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금광을 노리는 정치꾼들의 ‘천태만상’



선거때마다 북적이는 여의도

대선 시장 ‘벼락 출세’ 기대하고 여의도로 뛰어드는 ‘정치꾼들’
“‘정치 금광’을 노리고 뛰어들고 있지만 정치엔 ‘금광’이 없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대선의 계절’이다. 선거때마다 ‘정치를 안다’ ‘조직을 갖고 있다’ ‘획기적인 정책 제시하겠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로 곳곳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여의도가 북적이고 있다. 거대한 대선 시장에 뛰어들어 ‘벼락 출세’를 기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때문이다. 대선에 참여함으로써 일거에 권력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 인사들의 ‘신분 상승’을 주위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궂은일도 마다지하지 않는다. ‘벤처 신화’와 같이 승률은 높지 않지만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 할 수 있다’는 마약 같은 흡입력이 그들을 여의도로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바로 ‘정치 로또’를 꿈꾸면서 말이다.

‘로또붐’이 그랬듯 승자는 단 한명뿐, 단 한명의 승자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 알면서도 많은 시민들은 승자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주 ‘대박’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선을 위해 모여든 이들도 이렇듯 ‘신기루’만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정치 대박’은 없다
20여년간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대선에서 ‘정치 대박’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해 “다들 ‘정치 금광’을 노리고 뛰어들고 있지만 정치엔 ‘금광’이 없다”며 “정치 대박은 로또처럼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정치 로또는 ‘청와대 입성’이라는 A씨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며 “후보가 당선되든 낙선하든 실망만 안고 (여의도를) 떠나는 숫한 사람들을 봐왔다”고 비정한 정치생리의 경험담을 설명하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A씨의 외마디일까 아니면 ‘정치 대박’이 누구에나 찾아오는 것일까.
지난해말부터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는 대학규수, 변호사, 관료, 언론인, 기업가, 지역인사, 등 내노라 하는 인물들의 행렬은 인력 구성이 완료된 지금까지도 줄을 잇고 있고 한다. 한 유력 캠프에서는 매일 넘쳐나는 이력서에 업무를 보기 힘들 지경이라고까지 토로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대선 캠프가 이처럼 인력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캠프에서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한 캠프는 기존 인력이 경쟁 캠프로 옮겨가는 등 인력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 캠프 위주로 새때처럼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서부 시대에 당시 황금을 쫓아다니던 개척자들처럼 ‘정치대박’을 향한 이들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본다.

■ 캠프로 몰려드는 ‘폴리페서’
이번 대선 캠프에서 주목되는 것은 ‘폴리페서(polifessor·정치교수)’의 등장이다.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인 폴리페서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내세워 정치참여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7년에는 어렴풋이 나타났다가 2002년에 조금 더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폴리페서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의 캠프 ‘구애’가 줄을 잇고 있지만 캠프에 합류하는 폴리페서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나마 캠프에 소속되지 못한 이들은 외각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이들은 ‘이름만이라도 걸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예비대선주자가 당선됐을 경우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을 내세워 자신의 경력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경쟁 대선 캠프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일부 폴리페서들도 있다고. 또한 미비한 정책을 가지고 캠프를 찾는 폴리페서들도 있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중대한 정책인 것처럼 비밀을 유지해 달라면서 찾아오는 교수들도 있다”면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수정 보완해 새로운 정책인 양 제안한 교수들도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 캠프 뿐 아니라 경쟁 캠프에서도 이같은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다른 한 캠프에서는 한 교수 때문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고 한다. 캠프내 다른 교수의 정책을 도용·각오해 자신이 작성한 것처럼 최종 보고서를 캠프에 전달한 것이다.

■ “경쟁 ‘캠프’ 중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상대 캠프의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캠프에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올초 한 캠프에는 중년의 한 찾아왔다. 이 남자는 “저쪽 캠프가 제시할 정책, 인력 구성, 외부 지원 인사 등 내부 정보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정보를 빼내 줄 수 있다”고 공언, 캠프내 자리를 요구했다.
캠프의 확인 결과, 중년 남자가 흘린 정보는 시중에 흘러 다니는 ‘사설 정보’ 수준인 것으로드러났다. 한 캠프측 한 관계자는 “뭔가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이들의 정보는 캠프 내부에서도 파악하고 있는 내용들로 알고보면 별다른 내용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다른 캠프에는 최근 ‘정보 보따리장사’가 들이닥쳤다. 이 사람은 “후보의 비리를 많이 알고 있다”며 보따리를 풀었다. 하지만 내용은 뻔한 것. 시중에 흘러 다니는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 수준의 내용을 짜깁기한 게 전부였다.
지난달 이 전 시장 캠프를 찾은 한 40대 남성이 보따리를 풀었다. 이른바 ‘필승비책’. 캠프 관계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관심을 가졌지만 풀어놓은 내용은 보잘것없었다.
이 남성이 내놓은 ‘필승비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붙잡아야 한다’ ‘호남 표를 잡아야 한다’ ‘중도 개혁 세력을 끌어안아야 한다’ ‘언론을 우군화해야 한다’ ‘북한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 ‘평양을 대선 전에 방문해야 한다’ ‘미국과 긴밀하게 지내야 한다’ 등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들이 갖고 오는 정보나 아이디어는 대부분 허술하다”면서 “값어치 있는 정보는 캠프 채널을 통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브로커들은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같은 지역 단위 선거에서 주로 ‘정치 초년병 후보’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전통적 의미의 ‘선거브로커’와는 행동 양태가 다르다.
특정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행세하며 당선 이후 이권이나 자리 등을 걸고 ‘자금’을 끌어 모으거나, 상대 후보의 비리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며 거래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 북한 등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을 대상으로 ‘접촉 채널’이 있다며 캠프 내 자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선 브로커들의 캠프 접근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주요 대선주자 캠프에는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한눈에 브로커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측근 행세를 하고 다니는 경우 종종 캠프로 확인 전화가 온다”면서 “10건 가운데 1, 2건 정도만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인되고 나머지는 거짓으로 판명난다”고 설명했다.

■ 기승부리는 ‘정치 브로커’
자신이 거대한 조직을 갖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통적 의미의 브로커들도 있다.
올해 한 캠프에는 모 이익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몇 만 표는 거뜬히 모을 수 있다. 대신 자금을 지원해 달라”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지
앞서 새마을운동 지도자로 일을 했다는 한 남성이 찾아와 “새마을운동 지도자들이 전국에 수십만 명이 있는데 내가 다 엮어서 데려오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더니 “그러기 위해 홍보 제작물이 필요한데 제작비를 지원해 줄 수 없느냐”고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주로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 등 단결력과 조직력이 뛰어난 조직들을 동원할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하고 있다.
외곽 사설 조직을 만들어 놓고 캠프의 이름을 팔아 돈을 모으는 사례도 있다. 여의치 않으면 대신 캠프 내 자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 50대 남성이 한 캠프로 찾아왔다. 그는 “포럼을 만들고 있다. 집행부는 구성했고 전국 단위로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라며 자신의 업적을 장황하게 늘어놨다. 그러면서 요구한 것은 캠프 내 자리였다. 캠프측은 이 남성이 조직하고 있다는 포럼을 알아봤지만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선거 브로커 인 것이다.
사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포럼(Forum)’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예전 대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조직이다.원래 포럼은 10∼50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특정 관심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형태의 모임이지만 최근 발족하는 포럼은 대부분 대선주자를 지원하는 외곽조직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 대선주자들이 산악회 등 단순 친목모임을 외곽조직으로 활용한 것과는 달리 올해 대선주자들은 정책 개발과 연구 등의 기능을 함께 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 보좌진들의 캠프行
현직 보좌진들도 대선 캠프로 향하고 있다. 일단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지지하는 대선주자 진영에서 일을 맡기도 하지만 아예 캠프에 몸 담기도 한다.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의원실 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렇듯 한 보좌관은 “보좌진이 자유로운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할 만큼 속 넓은 의원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래서 일부 보좌진은 자발적으로 자문 모임을 만들어 대선주자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과 비공식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현직에 비해 전직 보좌진의 캠프 진입은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지난해 5·31 지방선거 이후 국회를 떠나 지방자치단체 쪽으로 자리를 옮긴 보좌진이 대선주자 캠프로 많이 돌아왔다고 한다.
일부 캠프는 유능한 보좌진의 리스트를 만들어 합류 의사를 타진하거나 이력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캠프 합류를 원하는 보좌진 가운데 상당수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0, 40대가 주류인 보좌진에게 맡길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캠프 관계자들은 말한다. 설령 캠프에 합류하더라도 이미 대선주자 캠프에서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벽을 뛰어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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