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로리 신제품 ‘미리노트’, 자연과사람 ‘mm노트’ 표지 디자인과 유사
모닝글로리 “요즘 트렌드에 맞게 내부적으로 기획한 것”

자연과사람의 'mm노트'(위)와 모닝글로리의 '미리노트'. ⓒ각 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우리나라 대표 문구기업 모닝글로리가 국내 한 소규모 문구 제조업체의 제품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연과사람은 연 매출이 10억원이 채 되지 않고 직원도 8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최근 어려워진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mm노트’라는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했는데, 비수기에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인기 제품으로 등극했다. 내지를 표지로 내보내고 줄 간격을 다양하게 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통한 것이다.

그러나 신상봉 자연과사람 대표는 최근 거래처로부터 모닝글로리의 신제품 사진을 전달받았다. “모닝글로리가 너무 따라하는 것 같다”는 메시지도 포함돼있었다.

신상봉 자연과사람 대표가 거래처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시사포커스DB
신상봉 자연과사람 대표가 거래처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시사포커스DB

자연과사람은 라인 0·5·6·7·8·9mm와 모눈 3·4·5mm를 베이스로 하는 스프링노트·기자수첩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표지가 내지와 똑같아 표지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 대표에 따르면 선이 없는 무선 노트를 0mm라고 표기한 것은 국내 최초다.

모닝글로리가 지난 11월 출시한 ‘미리노트’도 이와 유사하다. 줄 간격이 다양하게 나뉘어 있으며 표지에도 해당 간격이 쓰여 있다. 숫자의 크기 등 디자인이 조금 다를 뿐 똑같은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가지고 만든, 누가 봐도 도용한 제품이라고 신 대표는 주장하고 있다.

신 대표는 “라인이 없는 무선노트를 0mm라고 명명한 것은 누가 봐도 도용”이라며 “기존 제품을 카피하지 말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경쟁을 하는 것이 맞고 만약 도용한 게 아니더라도 시장조사를 먼저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자연과사람, 모닝글로리 제품을 같이 취급하고 있는 거래처들도 아이디어 도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 거래처 관계자는 “노트라는 게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지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표지 디자인이 너무 유사하다”며 “(자연과사람 제품처럼) 표지를 심플하게 한 제품을 많이 보지 못했다. 모닝글로리는 표지의 숫자 위치만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노트를 만들 때에는 줄 간격을 6·7mm로 한 게 많은데 자연과사람은 4·5·6·7·8·9mm 에 0mm 제품까지 만들었다”며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기존에 나와 있던 제품을 참고해서 기획한 건 전혀 아니다”라며 “요즘 트렌드가 심플이다 보니 그런 타입의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플 라인 기획을 많이 했고 그 중 하나로 미리노트를 출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를 먼저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프라인 시장조사를 나가는데 해당 제품을 보지 못했다”며 “미리노트는 내부적으로 기획해서 출시한 것이 맞고, 자연과사람 제품을 확인해봤는데 디자인이 많이 달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B 거래처는 모닝글로리의 답변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B 거래처 관계자는 “자연과사람의 mm노트를 한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하는데 모닝글로리와 같은 존(zone)에 진열한다”며 “10월 초에 모닝글로리 직원이 나와서 같이 진열했기 때문에 자연과사람의 mm노트를 못 봤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양쪽의 제품을 모두 봤다는 이 관계자도 “표지의 위치와 크기는 다르지만 디자인만 놓고 보면 누가 봐도 베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대형마트의 노트 코너 윗층에는 모닝글로리 제품이, 중간 층에는 자연과사람 제품이 진열돼있다.?ⓒ시사포커스DB
한 대형마트의 노트 코너 윗층에는 모닝글로리 제품이, 중간 층에는 자연과사람 제품이 진열돼있다. ⓒ시사포커스DB

한편 신 대표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특허청에 양쪽 제품 사진을 보내 판단을 부탁했고, 특허청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에 해당되니 신청서를 보내 달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항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형상·모양·색채·광택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시제품 또는 상품소개서상의 형태 포함)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항목이다.

신 대표는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목숨을 걸고 있는 소기업들이 많은데 규모가 크고 자금이 많다는 이유로 소기업 아이템을 훔쳐가는 건 도둑질 아니냐”라며 “국내 굴지의 문구 회사인 모닝글로리가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mm노트 덕분에 내년 신학기는 걱정 없다’고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다독였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모닝글로리는 해당 상품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우리는 이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하면 힘이 없어 질 수는 있겠지만 정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직한 이름’을 슬로건으로 하고 있는 모닝글로리의 부도덕함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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