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A씨 “‘회사 이미지 생각하라’ 압박 받아...은행 측과 경찰 징계사유도 달라”
기업은행 관계자 “횡령, 개인일탈로 면직처리...경찰 조사에 다수 죄목 포함됐다”

기업은행이 최근 직원 A씨에게 자체 심의를 진행한 결과 면직처분과 취업정지 5년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 / 김은지 기자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기업은행이 최근 직원 A씨에게 자체 심의를 진행한 결과 면직처분과 취업정지 5년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조치를 내린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직원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고소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적인 해고 처분이 내려져 사건을 빨리 무마시키고 은폐하고자 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원 A씨가 베트남 국적 B씨 어머니인 예금주에게 금액변제를 한 이체결과 확인서 ( 사진 / 제보자 제공 )
직원 A씨가 베트남 국적 B씨 어머니인 예금주에게 금액변제를 한 이체결과 확인서 ( 사진 / 제보자 제공 )

◆ 직원 A씨, 고객 예금 인출 사건에 자진변제...‘회사입장 생각하라’ 사측 압박 주장

직원 A씨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 베트남 국적인 B고객은 기업은행 나운동지점에 돈을 찾으러 갔다가 통장이 해지된 사실을 발견했다. 예금주는 방문고객 B씨의 어머니 명의로 돼있었고 돈 관리는 B씨가 도맡았었다. B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장을 해지한 시점에 한국에 없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출입국 증명기록을 가지고 은행에 왔다고 주장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거래 기록을 보니 신분증은 재복사본인걸로 나타났다. 즉 타인이 예금을 인출했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A씨는 “당시 공황장애로 인병휴가 상태였고 내년 1월 복직 예정이었는데 지점 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기억나는 게 있는 지 묻자 ‘잘 기억나지 않지만 신분증 스캐너가 가끔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 PC를 다시 켜야 되서 기존 BPR이미지를 보고 동일 인물이라 판단하고 카피한 거 같은데 제 3자가 와서 돈을 찾아간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팀장님이 ‘예금주가 경찰에 고소를 한다는데 민원방지를 위해 은행 내부 결제를 거쳐 변제 해줄 수 있는데 금액이 000만원이 넘어가서 부행장 결제가 필요하다. 아니면 그냥 니가 자진 변제 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 평판, 지점 평판, 너 나중에 복직해서 이미지를 생각해 최종결정은 니가 해야 된다’고 말하자 자진변제하겠다”며 A씨는 직접 예금주에 변제했다고 말했다.

 

1심에서 면직처분된 직원 A씨가 받은 인사위원회 재심결과 통보서와 취업 5년 정지 안내문 ( 사진 / 제보자 제공 )
1심에서 면직처분된 직원 A씨가 받은 인사위원회 재심결과 통보서와 취업 5년 정지 안내문 ( 사진 / 제보자 제공 )

◆ 직원 A씨 “대기발령 등 유예 없이 면직처분 부당” vs 사측 “고객돈 횡령은 즉각 면직사유”

그러나 A씨는 고객 돈 횡령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게 돼 자진변제를 했음에도 고소나 수사도 없이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횡령에 대해 은행 측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 8월 중순경 저를 상대로 검사부 측에서 특별감사가 진행됐는데, 조사가 끝난 후 10월 31일에 갑작스럽게 은행 측으로부터 징계 관련 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대기 발령이나 특별한 인사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고 은행 측에서는 10월 30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의결 후 다음날 31일 징계 최고 수위인 면직처분을 내렸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횡령 등 고소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본인이 혐의가 없다고 주장하면 보통 대기발령이 난 뒤에 고발 등 조치 후 검찰 기소 결과 유죄확정이 나면 면직처분이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인 걸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지난해 기업은행 노조 간부인 남직원이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에서도 남직원은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기발령이 났고 여직원은 계속 근무를 이어가다가 3심에서 구속되고 대기발령 후 면직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A씨에게는 그 순서가 달랐다. 그는 “검사부 조사 당시 ‘최악의 경우 대기발령이 날 수 있다’고 했었는데 그러지 않았고 인병휴가 상태에서 인사위원회 통보를 받고 의결로 바로 면직 처분된 상황”이라며 “1차 심의과정이 열릴 때만 해도 경찰서에 고소가 이뤄지지 않아 일반적인 순서와 다르게 징계 후 경찰고발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의결에 불복해 인사위에 재심을 요청하고 지난 17일 재심이 열린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그 전날 16일에서야 수사기관인 경찰서에서 은행 측이 고소장을 제출했으니 조사를 받으란 연락을 받았다”며 “횡령에 관여 했다는 걸 인정하지도 않은 상태에다 사측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부연했다.

그에 따르면 고소 접수는 1차 심의 이후 지난 11월 4일에서야 전북 군산경찰서에 접수됐다. 통상 접수가 되면 1-2주 뒤 고소인에게 연락이 가게 되어 16일에서야 통보돼 고소 절차가 진행된 셈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원을 징계하려면 확실한 증거가 다 있어야 하고 대기발령을 거는 부분은 사건 결과를 진행 중이면 그렇지만 증거가 다 있기 때문에 해고 형태처럼 들어가는 것”이라며 “직원이 잘못했으니까 막무가내로 내보낸다는 건 요즘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다 자체적인 조사를 하고 진행한 내용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은행 측이 내린 면직처분은 회사 이미지를 위한 책임회피는 아닌지 묻자 “저희가 먼저 그 직원이 물어줄 수 없는 수준이었다면 구상권 청구 같은 걸 했을 것”이라며 “자진변제를 하고 말고를 떠나서 은행이 돈을 안 줘서 직원한테 자진변제를 시켜 책임을 회피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자진변제를 해도 면직처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돈을 훔쳐놓고 자진변제를 하면 안 짤린다는 말이 어딨냐”며 “은행에서 고객 돈을 갖고 행동하는 거는 즉각 면직 사유이고 은행에서 5만원 훔치고도 해고되는 사람이 많다. 돈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으로부터 면직처분된 A씨가 받은 징계통보서에는 귀책사유로 '고객예금 횡령'이, 전북군산경찰서에 접수된 고소내역에서는 '사문서위조'로 죄명이 기재돼있다. ( 사진 / 제보자 제공 ) 

◆ 계속되는 은폐 의혹 제기...“은행 측과 경찰 징계사유도 달라”

앞서 변제 과정과 관련해 A씨는 “금액변제에 대해 일부는 본인이 횡령을 하지 않았는데 왜 변제를 했냐고 물어 보기도 하는데 기업은행 내부의 조직은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저의 의견을 내놓기 전에 이미 윗선에서 방법을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상황”이라며 자진변제를 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로 미루어보아 A씨는 사건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측 징계사유는 횡령인데 경찰 고소 사유는 사문서 위조”라는 점을 근거로 들어 지적했다.

사문서 위조라는 죄목에 대해선 A씨는 변호를 위해 금감원에 민원 신청을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에서 판매 실적 할당이 내려오거나 일처리 편의 등을 위해 가까운 지인들에겐 서류를 직접 메신저 등으로 받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대필 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관습적으로 은행권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을 ‘(고객 돈) 횡령’ 사유 대신 ‘사문서 위조’라는 죄목으로 기재해 고소를 진행한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A씨는 기업은행 측이 앞서 다른 매체들을 통해 내놓은 입장을 밝히며 이미지를 위해 사건을 포장하고 은폐했다는 근거를 더했다. 은행 측은 지난달 17일 매일뉴스에서 ‘내부 지침을 통해 자체적으로 횡령 등 금융 사고를 잡아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했다’며 ‘최근 내부감사에서 발견한 것도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같은 달 20일 컨슈머데이터뉴스에서는 ‘지난 5월 횡령사건 이후 비상대책반을 일시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스템 강화 및 내부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추가 횡령 사실을 파악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27일 공공 뉴스에서는 ‘10월 내부감사 공시 내용은 고객에게 피해가 가기 전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재차 A씨는 “횡령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진 변제했고,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앞서 관련 CCTV 출금 사진 장면을 지난 24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수사관과 셋이 같이 보기도 했다”며 “그 사진 인물이 저였으면 전 지금 구치소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은행 측 징계사유와 고소사유가 다른데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에게 묻자 “경찰 고소에는 사문서 위조 외 횡령 등 다수의 죄목이 포함되어있는 걸로 확인했다”며 “더 자세한 내용은 현재 경찰 수사 중에 있으므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말씀을 못 드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최근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난 27일 퇴임하며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임기를 마쳤다. 이에 당분간 임상현 수석부행장이 행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차기 행장 인선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유력시됐으나 기업은행과 금융권 노조의 반대로 난황을 겪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중소기업은행법을 따르는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행장 선임 과정에서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등 제도가 없고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인 만큼 행장 선임 시기 때마다 정치 갈등이 두드러지는 걸로 보인다.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내부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쉬쉬하는 분위기 가운데 그 존재가 희미해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