는 새 정치 패러다임으로 가야 현재 좌파진보란 그분들의 독선도 제어할 수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혁신적인 야권 통합의 전제는 희생과 양보의 결단 과정”이라며 “지금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분들한테 과연 그런 게 보이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서 회의적이어서 현재 상태로 간다면 감동도 없고 실질적으로 통합도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는데, 일견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보수진영이 어느 정도 양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통합열차에 오를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2월 10일 전후가 마지노선…통합 분위기 속에 우리공화당도 ‘눈치작전’?

우리공화당의 홍문종 공동대표(좌)와 조원진 공동대표(우)의 모습. 사진 / 유우상 기자
우리공화당의 홍문종 공동대표(좌)와 조원진 공동대표(우)의 모습. 사진 / 유우상 기자

새보수당과 안철수 세력 외에도 그 반대편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우리공화당 역시 최근의 통합 분위기 속에 합류를 저울질하는 분위기인데, 비록 표면상 탄핵 문제를 내걸고 있고 혁통추위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10일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이전과는 온도차가 있는 목소리를 내놔 이목을 끌었다.

홍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과 관련 “어떤 형태로든지 될 것”이라며 한국당과 자당 간 통합 논의에 대해선 “물밑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지금 황 대표의 행보를 잘 보면 우리가 2단계 대통합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 한국당이 새보수당과 먼저 통합하고 나면 2단계로 우리공화당과 통합할 거라 관측하면서 “결국 우리공화당과 통합한다는 것이 대통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홍 대표는 “자체 세력을 가질 수 있고 우파 정통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공화당 입장에서만 보면 더 좋다”면서 통합에 매달리진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지만 한국당에 사실상 새보수당과 자당 중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듯한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역시 통합열차에 올라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새보수당도 이를 감지했는지 하 대표가 같은 날 당 대표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공화당이 탄핵의 강을 넘으면 대화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시간인데, 박형준 혁통추위 위원장이 9일 통합신당과 관련 “아마 2월 10일 전후 새로운 통합정치 세력의 모습이 거의 확정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일정이 촉박해 안 전 대표나 ‘2단계’론을 언급하는 우리공화당이 합류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미 혁통추위는 각 당과 단체의 대표자 1명씩을 혁통위원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13일 두 번째 회의를 열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려는 상황인데, 새보수당의 하 책임대표도 10일 “황 대표가 지금 국면에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 있는 발언을 늦지 않게 할 거라고 본다”며 혁통위의 성격에 대해서도 “두 개 정당을 해산하는 역할을 하기에 단순한 자문기구가 돼선 안 되고 헌법재판소 같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고 구체적인 구상까지 내놓는 등 속속 다음 단계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여 구정 전후로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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