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표 막으려 공수처 ‘독소조항’ 보완책 합의한 4+1
막판 변수된 권은희안…與, “공수처 무력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국회가 30일 본회의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의 표결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수처 법안의 수정안을 발의하면서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 싸움이 시작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을 통과시킨 개혁공조는 확고하고 튼튼하다”고 자신을 보이고 있지만 본회의에 앞서 4+1 협의체 원내대표급 회동을 추진하는 등 '표단속'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일부 의원과 4+1 협의체 내부에서 권은희안에 동조해 이탈 한다해도 가결 정족수 148석을 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투표가 무기명으로 진행될 경우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4+1 협의체안의 통과를 위한 의결정족수 확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새로운보수당)·당권파·호남 지역구 무소속 의원, 한국당 의원 등 30여명이 권은희안 발의에 동참했다. 한국당이 권은희안을 당론으로 채택, 표를 몰아주면 범여권이 만든 4+1 협의체안 대신 권은희안이 본회의를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늦게 제출된 수정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권은희안이 4+1협의체안과 백혜련안 보다 먼저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권은희안이 가결될 시 4+1 협의체안과 백혜련안은 자동 폐기된다.

더욱이 야당에서는 추가 이탈표를 유도하기 위해 무기명 투표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진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에 앞서 무기명 투표 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무기명 투표가 가결될 시 이탈표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에 4+1 협의체는 이날 공수처 법안 처리를 위한 공조를 재확인 했다. 특히 4+1 협의체 내에서도 이견을 갖고 있는 독소조항을 보완하는데 합의하면서 이탈표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윤소하 정의당·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와 대안신당(가칭)의 장병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4+1 원내대표급 회동을 통해 이같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오늘 4+1에서 공조해 처리할 예정인 공수처법과 앞으로 처리할 형사소송법, 검찰청법과 관련해 법안 내용이 이미 반영된 내용 이외에 추가 후속조치에 대해 합의문을 발표하겠다”며 “오늘 공수처법 처리와 관련해 4+1 정당들이 다시한번 공조를 확인했고 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장병완 의원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인지할 경우 공수처에 사실을 통보하는 조항과 관련해 보완하는 안을 마련했다”며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규칙을 정하면서 찾아간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통보받은 경우 인지범죄를 통보한 다른 수사관의 기관의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도록 수사처 규칙에 기한을 특정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촉구한다는 합의사항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후속조치 및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의 처리와 관련해 4+1 협의체가 합의했다.

이들은 선거법과 관련해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권고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사법개혁안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권력이 검찰의 구체적 수사에 관여하지 않도록 공수처법에 준하는 수사·소추 관여 금지조항을 마련했고 ▲경찰의 수사 업무에 관해 자치경찰제 도입, 사법경찰직무에 종사하지 않는 경찰의 사법경찰직무 개입·관여 금지, 수사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막판 변수된 권은희안…與, “공수처 무력법”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사진 / 시사포커스 DB]

민주당이 이토록 재빠르게 이탈표 방지를 위해 4+1 협의체 내에서도 이견을 갖고 있는 ‘독소조항’의 보완하기로 합의한 것은 역시 위협적인 권은희안 때문일 것이다.

앞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29일 필리버스터 종료 30분 전에 돌연 공수처법 수정안을 제출했다.

권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은 공수처에는 수사권을, 검찰에는 기소권을 부여해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할 경우 국민으로 구성된 기소심의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치게 해 국민 견제를 받게 했다. 또한 공수처장 임명시 ‘국회 동의’ 규정을 넣었고 추천위원회 구성을 여당 3명, 야당 4명으로 조정해 야당의 의견을 더 반영하도록 했다.

야당과 대검찰청에서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 24조2항(공수처의 사건 이첩 요구권)은 ‘다른 수사기관의 장이 이첩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공수처 수사 범위도 뇌물·부정청탁·금품수수 등 부패 범죄와 그 연관된 직무상 범죄로 좁혔다. 권 의원은 지난 28일 필리버스터를 통해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의사결정권자들의 헌법상 권한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삼권분립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오늘 검찰에 동조하는 한국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이 공수처법을 흔들고 이치에 닫지도 않는 주장을 하는데, 공수처를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야당이 또다시 어떠한 꼼수로 방해하더라도 국회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표결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으로 퇴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본회의에 임하겠다”며 “공수처의 신설로 삼각 균형을 이뤄야 한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감시와 견제를 통해 민주적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4+1협의체안을 당위성을 설파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권은희안에 대해 “공수처 무력법”이라며 “전체적으로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며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만드는 안이기 때문에 공수처법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최고위원은 “독립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처장추천위원회 등에 정치권 추천 몫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처장 등 인사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권한도 매우 약화된다. 수사대상 범죄가 대폭 축소됐고 기소의 경우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바뀌어 검찰 견제나 효과적으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어야 되는 공수처의 기능을 많이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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