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법안·총리 인준 등 안갯속…감정의 골 깊어진 4+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정의당) 협의체가 자중지란으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민주당이 3+1(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정의당) 협의체가 내놓은 합의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다.

민주당은 3+1 협의체의 합의안 내용 중 연동형 캡 30석 한시적 적용은 수용하되 석패율제 도입은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나 석패율제에 대해 당 내 의원들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 수가 선거법 개정안 원안(75석)에서 50석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석패율제까지 도입될 경우 여성·청년·직능별 대표·노동·환경 등에서의 인재들을 영입할 수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 탓에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실제로 전날(1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선거법을 내년 1월로 넘기자는 소수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선거법 협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예산안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의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든 야당에 조건 없는 민생경제법안 우선 처리를 제안한다”며 “아무 쟁점도 없는 법안이 기약도 없이 본회의를 기다리게 할 수 없기에 아무 조건도 달지 말고 오직 산적한 민생경제법안 처리만을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선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차례 처리해 나가자”며 “민생 먼저, 검찰개혁 먼저 마무리 짓는 것도 열어놓고 검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한 타결을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br>
정동영(왼쪽부터)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에 대한 타결을 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과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후 예정된 '4+1 협의체' 검찰개혁 실무회의에 불참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웃기는 얘기 하지 말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우리 4당 대표가 최종안으로 낸 것이니 할 거면 하고, 말라면 말라”며 더 이상의 양보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마치 그것(공수처 설치법)을 볼모로 해서 (협상을) 안 한다는 것처럼 하지 말라”며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라고 질타했다.

◆계산된 협상인가, 무리수인가

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던 정세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2번째 총리로 지명됐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민주당은 현재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3+1 지원 사격 없이는 순조롭게 통과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3+1 협의체의 합의안을 걷어차면서 4+1 협의체의 균열을 민주당 스스로 만들어 냈다. 그에 따라 4+1 협의체에 참가한 정당과 정치그룹의 불만도 커지면서 당장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법안과 청문회 등 현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공수처법도 안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 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째는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최소한도로 도입하는 수준에서 선거법 협상을 조정, 수용하는 대신 민주당 숙원인 검찰개혁법 선(先)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3+1 협의체에서도 최소한의 석패율제 도입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 대표는 전날 3+1 협의체의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우리 정치의 오랜 병폐인 지역구도를 철폐하기 위해 최소한으로라도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해서 최소한으로 축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 당시 권역별로 2명씩 총 12명까지 석패율을 적용키로 한 것을 권역별로 1명씩 6명으로 축소하는 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타협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석패율제가 운영되는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방안이라면 민주당이 받을 수도 있는가’라고 묻자 “의총에서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전부 다 위임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같이 포함돼서 의논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두 번째는 한국당과의 협상이다. 한국당 내 협상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법과 공수처 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주고받기식 협상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민주당이 선거법안 원안 상정을 시사하자 한국당이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역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원안이 상정돼 무기명 자유투표를 진행할 시 민주당과 호남계 정당의 이탈표로 부결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3+1 협의체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물밑 협상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를 풀기로 한국당과 이미 합의를 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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