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제 시행 발표에 “합의 아직 안 됐다” 즉각 노조 반발
사측 “1년 유예 거쳐 합의 후 시행...내부 반발 전혀 없었다”
노조 “세부사항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도 없이 대외홍보용으로 전락”

교보생명이 금일 발표한 직무급제 확대안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 간에 내부 갈등으로 파열음이 일고 있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
교보생명이 금일 발표한 직무급제 확대안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 간에 내부 갈등으로 파열음이 일고 있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교보생명이 금일 발표한 직무급제 확대안을 둘러싸고 사측과 노조 간에 내부 갈등으로 파열음이 일고 있다.

2일 교보생명 노조는 금일 오전 사측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확대 시행하게 됐다고 발표하자 “합의가 아직 안 됐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직무급제란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분석·평가해 직무를 세분화하고 상위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직무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시행하고 있어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해 노사는 함께 해외 선진기업을 찾아 벤치마킹하기도 한 걸로 전해진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큰 틀에서 노사 합의가 앞서 이뤄졌고 노사 측 요청으로 1년을 유예해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보아 양측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어왔으나 세부적인 사안 등을 둘러싸고 논의가 완결되진 않은 걸로 보인다.

 

◆ 사측 “1년 유예 거쳐 합의 후 시행...내부 반발 전혀 없었다”

금일 오전 교보생명은 올해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엔 임원·조직장에 적용돼왔으나 노사 간 상호 협의를 통해 2020년부터 직무급을 일반직 전체로 확대하기로 한 방침에서다.

교보생명은 해당 제도를 두고 현재 대다수 금융사들이 연차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는 호봉제를 채택한 현실에서 ‘금융업계 중 직무급제를 일반사원까지 확대한 기업은 교보생명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추진 중인 직무급제는 급여의 일정 부분을 기준 직무급으로 분리해 각 직무등급에 맞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낮은 직급이어도 높은 직무를 수행하면 직무등급에 따라 더 높은 금액을 지급받으며 반대로 높은 직급이나 낮은 직무를 수행하면 연봉도 일정 부분 줄어들게 된다.

교보생명은 직무의 가치는 회사의 전략이나 시장의 환경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무등급협의회’를 구성해 직무의 신설·폐쇄·변동을 심의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강화하고 IFRS17, K-ICS 등 새로운 제도 변화를 앞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조정을 거쳐 큰 틀에서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졌고 노조요청이 있어 본격적인 도입은 1년 유예를 해달라는 합의를 해 이번에 일반직 직원 대상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대체적으로 합의가 됐고 내부적으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어떤 직무가 어떤 등급인지 등을 컨설팅 받고 노조와도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완료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반발이 없었는지 묻자 관계자는 “일 년 전 진통을 겪었지만 합의가 진행됐으며 지난해부터 임원이나 조직장들 대상으로는 이미 시행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내부 반발은 전혀 없었고 시행령도 다 올리는 등 계속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 노조 “세부사항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도 없이 대외홍보용으로 전락”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의 일방적 언론플레이를 통한 조직원 압박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표명’을 통해 “노사합의를 통해 직무급제도 시행이 결정됐으나 세부사항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 절차도 없이 대외 홍보용으로 전략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사측은 Vision2020 달성 마지막 해임을 언급하며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강한 조직력을 발휘하자며 독려한 2020 사업년도 출발 조회사를 비웃듯 금융업계 최초 ‘직무급제 본격 시행’이라는 타이틀로 일방적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직무에 따른 보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까지 언급해가며 조직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시행에서 올해 1월 시행으로 유예된 부분에도 사측과 달리 “충분한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며 직무급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했던 사안”이라며 “팀별 직무급 TO도 불분명한 상태이고 조직원 본인의 직무 조차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진행되다 보니,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팀은 부장(L)직무가 많고 사원(A)직무가 없는 조직도 있는데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원(A)직무가 아닌 대리(SA)를 수행하는 격이란 설명이다.

노조는 직무급제도 시행 시 노동조합과 이견이 있는 취업규칙 등 세부사항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노사 간 이견이 있는 사항은 조직장 및 조직원들이 직무급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 인사제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직무등급 부여의 불합리로 조직원의 직무급제도 불신을 초래하고, 직무급 제도 조기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임금피크 도래자의 경우 불이익일 발생할 수 있는 점으로 크게 세 가지다.

교보생명 노조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세부적인 합의가 된 건 아니다”라며 “노동조합은 홍보용으로 전락된 직무급제도 시행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취업규칙 변경이 선행돼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에도 확대 실시 ‘예정’이라고 문서를 보냈는데 이렇게 먼저 보도가 나오다보니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며 “다른 회사 등에서도 큰 틀에서 합의하고도 세부적인 규정이 안 맞아 계약이 무산되거나 파기되는 경우가 있어 취업규칙에 불이익한 변경이 없도록 노동조합에서 동의를 해줘야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에서는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직무등급을 임의적으로 변경하거나 상위직무직도 줄이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정착·실현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조직원들이 궁금해 하고 의문시하는 부분을 명확히 하려는 차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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