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특권 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는데 조국 사태, 유재수 사건, 울산시장 하명선거
“함께 잘사는 나라”언급했는데 중산층 급격히 위축되고 빈곤층 근로소득은 확 줄었다
자화자찬 속에서 건강보험 적자, 탈원전의 폐해, ‘타다’의 좌절, 수출 감소 등은 언급 회피
집값 급등으로 국민 모두 루저(Loser)됐는데 ‘투기와 전쟁’ 운운하며 ‘부동산 정치’만 연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서두에 “정의롭고 안전하며, 더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에는 “혁신과 포용, 공정과 평화를 바탕으로 함께 잘 사는 나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신년사는 ‘실천과 결실’로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엉터리 숫자와 통계에 바탕을 둔 ‘공허한 신년사’는 ‘고통을 가중시키는 희망 고문’이 된다. 그래서 신년사 순서대로 팩트 체크를 해봤다. 너무 내용이 많아 경제를 중심으로 10가지로 줄였고, 나머지는 간단히 언급했다.

1.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반칙과 특권의 끝판왕’임을 보여줬고,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사건은 ‘집권 세력의 내부 감싸기’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현재 진행형인 ‘울산시장 선거 공작’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2. 문재인 대통령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왔고, ‘함께 잘 사는 나라’, ‘혁신적 포용국가’의 틀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 2분기의 중산층 비율은 58.3%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의 66.2%에 비해 7.9%P 하락했다. 숫자로 약 400만 명에 이른다.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빈곤층 가구 비율은 2015년 12.9%에서 2019년 2분기에 17%까지 올랐다. 중산층 축소는 정치 사회적인 불안 요소이자 포퓰리즘이 자라나는 토양이 된다.

3. 문재인 대통령은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으며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취업자는 전년동기대비 33.1만 명 늘었다. 그렇지만 내용을 보면 제조업과 도소매업에 많이 종사하는 40대 고용률은 78.4%로 전년동기대비 1.1%P 떨어졌다. 주당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들이 38.6만 명으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취업자는 40.8만 명이 늘었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 창출’이었다.

4. 문재인 대통령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지원하고,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경제는 ‘자유’를 먹고 산다. 일을 더하고 싶은 사람은 더 할 수 있도록, 덜 하고 싶은 사람은 덜 하게 해주면 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생산성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그 결과 2019년 3분기에 1분위(소득 하위 0~20%)의 근로소득은 44만7700원으로 1년 전보다 6.5% 쪼그라들었다.

5. 문재인 대통령은 “저소득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세로 전환되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무직자 가구는 2017년 44.2%에서 2019년 3분기에는 55.4%로 높아졌다. 이들 소득의 증가는 세금으로 메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분배 개선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분배비율인 5분위 배율(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5.37배로 2018년의 5.52배보다 조금 나아졌을 뿐 여전히 2009년(5.48) 이후 최악이다. 정부 세금으로 소득을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없고 빈곤층의 자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6.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특히 중증질환, 취약계층,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여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위 ‘문(文)케어’로 2019년 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022년 고갈되고 10년 뒤 적자 폭이 234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과도한 의료진료에 따른 적자 증가가 걱정되자 올해 3월부터 단순히 두통이나 어지럼증만 호소하는 환자가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으면 비용의 8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바꿨다. 그렇다고 해도 건강보험 적자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2022년이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데 ‘건강보험 적자’는 현 정부에서 금기어가 됐다.

7.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가 높은 겨울과 봄철 특별대책을 마련하겠다. 계절 관리제, 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차량 감축과 운행금지, 권역별 대기개선 대책, 친환경 선박연료 사용 등을 통해 대기 질의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은 그동안 몇 번이나 나온 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이다. 미세먼지가 그렇게 덮쳐도 절대 ‘탈(脫)원전 포기’는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12월 7천억 원 이상 들여 수리한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연간 2500억 이상의 LNG 발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4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16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8.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의 활용을 더욱 늘리고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도 맞춤형 조정 기구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 내겠다”고 설명했다.

모든 정책은 ‘소비자 편익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타다’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려 좌초될 운명을 겪게 됐다. ‘배달의 민족’에 대한 독일 기업의 인수도 집권 세력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늘 이기는 나라에서 경제가 발전한 사례는 없다.

9. 문재인 대통령은 “수출이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불,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수출은 10.3% 감소했다. 산업부가 관리하는 20대 주력 산업 중 14개 산업의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반도체(-25/9%), 석유화학(-14.8%), 디스플레이(-17.0%), 무선통신기기(-17.6%), 철강(-8.5%), 선박(-5.1%) 등이 모두 죽을 쒔다. 대통령은 그런데도 수출 감소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0.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값 상승으로 엄청난 불로소득을 올렸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흑석선생’으로 불리며 단기간에 8억 원 이상의 차익을 누렸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데 문재인 정부는 ‘공급 확대’를 막았다. 그러다보니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40% 이상 올랐다. 그래 놓고 집을 사는 사람에 대한 공격만 일삼는 ‘부동산 정치’를 펼쳤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전세 월세 가격 상승의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IQ가 부족한 탓인지 ‘투기세력 탓’만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치’는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과중한 세금 부담을, 주택이 없는 사람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면서 ‘모든 국민의 분노와 짜증’을 유발했다. 모든 국민이 ‘루저(loser, 패배자)’가 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도대체 누구에게 지지 않겠다는 것일까? 유일한 승자는 ‘부동산 정치’를 통해 국민을 속여 정치권력을 잡는 사람이 아닐까?

그밖에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공수처가 나중에 발족해보면 ‘권력의 충견’이 될지 ‘공정한 법적 기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그렇게 자신을 비난하는 데도 불구하고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최근 북한의 태도를 볼 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는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일본과는 양국 간 협력관계를 한층 미래지향적으로 진화시켜 가겠다”고 언급했는데 대통령의 말씀처럼 미일 관계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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