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수협 직원 고객돈 5억여만원 횡령…환수금액 10%도 안 돼
수협중앙회 관계자 "해당 문제 잘 몰랐다"

 

위판고 3년 연속 1위 여수수협에서 직원이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했음에도 내부적으로 잘 알리지 않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 / 수협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위판고 3년 연속 1위 여수수협에서 직원이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했음에도 내부적으로 잘 알리지 않는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내부통제란 영업의 효율성, 재무보고의 신뢰성, 법규 및 규정 준수 등 조직 목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조직 자체적으로 제정해 이사회 및 임직원 등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행해야 하는 절차다.

이사회, 경영진, 감사위원회, 중간관리자와 일반직원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통제환경, 리스크평가, 통제활동, 회계·정보와 의사소통, 모니터링 등 5가지 기본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해당 요소 중 하나라도 미흡할 시, 소통이 부재할 시 내부통제시스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1위 위판고로 알려진 여수수협(조합장 김상문)에서 지난해 수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비리’ 문제가 발생함에도 관련 문제를 조합원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뒤늦게 아는 등 제대로 ‘반면교사’되지 않고 있었다.

수협중앙회은 지난 4월 여수수협에 대한 제재 조치 내용을 홈페이지에 고시했다.

이는 여수수협 4급 직원 A씨가 지난해 4월 25일부터 12월 14회까지 고객 예탁금 계좌 3개에서 5억4184만원을 무단 인출한 내용이었다. A씨는 53차례에 걸쳐 4억 550만원과 대출관련 수수료 등으로 1억 3633만원을 횡령했으며 그 자금으로 지인의 Sh스탁론 관리계좌에 지난해 10월 15일부터 한 달 여간 7회에 걸쳐 2398만원을 이체하는 등 사적금전 거래를 했다.

이와 관련 상임이사 최모씨는 조합 최고경영책임자로서 직원에 대한 관리와 감독 소홀로, 1급 직원 2명은 직원 및 금융사고 예방교육 등에 관리, 감복을 소홀히 한 혐의로 제제를 받았다.

당시 해당 직원 A씨는 결국 면직 처리되고 수사당국에 고발되어 재판 기소돼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걸로 전해진다. 1심 결과에 대해 A씨는 항소한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수수협은 1년이 지난 지금 A씨로부터 환수한 횡령금액이 4500만원에 그친 걸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실은 직원들도 잘 몰랐던 걸로 보인다.

수협중앙회 관계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최초로 그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관련 문제를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관리는 여수수협에서 하며 중앙회에서는 정기적으로 감사를 나간다”고 덧붙였다.

여수수협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여수수협 여천지점 직원 B씨는 1998년 2월부터 고객이 입금한 돈을 빼돌려 다른 고객의 예금으로 돌려막는 방법을 써 약 8억3000만원을 횡령한 걸로 전해진다. 애인 카드빚을 갚아주고 사업자금을 대주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9월엔 조합장과 일부 임직원이 수시로 골프장을 이용하며 조합비 2300만원 가량을 사적용도로 사용하고 출장비 수령 후 법인카드를 이용해 1090만원 어치의 항공권을 구입한 걸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3월엔 여수수협 직원 이 모씨 등 6명이 부당거래 행위로 적발된 바도 있다. 이들은 중도매인 김 모 씨에게 2008년부터 2년 동안 200여 차례에 걸쳐 122억원 어치인 수산물을 경락받게 해줘 담보나 연대 보증 없이 중도매인 44명에게 681억 9000만원 가량의 수산물을 경락받게 해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해경에 적발되기도 한 걸로 전해진다.

여수수협이 전국 상위권 단위수협임에도 내부비리가 반복되는 건 허술한 예금 관리시스템과 ‘임기응변’적인 대응이 원인이라고 지적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비리행위가 적발돼도 ‘개인적인 일탈’이라거나 연대책임을 물을 뿐 기관 경고나 사과 등의 강력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아서다. 또한 범죄는 보다 계획적으로 지능화되는 데 반해 통제방법은 직원 정신교육이나 상급기관의 상시 감사 등에 그쳐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금융사고에 대해 반면교사가 되도록 조합원도 알 수 있도록 하는 공지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합원이 수협을 믿고 돈을 맡기지만 정작 내부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깜깜’이란 얘기다. 관련 내용을 조합원이나 외부에 알리기도 꺼려해 투명성 문제도 우려됐다.

익명을 요구한 여수수협 모 이사는 횡령액을 다 수협 돈으로 처리한 걸로 안다며 이는 수협이 관리를 잘못해 생긴 일이니 수협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사건이라고 밝힌 걸로 전해진다.

여수수협의 한 조합원은 ‘횡령사건을 남한테 전해 듣고서 알았다’며 ‘피같이 모은 돈을 조합에 맡기는데 예금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하게 이뤄지는 줄 알았으면 차라리 시중은행에 예금하는 게 안전성 측면에서 나을 것 같다’고도 전했다.

한편 문제를 다시 확인한 관계자는 “지난해 있었던 일에 대해 중앙회 차원에서도 상시 감사도 나가고 징계위원회 조치도 하고 수사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투명성 논란에 대해서는 “감사 조치는 있었지만 경영은 분리돼있어 권고는 할 수 있어도 조합원들에게 중앙회차원에서 맘대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부 감사시스템은 상시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위수협에 대한 배임·횡령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중앙회에 대한 책임성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권 의원은 “수협중앙회는 지역 조합 내부직원에 의한 횡령·배임 범죄를 통해 조합원들의 돈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원인에 대해 규명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협중앙회 중심의 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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