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예정보다 지연…한국당, 국회의장석 주변서 연좌농성
한국당 ‘전원위’ 지연전술에도 민주당, “국회법 절차 따라 대처할 것”
비례한국당 공식화한 한국당 vs 비례민주당 선 그은 與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투표를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을 포위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TV 캡처]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투표를 앞두고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석을 포위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TV 캡처]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4+1 협의체가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했다. 앞서 이날 처리된 선거법 개정안은 4+1 협의체가 지난 23일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 47석으로 유지하되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연동률 50%)로 제한하고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상정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재석 167인 중 찬성 156인, 반대 10인, 기권 1인으로써 김관영 의원이 발의하고 155인이 찬성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쯤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 국회의장석 주변을 둘러싸고 앉아 ‘헌법파괴 연동형 선거제 절대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연좌농성을 하면서 본회의가 제 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특히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4시 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지만 한국당 의원 수십여 명이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서는 등 육탄저지까지 시도했다.

문 의장은 본회의 진행을 위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지만 한국당이 연좌 농성을 풀지 않았고 연단으로 올라서려는 문 의장을 막기 위해 한국당 의원들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동물국회가 재현됐다.

이날 본회의는 애초 오후 3시에 개의가 예고됐지만 한국당의 본회의 저지 행동에 막혀 약 2시간 반 정도 지연됐다.

한국당은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에 첫 번째 안건으로 ‘임시회 회기결정의 건’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먼저 상정된 점을 문제 삼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회기가 결정되지 않은 채로 본회의를 열고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선거법 처리까지 꼬박 1년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5일 자유한국당도 참여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 정수 10% 이내 확대 등 검토,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해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는 내용 등을 합의한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이후 선거법 논의에 한국당이 빠지고 지난 3월 여야4당(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권역별 연동형 비례제+석패율'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도출됐고 이는 지난 4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의결됐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선거법은 4+1 협의체에 논의에 따라 수정되면서 ‘누더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당은 해당 선거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면서도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비례당 창당을 공식화 했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배포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 자료’에 따르면 정당의 정당득표율이 민주당(40%), 한국당(35%), 정의당(10%), 잔여 정당(15%) 순일 경우 비례한국당이 창당되면 민주당 120석, 한국당 105석, 비례한국당 30석, 우리공화당 7석, 새로운보수당 5석, 정의당 8~11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을 합치면 총 135석이 되면서 21대 국회에서의 여당 지위가 위태로질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불안한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27일 “페이퍼컴퍼니”,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면서 우회적으로 위성정당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비례민주당 가능성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례대표에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당연하겠지만, 오히려 지역구 투표, 특히 수도권에서는 한국당 배제투표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국민의 수준을 너무 낮춰보고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우리 민주당에서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이라며 “비례용 위성정당은 정당제도 본질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고 위성정당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의 지연전술인 필리버스터도 지난 26일 새벽 0시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료되면서 이날 표결에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진다는 이러한 국회법을 감안해 향후 임시회 일정을 최소 1~3일로 짧게 개최하는 살라미 전술을 활용했다.

◆검찰개혁법안은 끝까지 반대…‘치열해진’ 한국당

선거법이 처리되면서 이제는 검찰개혁법안 처리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공수처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한국당이 공수처 설치 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막기 위해 선거법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만큼 민주당도 임시국회 회기를 30~31일로 쪼개서 검찰개혁법안 등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 소집요구서를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했다.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원위원회가 열리면 본회의는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본회의를 지연시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회법 제63조 2항은 주요 의안의 본회의 상정 전이나 본회의 상정 후에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할 때 심사를 위해 의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 동의를 받아 전원위를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도 담겨 있지만 한국당은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전원위를 거부하려면 교섭단체 대표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데 한국당은 동의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를 반대해온 한국당은 최근 추가된 규정 중 공수처법의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며 공개 반발했다.

문제는 민주당의 ‘쪼개기 국회’ 전술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에 나선다 해도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에 부쳐진다는 한계로 인해 '전원위 소집'이라는 지연전술을 통해 상정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실행될지 예단은 못하지만 만일 전원위 소집한다고 나오면, 문희상 국회의장 판단을 존중하면서 국회법 절차에 근거해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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