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보수대통합 움직임 주시…날카로운 ‘견제구’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일 정계복귀를 예고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측이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보수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정치권으로서는 안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한 셈법이 분주하다.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복귀론, 제3당 창당론, 보수통합론, 야권 재편 등이 어지럽게 혼재돼 있는 것이 이러한 복잡한 사정과 무관치 않다.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하거나 신당 창당 등을 통해 독자세력화를 본격화할 경우 보수 대통합 자체가 흔들리거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흩어진 군소정당을 한데 모으는 제3지대 출범이라는 야권 재편의 움직임이 현실화 되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복귀론’ 가능성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안 전 의원의 바른미래당 복귀론은 작년 12월 말부터 스멀스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작년 12월 18일 안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당의 전권을 넘기고 자신은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하지만 손 대표가 이내 안 전 의원 측에서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손 대표와 안 전 의원의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손 대표는 같은달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복귀하면 양보하겠다는)얘기를 한 건 사실 제가 먼저 한 게 아니다”라며 “한 달 전 쯤 안 전 의원 측에서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 전 대표 최측근이) 안 전 의원이 돌아올 생각이 있는데 유승민 의원 하고 같이할 생각은 없고 자유한국당은 안 간다”며 “안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에 애정이 깊고 오고 싶은데 손 대표께서 안 전 의원이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먼저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즉 바른미래당을 ‘안철수 체제’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손 대표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학규 보고 나가라. 비대위 구성해라고 하면 귀국한 안 전 의원을 누가 챙겨줄 것인가”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김도식 안 전 의원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오래 전부터 손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여러 측근들을 통해 '안 전 대표가 돌아와서 당을 맡아주면 물러나겠다'며 안 전 대표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안 전 대표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지만 답이 없다는 회신을 (손 대표에게) 보냈다"며 "본인의 의사가 있다면 국민과 당원들 앞에서 진정성 있게 직접 말씀하시라고 (손 대표에게) 조언했다"고 했다.

이어 “본인의 정치입지 때문에 진흙탕 질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의원 측과 손 대표와의 이같은 충돌로 인해 안 전 의원의 바른미래당 복귀 가능성이 좁아졌지만 안 전 의원이 이날 복귀 선언을 하자 손 대표가 ‘전권 주고 대표직 사퇴’를 다시 언급했다.

손 대표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안 전 의원이 지난 1년간 갈고 다듬은 비전으로 바른미래당과 중도개혁세력의 총선 승리를 위해, 그리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며 "안 대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이고 그가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안 전 의원의 당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따라 안 전 의원이 복귀할 경우 안철수계 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지금보다는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나 유승민계가 주축으로 꾸려진 새로운보수당에 합류하지 않은 안철수계 의원 중 7명 중 지역구가 있는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자발적 탈당이 불가능한 비례대표다.

무엇보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 보다는 표심을 확실하게 끌고 올 간판급 스타인 안 전 의원이 이끄는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선거에 나설 수 있기에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3당 창당 ‘무게’...야권 재편될까

그렇지만 손 대표가 ‘전권 주고 대표직 사퇴’ 선언을 재확인 한 것에 대해 안철수계 인사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보고 있다.

손 대표의 '추석 10% 사퇴'가 사실상 번복되면서 안철수계 의원들의 손 대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내년 총선에서부터 적용되기에 3%의 정당득표율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창당 가능성을 높여준다.

안 전 의원이 지난 2016년 4월 20대 총선에서 안 전 의원이 호남계와 손잡고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차지했던 저력이 있는 만큼 창당설에 무게가 실린다.

안 전 의원이 창당하게 될 경우 안철수계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호남계(옛 국민의당 출신)도 합류할 수 있다.

최근까지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의 대안신당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들이 합친다 해도 당 내 구심점 역할을 할 대선주자급 '거물'이 부재한 상황이기에 안 전 의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아직 당내 대선주자급이 부재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도 다시 안 전 의원과 제3지대를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통합’ 견제구 날리는 여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렇듯 안철수발 정계개편이 총선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 대해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로 ‘반문연대’ 보수통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탈당과 신당창당 그리고 결벌 다시 탈당과 신당 창당을 반복하며 그의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켜나갔다”며 “참신한 안철수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쫓아다니는 욕심쟁이로 전락했다”고 맹비난 했다.

그러면서 “민주개혁 진영에는 들어올 공간이 없고 황교안 쪽 보수진영에는 밥그릇 자리싸움을 해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다. 그가 보수에 몸을 의탁한들 그것이 비전 제시가 아니라 ‘문재인 반대모임’의 네거티브 연대에 불과하다”며 “비전과 희망을 제사하지 않는 묻지마 반대연대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 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며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왔다갔다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돌아다니다가 총선이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고 전망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전 의원을 향해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분명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 대표는 “이 시대 과제는 양극화와 불평등이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정치적 대표자를 국회에 보내기 위해서 민주평화당은 창당 이후 몸을 던져 선거제 개혁의 단초를 만들었다”며 “무엇을 위한 정치인지, 미진한 개혁의 힘을 보태겠다는 정치 재계 선언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안 전 의원의 보수통합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 전 의원이 21세기형 젊은 지도자인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진보세력에 위장취업을 했다가 실패하니 돌아갔지 않았나"며 "이분의 기회포착 능력은 최고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리더십 평가를 받고, 통합도 안 되니 냄새를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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