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보수당 ‘3원칙’ 조건에 강성 친박 반발…유승민 “3원칙 부정하면 손 못 잡아”

8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8일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좌)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본래 취지였던 다당제보다는 선거 전략 차원에서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이나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 의석을 차지한 정당에만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도록 되어 있다 보니 대안신당의 경우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이 6일 손학규, 정동영, 안철수 전 대표에 함께 하자고 통합을 호소한 데 이어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7일 “군소 진보정당들은 다 뭉쳐서 함께 가면 승리 가능성이 있다”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는 등 진영을 막론하고 총선 전 합종연횡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보수진영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 당위성엔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구체적인 조건들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주도권 경쟁으로 상호 신경전을 벌이는데다 일부는 당 내부 사정에 발목이 잡혀 있어 여전히 성사 여부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오리무중 상황이다.

◆ 보수통합 ‘데드라인’ 다가오자 각 당별 구체화 되는 조건들

당 대표부터 줄곧 보수통합을 주장해온 자유한국당에선 우선 황교안 대표가 통합시한을 1월 말이나 2월 중순으로 제시했던 만큼 일단 지난 6일 최고위 회의에서 “더 이상 통합을 늦출 어떤 명분도, 이유도 없다,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고 모든 자유민주세력과 손을 잡겠다”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 자리에서 이언주·이정현 의원의 신당과 국민통합연대, 소상공인 신당 등을 직접 거론한 데 이어 “주도권 다툼과 지분 경쟁은 곧 자멸”이라고 역설해 자당 중심이 아니라 소수정당과도 대등하게 통합에 나서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경태 수석최고위원도 7일 오전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의 신년인사회에서 보수통합과 관련 “2월달까지 가고 시간을 늦추면 늦출수록 더 어려워진다. 통추를 빨리 발족시켜야 된다”며 “제가 황 대표에게도 공천권 행사하면 안 된다, 우리가 모두 내려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통추위원, 기득권 주장하지 않겠으니 동수로 참석해서 모두 내려놓고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들 중 ‘미래를 향한 전진 4.0’ 창당을 추진 중인 이언주 의원이 이 자리에서 “구정 전에 통합을 위한 아웃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 주는 정치해야 된다는 게 전제된다면 우리는 통추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고, 이날 오후 자유민주국민연합 신년인사회에선 심지어 홍준표 전 대표 등 일부에서 주장하는 통합 추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맞서 “통합은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나마 있는 리더를 끌어내려서 물러나라 한다면 누가 통합을 추진하겠나”라며 황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만 이 의원은 “여러 보수세력들이 함께 하자, 더 큰 그릇에서 함께 하자고 한다면 우리는 같이 할 수 있다.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서 다 그릇에 담는 게 어떨까”라며 “한국당 또한 함께 하기 때문에 다시 원점에서 새 출발하자”고 덧붙여 사실상 특정 정당 중심의 통합보다도 ‘보수 빅텐트’ 구상에 무게를 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당과 보수통합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이어온 새로운보수당에선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제안했던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 허물고 새 집 지을 것) 수용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8일 당 대표단-청년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권을 내려놓겠다. 통합신당에 중립적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지도권도 내려놓겠다”며 “유승민의 3원칙에 입각한 개혁적 3원칙을 (한국당이 수용하면) 기득권을 다 내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당, 통합 강조하지만 오락가락 행보…해묵은 계파 갈등이 원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에 따라 보수통합의 공은 한국당으로 넘어간 상황인데, <조선일보>에 따르면 황 대표가 이미 새보수당의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하는 공식 행사를 진행하려다가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친 강성 친박들의 압박에 결국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비박 간 해묵은 계파 갈등이 다시금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김진태 의원은 3원칙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반면 김성태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뭉쳐야 이길 수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스멀스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기득권에 사로잡혀 통합의 열차가 제대로 출발도 못하고 손님도 골라 태운다며 미적거린다면 도도한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아병적 태도”라고 강성 친박계를 겨냥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뿐 아니라 구 친박계 내에서도 통합론에 온도차를 보이며 상황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는데, 윤상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의 통합 의지는 분명하다. 누가 대표의 메시지를 오락가락하게 만들고 보수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가”라며 “통합을 반대한다면 공개적으로 하라. 문제는 뒤에 숨어서 무책임하게 대표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알부 강성 친박 의원들을 꼬집은 데 이어 8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당은 친박·비박·친황·비황이 아니라 통합이냐, 분열이냐, 혁신이냐, 기득권이냐로 나뉘고 있다. 유승민의 통합 3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통합 문제로 당 내부까지 들끓기 시작하자 황 대표는 사안의 민감성과 그 여파를 의식했는지 7일 자신을 예방한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를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원칙을 수용했는가’란 질문에 “우리는 진정성을 갖고 자유우파 진영이 뜻을 합치자, 문재인 정권을 극복하고 이겨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즉답을 피했으며 3원칙 수용 회견이 불발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누가 기자회견 한다고 했나? 한 일이 없는데 여러분들이 분란 생기지 않도록 정리해줘야지”라고 즉각 맞받아쳤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이전처럼 당내 갈등 가능성 때문에 통합 문제를 잠시 미뤄두기엔 이제는 시간이 촉박한 실정인데, 그래선지 황 대표는 여러 논란에도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유민주주의 그 진의, 함께 하나된 힘으로 대통합의 힘을 보여주자”고 호소한 데 이어 같은 날 오전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도 거듭 “총선에서 이겨서 우리 뜻을 관철하기 위해선 역시 통합이 필요하다, 자유우파의 통합, 자유시민들의 통합, 자유민주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제는 ‘탄핵’…헤쳐모여식 신당 창당案도 입장차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통합 3원칙의 첫 번째인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 이민준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통합 3원칙의 첫 번째인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일단 새보수당이 공천권까지 내놓겠다며 3원칙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내걸었어도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탄핵의 강을 건넌다’는 부분인데, 여전히 한국당 내에 친박 의원들이 적잖이 남아있다 보니 이를 논하다간 자칫 통합은커녕 보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친박 의원들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일 경우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이 반대한 의원들과 대등하게 되는데다 사실상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형태로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해버리는 셈이 되기에 총선 이후 당내 주도권 경쟁을 감안해도 쉬이 간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설령 새보수당 측에서 공천권과 지도권을 내려놓는다고 공언해도 통합을 이유로 탄핵 문제를 내거는 데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다보니 당 내홍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금기어인 탄핵 문제는 통합 조건으로 걸지 말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비박계 중진인 심재철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얘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탄핵의 ‘ㅌ’자를 꺼내면 서로 갈등 요소만 더 커질 수 있다”며 “통합 3원칙의 첫 번째인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강성 친박인 조원진·홍문종 공동대표의 우리공화당에선 아예 7일 도여정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보수통합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탄핵 찬·반 세력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탄핵의 강을 건너려고 하는 것은 다 같이 탄핵의 강에 투신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진정한 보수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탄핵 5적을 보수의 호적에서 삭제하는 결단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국당에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비단 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탄핵 문제를 통합 조건으로 내건 새보수당의 유승민 의원도 8일 당대표단·청년 연석회의에서 “보수재건 3원칙은 개인 유승민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3원칙을 지키겠다는 세력과는 앞으로 손을 잡겠지만 이를 배척하고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잡을 수 없다”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는 좀처럼 어려운 상황인데, 이에 그치지 않고 일부 강성 친박계에선 한국당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을 하려는 데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과연 보수통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당장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72년 헌정의 주류 정통정당인데 왜 또 헐고 새로 창당하겠다고 하는가. 선거 때마다 신당 창당 반대한다”고 반발했는데, 앞서 통추위 참여 의사를 표명한 이언주 의원의 경우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당으로 들어와라 이러면 곤란하고 통합신당을 만들면서 새 출발한다, 이런 것들이 전제돼 논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던 만큼 이 문제도 탄핵처럼 당내에서 쟁점화 된다면 통합 가능성은 한층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가 분열하면 지난 지방선거와 대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한국당 내에서도 계속 나오고는 있어 섣불리 보수통합 불발을 예단할 수는 없는데, 조경태 최고위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 통합의 범위는 지금 현 문재인 정권 실정에 대해 심판하고 반대하는 세력들”이라며 “이번 통합에 참여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면 어떤 이유를 달더라도 역사의 죄인이 된다. 개혁 보수를 넘어서서 중도개혁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릇을 더 크게 만들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안철수 전 의원의 정계 복귀와 맞물려 향후 중도세력까지의 통합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안철수계 신용현 의원도 7일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정치복귀 선언으로 문 정부에 맞서는 중도와 보수진영의 혁신경쟁은 본격화 되었다. 국민은 ‘이념대결’이 아닌 ‘혁신경쟁’을, ‘분열’이 아닌 ‘통합’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원하고 있다”며 “혁신경쟁과 통합의 정치라는 시대적 소명을 회피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당이 중도까지의 외연 확대를 위해선 우선 보수진영 통합부터 조속히 풀어나가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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