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검증론'으로 자중지난에 빠진 한나라당의 추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체면 불구하고 “너 죽고, 나 살자”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이명박 박근혜의 살기등등한 모습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박근혜의 ‘후보검증론’에 대해 이명박은 “검증 문제도 당에 맡기겠다”며 꾀나 통 큰 모습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역시나 “음모성이나 남을 음해하기 위한 네거티브는 안된다”며 최근 자신을 향해 공세의 수위를 높인 박근혜 측을 맞받아쳤다. 이에 대해 박근혜 측은 “누구나 예외 없이 원론적으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게 왜 네거티브냐”며 자신들의 검증방법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명박 측이 “지난 두번의 대선패배가 박근혜 측의 주장대로 검증을 안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네거티브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와 같이 맞대응한 것이다.


당 주변에선 이명박 박근혜 양측의 과열양상에 대해 “본선은 따 놓은 당상이니 경선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언감생심, 어따 대고 고따위 소리를 벌써부터 지껄이느냐”고 한나라당을 힐난하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떡줄 생각도 않고 있는데, 서로가 잘났다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정치판엔 가장 가까운 데 적이 있다더니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적행위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후보검증론’의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진 않으나, 나라의 운명을 책임질 최고지도자라는 점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하게 논의를 거치는 일은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감’을 두고 검증받지 못한 대목이 뒤늦게 발견된 데서야 어디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래서 가능하다면 각계각층의 논의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는 다양한 검증방법일수록 좋다. 문제의 사안에 따라 어느 때는 현미경으로, 어느 때는 확대경으로 예비후보들의 자질평가와 더불어 그들이 지닌 과거의 치부와 약점까지도 면밀하게 해부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생애에 걸친 총체적 인물 해부는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인물이라면 의당 거쳐야 할 통과의례적 절차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앞날(국운)과 국민 모두의 미래가 걸린 국가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과 절차가 아무리 세심하다고 한들 결코 지나침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선 기억하기도 싫은 ‘악몽’일 터이나,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연이은 참패는 사실 ‘검증부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 ? 김대중 전대통령들의 잇단 레임덕을 발판삼아 두 차례나 ‘대세론’을 거머쥔 그에게 어느 누구도 감히 ‘후보검증’이라는 칼날을 들이댈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검증부재’로 인한 한나라당의 패배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후보검증론’이 속성적으로 네거티브한 측면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세력들이 이에 대해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회창 악몽’을 다시는 재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터이다.


잘 알다시피 이들의 속내는 “미리 예방주사를 맞아 상대방의 네거티브 공격에 면역력을 키우겠다”는 당찬 꿈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면역주사도 면역주사 나름. 면역주사 잘 못 맞아 죽은 환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후보검증론’을 빌미삼은 ‘후보낙마론’은 아닌지, 한나라당의 이전투구 양상을 눈여겨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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